세월호 참사 758일을 맞이하는 5월 12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4반 홍순영 학생의 생일입니다.
홍순영 학생입니다.
순영이는 부모님께서 서른 후반에 얻으신 늦둥이 막내입니다. 순영이가 태어나기 전에 가족은 원래 서울에서 살았는데 부모님께서 업종을 바꿔서 사업을 시작하시면서 안산으로 이사하셨습니다. 꿈에 부풀어 사업을 시작하셨고, 사업이 한창 잘 되었고, 마침 그 때 순영이가 태어나서 부모님께는 굉장히 특별한 막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에 외환 위기가 닥쳤고, 순영이네 부모님 사업은 갑자기 기울었습니다. 순영이 아버님은 사업을 일으켜보려고 애쓰다가 건강을 잃으셨습니다. 순영이가 한창 자랄 때는 이렇게 집안이 안팎으로 모두 어려울 때였습니다.
순영이는 집안 사정과 부모님 형편을 잘 아는 속 깊은 아이였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엄마가 사 주신 잠바를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입고 다녔습니다. 수학여행을 갈 때에도 여행경비 35만원이 너무 비싸다며 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어머님은 평생의 추억이 될테니 다녀오라고 순영이를 설득하셨습니다. 그것이 어머님께는 한이 되어버렸습니다.
순영이는 미술에 재능이 있었습니다. 같은 4반 박수현 학생이 중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만들었는데, "ADHD"라는 이름의 그 밴드에서 순영이는 포스터와 홍보물을 디자인하는 홍보담당을 맡았습니다. 순영이는 정식으로 포스터 담당을 맡게 된 것이 너무나 기뻐서 어머님께 막 자랑했다고 합니다. ADHD 단원은 전부 합해서 8명이었습니다. 이 중 단원고에 다니던 순영이와 수현이를 비롯해서 5반 큰 김건우 학생, 8반 이재욱 학생, 9반 오경미 학생, 이렇게 8명 중 5명이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ADHD 단원 중에서 남은 세 명은 친구들을 기리며 "열 일곱 살의 버킷리스트" 공연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무대에는 순영이를 포함하여 세상을 떠난 멤버 5명의 사진이 크게 비추어졌습니다. 순영이 어머님도 공연에 오셔서 순영이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밴드 활동을 함께 했던 친구들을 껴안아주시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ADHD 멤버였던 순영이와 수현이, 재욱이, 경미, 그리고 음악을 사랑했던 같은 4반 강승묵 학생, 직접 작곡을 하기도 했던 3반 김시연 학생과 기타 연주가 특기였던 8반 안주현 학생, 이렇게 7명은 제주국제대학교 실용예술학부 대중음악전공 과정에 명예 입학했습니다.
지난 4월 16일, 참사 2주기에 안산에서 순영이 어머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어머님은 참사 2주기 추모행진 "416걷기"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단원고 앞을 돌아서 분향소로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며 분향소 인근 사거리에 마중을 나와 계셨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분향소까지 같이 걸으며 어머님께 순영이 얘기를 들었습니다.
순영이는 애교가 넘치고 장난기 많지만 속 깊고 자상한 막내였다고 합니다. 편찮으신 아버님께도 잘 해 드렸지만 어머님께 순영이는 친구처럼 속을 터 놓을 수 있고, 말하지 않아도 언제나 엄마 마음을 알고 먼저 배려해주는 든든한 아들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어떨 때는 남편보다 더 믿음직하고 서로 잘 이해한다고 느끼셨다고 합니다.
"돈은 없으면 다시 벌면 되지만 자식 잃은 고통은 해결할 방법이 없어요. 내 새끼가 내 곁에 없다는 게, 그 처절한 고통은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어머님께서는 조용히 중얼거리듯이 몇 번이나 "처절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추모행사에 시민분들께서 많이 참석해주신 것이 어머님께는 커다란 위안이 된 것 같았습니다. 날씨가 흐리고 빗방울이 오락가락했는데도 화랑유원지가 가득 차도록 모인 분들을 보면서 무척 감사해 하셨습니다. 이후에 서울 광화문에 도착했을 때, 비가 쏟아지는데도 광화문 광장이 터져나가도록 모여계신 수많은 분들을 보신 순간 세월호 부모님들은 한 순간 감격해서 할 말을 잊으셨습니다.
5월 이맘때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님 품으로 돌아왔고, 그래서 장례와 발인이 있었던 시기라서 부모님들께 무척 힘든 시기입니다. 게다가 최근 단원고 제적 사태와 416교실난입 사건 등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들도 있었습니다. 세월호 부모님과 가족분들께서 이렇게 여러 가지로 시달리시는 일이 많아서 일일이 표현하지 못하지만 기억해주시는 시민 분들께 매번 감사하고 함께 해 주시는 분들을 보실 때마다 감격하신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은 24시간 운영하며 무료입니다. #1111로 문자 보내 순영이 생일을 축하해 주시면 부모님과 가족분들께서 보실 수 있습니다. 잊지 않는다는 문자 한 통이 가족분들께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