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754일을 맞이하는 5월 8일 어버이날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6반 서재능 학생의 생일입니다.
서재능 학생입니다.
재능이는 외동아들입니다. 외국 여러 나라를 다녀보는 것이 꿈이라서 재능이는 유럽 여행도 가 보고 싶어했고, 어른이 되면 외교관이 되는 것이 장래희망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외대에 진학해서 영어를 공부하고, 영어 외에도 다양한 외국어를 배워보고 싶어했습니다. 체코어, 스페인어 등 유럽 여러 나라 언어에 관심이 많았는데, 외국어 공부를 하려고 책을 살 때면 부모님께 용돈을 조르는 것이 아니라 집에 있는 헌책을 가져다 중고서점에 팔아서 외국어 공부할 책값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재능이는 알뜰하고 속이 깊은 아이였습니다. 부모님께서 용돈을 주시려고 해도 재능이는 돈 필요 없다며 마다했습니다. 운동을 아주 좋아했지만 갖고 싶은 운동기구가 너무 비싸니까, 재능이는 인터넷을 홀딱 뒤져 싸게 나온 품질 좋은 중고품을 찾아내서, 어머니께서 새것보다 절반 이상이나 싼 가격으로 구입해 주셨다고 합니다.
재능이는 키가 커서 180cm가 넘는 장신에 어깨도 넓고 체격도 좋아서 어머님께는 잘 생기고 든든하고 세상 최고로 믿음직한 아들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재능이는 중학교 때까지는 과자와 사이다를 무척 좋아했는데,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체력관리를 하겠다고 결심을 하더니 그 좋아하던 과자와 사이다를 딱 끊었습니다. 한창 자랄 나이에 식이조절은 쉽지 않은데, 재능이는 한 번 결심하면 어떻게든 이루는 결단력이 있었습니다. 자기 결심대로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우유를 좋아해서 하루에 큰 통으로 두 통씩 마시는 한창 성장기 소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빼놓지 않고 날씨가 나쁜 날에도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재능이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면이 있고, 재치있고 유머감각이 좋았습니다. 귀를 움직일 수가 있어서 엄마를 웃겨드릴 때는 언제나 귀를 씰룩거리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고 합니다.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께서는 재능이한테 꼭 개그맨이 되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재미있는 아이라서 실제로 재능이는 중학교 때까지는 개그맨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어제 5월 7일, 단원고등학교 2학년 6반 교실에서 재능이 어머님을 만나뵈었습니다. 어머님은 재능이 생일을 앞두고 책상에 꽃을 가져다 놓고 책상 위에 쌓인 먼지를 닦아주시면서 재능이 이야기를 하며 계속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은 24시간 운영하며 무료입니다. 오늘 재능이 생일인데다 어버이날이고, 요즘 이맘 때 피해자분들이 물 밖으로 나오셔서 가족분들 품으로 돌아오신 때이기 때문에 가족분들께서 더욱 힘들어하십니다. #1111로 문자 보내 잊지 않는다고, 함께 한다고 말씀해주시면 세월호 가족분들께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