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69년생.... 50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제 나이 아래 위로 한 10년차쯤부터 아마 논란의 대상들이 많이 될 겁니다.
나이 어린 처자에게 들이대는 40-50대 남자들,
나이 어린 총각들에게 성희롱하는 40-50대 아줌마들.
이분들도 10대 20대에는
수영복 입은 여자만 나와도 얼굴 가리고 꺄악거리고
남자 웃옷 벗은 건 아예 보지도 못하고 돌아서던 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되었기에
공부도 할 만큼 하고, 나름 아이도 열심히들 키우며 산 사람들이
딱 저 나이가 넘어서기 시작하면
인터넷에서 반욕설 호칭으로 불리면서
역겹다 드럽다 주제를 모른다고 욕을 먹기 시작하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사회를 구르면서 억세고 추잡스럽고 약간 더러운 행동도 뻔뻔스럽게 해야
좀더 쉽게 사회를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진상짓을 하면 세상에서 이익도 많이 얻고 남보다 편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아직 자신이 늙지 않았다, 20-30대와 경쟁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믿으면서
이미 늙어버린 자신을 위로하다가 과대망상으로까지 번지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제 지인들 중에도 이미 노안이 왔는데 자긴 노안 안 왔다고 안경 안 쓰는 사람들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도 노안으로 작은 글씨 못 보면서 안경 안 쓰고 일하다 사고치는 인간들 있어요.
모임에서건 사회에서건, 40대 후반인데도 아직 자기를 길에서 사람들이 30대인 줄 안다는 인간들 많아요.
(....인간아. 그 인간들도 저 늙은 생각 안 하고 안경을 안 썼으니 널 30대로 보지.... 니 액면가 50이야)
제 지인들 중에 45세된 여자가 48세된 남자 소개받더니
'어디서 아저씨 같은 남자가 나왔다!'고 분개하며 펄펄 뛰고 주선자 욕질하던 사람도 있어요.
(넌 아줌마를 넘어서 초로의 할머니로 보여.......)
이러다보니, 나와 유사한 또래의 40대 이상이 20대를 만나고 20대-30대와 사귈 수 있어야
나도 40대지만 20대 30대와 어울리고 만날 수 있다는 일종의 불안감이 생기나 봅니다. 특히 아줌마들이.
그래서 경험담에 보면 들이대는 40대 이상의 아저씨들도 불쾌함의 대상이지만
20대 꽃처자에게 40대 소개하며 그게 가능하다고 밀어붙이는 40대 이상 아줌마들도 불쾌함의 대상입니다.
20대 꽃총각들 몸 더듬거리며 그 앞에서 음란한 말 늘어놓는 40대 아줌마들이 혐오감의 대상인 건 당연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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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넘어가는 분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의학의 힘을 빌리고 좋은 화장품 쳐바르고 명품 감고 난리를 쳐도
절대 30대로 보이지 않아요.
50센티 거리에서 보면 제 나이로 다 보입니다.
아무리 우리가 젊게 산다, 우리 마인드는 젊다고 해봤자
모여서 이야기하는 사고방식이 20대 30대일 수 없어요.
기껏해야 꼰대짓 안 하는 정도지, 사고방식까지 젊은 사람들 못 따라가요.
아무리 요즘 세상이 90 100세까지 사는 시대라고 해도
우리 몸과 두뇌는 이미 30대 후반부터 늙기 시작해요.
이 사이트에 의사 선생님들 계시니 아실 겁니다.
노화가 몇 살부터 시작되는지.
노안은 어림없이 40대에 오고,
인디언 주름부터 시작해서, 눈가의 주름은 아이크림으로 절대 안 지워집니다.
젊은 게 벼슬이냐고 하죠. 벼슬 맞아요. 평양감사 이상 가는 큰 벼슬. 대통령보다 높은 벼슬.
우리는 이미 왕좌에서 쫓겨난, 퇴위된 왕이에요. 연산군 아니면 광해군이죠.
대통령도 '전'대통령은 안 쳐주는데,
젊은 왕좌에서 쫓겨난 왕은... 더이상 왕좌를 바라볼 수도 없는 왕은 아무도 안 쳐줘요.
다시 왕좌를 노리면.......... 그거 역적이에요. 삼족이 멸해질 역적질이에요.
이왕 늙는 거 미룰 수 없고 막을 수 없다면
좀 곱게 늙읍시다.
젊은 사람들 입에서 역겹다 더럽다 불쾌하다 소리 나오지 않게
곱게 나이들어 갑시다.
40대가 20년간 경험한 '성(性)'이라는 게 그렇게 더럽고 추잡스럽게 이야기되는 것이라면
그 더러운 거 20-30대에게 내밀지 말고 그냥 자기 주머니에 곱게 넣어놓고,
서로 더러운 것 내어놓고 이 잡고 빈대 잡으며 이야기할 만한 같은 40대 이상끼리에서만 그런 이야기합시다.
내 나이가 40이 넘었다는 거 인정하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30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이미 나는 30대 이후의 '노화'라는 바운더리로 깊이 들어왔다는 거 인정하고
'너희는 늙어본 적 없지? 난 젊어 봤다!'라는 경험자의 자부심으로
곱게 늙읍시다 제발.
20-30대와 어울릴 때 열어야 할 건 주둥이가 아니라 지갑입니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저 자신도 언젠가 저런 짓을 했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