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일어난 일인데 이상해서 써보아요.
때는 저번주 목요일이었어요 날은 짱짱하고 습하고 무더위 여름 하... 사람 죽이는 날씨에요
저희 집안에서는 에어컨을 사지 않고 선풍기로만 여름을 보냈어요. 남부지역이라 그런가 서울보다는 시원한 것 같아요.
그러다 대학교를 갔을 때, 부모님이 한적한 곳에 주택을 하나 지으시더니 에어컨이 뙇 있더라구요
태양열? 태양광? 발전기가 있어서 여름에 틀어도 되는데 지금까지 에어컨 없이 살아서 그런가 거의 틀지도 않아요.
(실제로 여름에 전기요금이 기본요금만 나오고 겨울에 난방때문에 더 많이 나와요)
이런 집안이라 그런지 하숙을 하는데 에어컨을 목요일까지 씻지도 않았어요
그냥 더우면 등목한번 하고 팬티에 티만 입고 지내면 지낼 만 하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목요일부터 팔이 가렵기 시작하더니 땀띠도 나고 가만히 있는데 등과 가슴에서 땀이 주르륵 흐르네요
그래서 에어컨 청소도 하고 그늘에 말린 후에 친구집에가서 하루만 신세지자하고 갔어요
그 다음날 집에 돌아가며 지하철을 탔어요
지하철은 정말 시원하더라구요 이제 지하철 출구로 나오는데 그 출구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없어요
그리고 그 출구는 정말 정말 기다랗고 높아요. 비유하자면 경부고속버스 터미널 앞의 지하철 계단보다 1.5배정도 긴 느낌이에요.
(경부터미널 지하철 계단은 오르내리면 노래소리가 나는 신박한 계단이었어요 어디서 어떻게 소리나는 거지 하면서 주위를 막 살피고 제자리에서 걷거나 계단의 어느 부분에 갖다대야 소리가 안나지? 하는 전 공대생 ㅋㅋㅋ)
하... 하면서 서서히 더위를 느끼며 올라가려 했어요.
근데 올라가며 옆을 잠시 돌아봤는데 어느 할머니께서 그 할머니분들께서 밀고 다니시는, 짐 넣어 다니시는 그 수레같은 철창으로 되어있는 그거를 들고 힘겹게 올라가고 계시더라구요.
저는 아니야 누가 도와주시겠지 하며 올라갔어요 (그날 친구집에서 남은 음식들 좀 싸가고 책 좀 빌려서 가방이 무거워서 도와드리기 힘들다는 변명이... ㅠ)
제가 출구까지 다 올라갔을 무렵 누군가 도와주셨겠지하고 뒤를 돌아봤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거든요. 근데 할머니께서 1/3정도 올라오셨는데 여전히 홀로 오르셨어요.
마음 속으로 '하 미치겠네 더운데 귀찮은데' 막 이러면서 일단 가방 내려놓고 다시 내려가서 할머니께 무거워 보이는데 들어드릴께요~ 하고 들어드리고 출구에 같이 나왔어요. 그리고 할머니께 "혹시 어디까지 가세요? 가시는 길이랑 같으면 조금 도와드릴게요" 라고 했어요.
그러니 할머니 눈이 의심스럽다는 눈빛있잖아요 그게 보였어요 진짜 막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아니야 됐어~" 하시고는 가셨는데 제 방향이랑 일단 정반대라서 저도 갈길 갔어요.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얘기하니까 함부로 그러면 안 된데요. 막 콩팥이랑 간이랑 빼간다고 그러지 말래요.
그리고 가방 함부로 내려놓는거 아니래요. 그러면서 할머니분이랑 2인조로 누가 가방 훔쳐갈 수 있대요.
와 들으니까 좀 가슴이 벌렁벌렁 하더라구요.
진짜로 그런거에요? 이야기가 대체로 좀 무섭던데 열에 하나 아니에요?
저 막 그 계단에서 아무도 안 도와주시는 것도 멘붕이고 이야기 들은 것도 멘붕인데 진짜에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