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징조 타이타닉호 사고가 있기 14년 전에 미국의 모건 로버트슨이 쓴 "Futility or the wreck TITAN"이라는 소설은 대서양에서 호화유람선이 빙산에 충돌해 침몰한다는 내용인데 배의 크기와 생김새, 승객 수, 항구, 사고 지점과 시기 등이 타이타닉 사건과 매우 유사했으며 심지어 소설 속 배의 이름이 타이탄...
본래 선박을 진수(바다에 띄움)할 때 뱃머리에 샴페인 병을 깨뜨려 배의 행운을 빌어주는 전통이 있는데
타이타닉의 화이트 스타 선박 회사는 "이 배는 신 조차도 침몰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이 행사를 생략했습니다.
거기다 빙산과 충돌하기 몇 일 전 배 밑바닥 보일러실의 석탄 저장고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방수격벽 한 곳이 손상되었지만 영국으로 돌아가서 수리하기로하고 넘어갔고... 충돌 이후 보일러실이 침수되자 화재로 약해진 그 방수격벽이 붕괴되며 침몰을 가속시킵니다.
수석 항해사 헨리 와일드는 가족에게 왠지 이 배가 불길하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여담으로 이 사람이 영화에서 배가 침몰한 뒤 물에 떠있는 주인공들 옆에서 호루라기를 불며 보트를 부르던 선원입니다.
구조 기회
타이타닉의 구조 신호에 응답한 유일한 배는 4시간 거리인 90km 떨어져있던 카파시아호였는데 사실 아주 가까이 2척의 배가 더 있었습니다
이 중 한 척인 포경선은 타이타닉이 자신들을 검문하려는 해안경비대라 생각해 무시하고 그냥 지나갔으며
나머지 한 척인 화물선 캘리포니안호는 1명 밖에 없는 무전사가 잠들어 있어서 구조 신호를 듣지 못했는데 그 무전사가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일이 타이타닉에 빙산 경보를 보내는 일이였다고...
하지만 다른 통신으로 바빴던 타이타닉의 무전사 필립스는 "통신을 방해하지말고 닥쳐라"고 짜증을 내고 경보를 무시합니다.
이 장면이 영화에도 촬영되긴했지만 삭제되었다고합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 두 선박은 타이타닉과 서로의 불빛을 육안으로 목격할 정도로 가깝게 지나갔습니다.
캘리포니안호의 한 선원이 타이타닉이 쏘아올리는 신호 로켓의 불빛을 목격했지만 선장이 취침 중이라 감히 깨우지 못하고 넘어갔다고도합니다.
자리에 앉은 사람이 무전사 필립스, 우측에 서있는 사람이 조수인 브리드
여담으로 저 때 캘리포니안호에 짜증을 낸 필립스는 이제 알아서 살길을 찾아 가라는 선장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조수 브리드와 함께 무전실이 완전히 물에 잠길때까지 남아서 구조 신호를 보내다가 서로 행운을 빌어주면서 헤어졌고 물이 차오르는 보트 쪽으로 간 조수 브리드는 뒤집어진 보트에 매달려 구조되었지만 배 뒷부분으로 간 필립스는 침몰할때 물에 빠졌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합니다.
두동강
영화에서는 배가 두동강나며 침몰하는 장면이 명확히 드러나지만 실제 생존자들의 대부분은 배가 쪼개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침몰 시각이 한밤 중인데다 하필 그 날은 달빛조차 없어 침몰 직전 정전이 되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두움이 아니라 한치 앞도 제대로 보기 힘든 암흑 상태에 빠졌고 배가 두동강 나는 상황을 알아차린 사람의 극소수였습니다.
사고 후 열린 조사위원회에서도 타이타닉은 쪼개지지 않고 그대로 침몰했다고 결론냈으나 70여 년이 지난 후 잠수정이 해저의 타이타닉을 발견한 뒤에야 두동강나며 침몰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잘려진 배 뒷부분의 침몰도 영화에서는 수직으로 섰다가 빠르게 침몰하는걸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20도 정도로 약간만 기운 상태로 아주 천천히 가라앉았다고 하며 영화가 개봉한 뒤의 탐사에서 밝혀진 사실이기 때문에 고증 문제라고 욕하기는 뭣합니다...
배 뒷부분에 마지막까지 매달려있다가 침몰 시 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되어 살아남은 주방장 조그힌의 증언에 따르면 선미는 매우 천천히 가라앉았고 덕분이 자신은 머리조차도 물에 젖지 않았다고합니다.
머리가 젖지않고 술을 많이 마신 덕분에 체온을 유지해 이 분은 무려 3시간이나 물 속에서 생존합니다.
(물에 빠진 승객들의 거의 대부분은 20분 내에 사망함)
자매선(같은 설계로 만들어진 배)
타이타닉에게는 2척의 자매선이 있습니다.
올림픽호와 기간틱(후에 브리타닉으로 개명)호인데 이 두 선박도 영 좋지않은 최후를 맞습니다...
올림픽호는 타이타닉호보다 약간 먼저 건조되었고 침몰하지는 않았지만 사고가 계속해서 뒤따랐으며 1차세계대전에 수송선으로 징발되었다가 독일 잠수함을 들이받아 격침시키는 어이없는 전공을 세우기도했습니다. ㄷㄷ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는 구식 선박으로 도태되어 빌빌거리다가 1935년에 해체되어 고철로 처리됩니다...
기간틱(브리타닉)호는 병원선으로 징발되었기 때문에 십자 모양이 그려져있습니다.
또 다른 자매선 기간틱호는 배가 완성되자마자 전쟁이 터지면서 해군에 징발됩니다. ㅠㅠ
징발된 기간틱호는 병원선으로 사용되다가 1916년 독일 잠수함의 기뢰 공격을 받고 침몰합니다.
다행인 점은 승선 인원이 적었고 구명보트가 충분하여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구명보트를 내리는 중에 선장이 엔진을 가동시켜 버리는 바람에 구명보트 2척이 프로펠러에 빨려들어가 탑승해있던 수십명이 신체가 절단되어 사망하는 ㅎㄷㄷ한 사고가 터집니다.
구명보트
타이타닉호에는 외관상 안좋다는 이유로 구명보트의 갯수를 줄여 20척의 구명보트가 실려있었는데 이는 침몰 당시 승선해있던 인원의 절반 밖에 타지 못할 숫자였습니다만 설계자인 앤드류는 "절대 침몰하지 않을테니 이 배가 바로 구명보트다 "라는 명언을 남깁니다...
거기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당황한 선원들이 초반에 내려진 구명보트를 정원도 제대로 채우지 않고 내려보내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영화에도 나오듯 2등 항해사 라이톨러와 부선장 머독이 각각 좌우현의 구명보트 작업을 지휘했는데
융통성 있게 남성도 제한적으로 탑승을 허용하며 정원을 채운 머독과는 달리 라이톨러는 "여자와 아이들 먼저"를 너무 철저히 지켜 보트 근처에 여성이나 아이가 없고 보트에는 빈자리가 있음에도 그냥 보트를 내려버리고맙니다...
정원으로 따지면 1100명, 하지만 초과로 더 많이 태울 수 있었을테니 적어도 1300명도 탈 수 있었지만 정원도 차지않은 보트를 마구 내려버린 탓에 구명보트에 타서 살아남은 인원은 700여명에 그칩니다.
처음에는 승객들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오히려 보트에 타기를 거부하기도했는데 갑판까지 물이 차기 시작하자 보트에 마구잡이로 타려는 혼란이 시작되고 선원들이 권총으로 승객들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영화에서는 부선장 머독이 승객들에게 총을 쏜 죄책감으로 자살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생존자 증언에서 나온 소문일뿐 확실한 사실은 아니라고합니다.
6번 보트에서 사람들을 구하러 가자는 몰리의 말을 거절하는 이 선원은 빙산 충돌 당시 브릿지에서 키를 잡고있던 히친스라는 선원입니다.
배가 완전히 침몰한 후 20척의 보트 중 단 1척만이 물에 떠있던 사람들을 구하러 돌아왔습니다.
나머지 보트들은 승객들이 사람들을 구하러 돌아가자고 하는데 담당 선원이 거부하거나 반대로 선원이 돌아가자는데 승객들이 반대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져 구조에 동참하지 않습니다.
구명보트에는 소수의 담당 선원이 승선하고 나머지 대부분 승객들이 노를 저었습니다.
또한 영화에는 보트가 내려지던 중 갑판이 물에 잠겨 반쯤 침수된 보트가 나오는데 이 보트에 탑승했던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바닷물을 퍼낸덕에 보트가 떠있을 수는 있었지만 물에 젖은 탓에 절반 정도의 사람들이 저체온증으로 동사하고 나머지 절반만이 다른 보트에 구조됩니다.
허구의 인물이지만 영화의 나쁜놈인 약혼자 칼이 이 보트에 타서 살아남습니다.
좌현의 내리다 뒤집힌 보트는 뒤집힌채로 많은 사람들이 올라탔고 매달려있던 수십명이 동사하였지만 올라탄 사람들은 살아남아 구조됩니다.
"여성과 아이 먼저"를 지나치게 철저히 지킨 2등 항해사 라이톨러와 무전사 브리드가 이 보트에 올라타 살아남습니다.
외국인
타이타닉의 승객은 대부분 영국, 미국인이였지만 중국, 일본, 아르메니아인 등 소수의 외국인도 승선해있었습니다.
의외로 외국인의 생존율은 높았으며 배가 침몰한 뒤 보트가 물에 떠있는 생존자들을 구하러 돌아왔을 때 구조된 4명 중 첫번째가 중국인이였습니다.
딱 1명 승선해있던 일본인 호소노라는 공무원은 생존자 증언에서 어떤 일본인이 사람들을 떠밀고 보트에 탑승했다라는 증언이 나오면서 일본에 돌아가서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비난에 시달리며 힘든 생활을 하다가 생을 마감했는데 그가 죽은 뒤에 사실은 그 증언이 중국인과 헷갈렸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충돌과 침수
사고가 벌어지던 시각 스미스 선장은 취침 중이였고 부선장 머독이 총지휘를 맡고있었습니다.
그러던중 망루의 견시 당직 선원 플리트가 500m 전방의 빙산을 발견해 6등 항해사 제임스 무디에게 보고하였고 부선장은 즉시 좌현전타를 지시하고 기관실에 전속후진 명령을 내립니다.
(이 때 키를 잡은 선원 히친스가 좌현전타를 헷갈려 반대로 키를 돌렸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타이타닉과 충돌한걸로 추정되는 빙산으로 타이타닉 선체에 칠해져있던 붉은 도료가 뭍어있었다고함
하지만 빙산은 타이타닉의 우현을 스치고 지나가며 질 낮은 리벳으로 제작된 강철 선체를 90m나 찢었고 그 틈으로 화물칸과 보일러실에 바닷물이 쏟아져들어왔습니다.
영화에서 처럼 즉시 방수문을 차단하여 침수를 막기는했지만 타이타닉은 설계 상 4개 구획이 침수될까지 침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는데 5구획이 침수됐습니다.
거기다 타이타닉의 격실 설계는 침수 구획을 완전 차단하는게 아니라 윗쪽은 뚫린 구조였고 그릇에 물이 가득 차면 넘치듯이 보일러실을 가득 채운 바닷물은 선실이 있는 E 갑판으로 넘쳐흘렀고 E갑판에 뚫린 길다란 통로를 따라 빠르게 배 전체를 침수시킵니다.
거기에 덮친격으로 E갑판의 윗층인 D갑판으로 통하는 수밀문이 승객 대피를 위해 열려있었던 탓에 침수는 더욱 가속됩니다.
선수 부분에 물이 차면서 타이타닉은 앞쪽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배 뒷부분이 공중으로 들려졌다가 중앙 부분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러집니다.
배의 앞부분이 해저를 향해 곤두박질 치면서 배 뒷부분을 끌고 들어가려다가 쪼개진 부분이 완전히 분리되고 뒷부분은 좀 더 수면에 떠있다가 수직으로 가라앉는 영화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비스듬하게 천천히 가라앉습니다.
기관부
승객들과의 접촉도 없고 대부분이 사망하였기에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장 용감했던 이들이 바로 기관부 선원들이였습니다.
빙산과 처음 충돌 후 모든 기관을 정지했기 때문에 기관선원들은 필사적으로 침수 구획의 물을 빼내고 보일러의 폭발을 막기 위해 증기를 배출해야했는데 이 과정에서 연료 저장고가 폭발하면서 몇 명의 화부가 익사하였지만 이들의 희생 덕분에 더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는 방수 구획을 차단시키는 방수문이 내려오자 보일러실의 화부들이 필사적으로 탈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비록 선미 부분에 있어 완전히 침몰할때까지 침수되지는 않았지만 엔진실의 선원들은 가장 탈출하기 힘든 배 밑바닥 기관실에서 자리를 지키며
몇 일동안 전속으로 달려 과열된 엔진의 폭발을 막고 전력을 유지시켰습니다.
이들이 끝까지 기관실에 남아있었던 덕분에 배가 완전히 가라앉기 불과 몇 분 전에야 정전이 되었고 칠흑같은 바다에서 이들이 밝힌 빛 덕분에 승객들의 혼란이 덜했으며 마지막 2개를 제외한 모든 구명보트를 띄울 수 있었습니다.
일부 항해 사관들이 운좋게 보트에 매달려 살아남은 반면 침몰 순간까지 기관실을 지키던 기관 사관들은 전원이 배와 함께 가라앉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