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 해상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여의도 정치가 전면 중단된 가운데 여야는 후폭풍을 집중 경계하며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특히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 정부의 미흡한 안전대책과 후속조치 과정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권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칫하다간 성난 민심의 불길이 40여일 남은 6·4 지방선거 정국을 덮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18일 '세월호 사고대책특위' 회의에서 "세계적인 예를 봐도 시간이 흘러도 구조해 낸 기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탑승객들이 포기하더라도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자세로 굳은 확신을 갖고 구조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위 위원장인 심재철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현장을 다녀온 특위위원으로부터 상황을 전달받고 필요한 조치와 개선사항을 논의했다"며 "실종자 가족에게 매 시간 구조상황을 설명하고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는 유언비어에 대해 엄중 처벌해줄 것을 정부 측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특위는 김상훈·신의진 의원을 위원으로 추가 선임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신 의원은 침몰사고를 당한 단원고 팀장을 맡아 학생과 학부모의 정신과 치료와 면담을 담당할 예정이다. 특위는 위원을 한 명씩 교대로 현장에 내려보내 실종자 가족과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 사고 수습과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번 사고가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합계에 혼선을 빚는 등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를 지켜보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정부·여당 무능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고 원인 규명 과정에서 인재(人災)의 정황이 드러날 경우 정부 부처 관계자 문책론과 개각설이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실종자 구조와 선체 인양 작업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선거전략 조정도 불가피해졌다. 당장 북한 무인기 침투, 국가정보원 개혁, 기초연금법 처리 지연 등 굵직한 현안이 모조리 뒤로 밀려났다. 사고 수습 이후에도 재발 방지를 포함한 '국민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 과제가 됐다.
치열한 선거전을 준비했던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경선을 비롯한 선거 일정이 언제 정상화될지 예측할 수 없는 데다 이미 선거 열기가 주춤해진 만큼 선거운동이 재개되더라도 수위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동안 사고 수습에 전력해야 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상 선거 열기가 재점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후보들은 '엄숙한' 선거운동으로 방향을 맞추는 분위기다.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공세적 선거전이 시급한 후발주자로서는 반전 계기를 마련하기가 더욱 힘들어진 셈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가 전체가 애도 정국인데 선거 유불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면서도 "여권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있고 손발이 묶인 후보들 입장에서도 애가 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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