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40419011005
지난해 7월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설 해병대 캠프의 운영업체가 여전히 중·고교 수학여행 상품을 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H 유스호스텔의 하청을 받아 병영캠프를 운영했던 K여행사 대표 김모씨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1년 6개월을 받았지만, 현행법상 영업에 제약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교육부와 시 교육청 등 당국에서도 해당 업체의 영업을 사실상 방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
▲ 지난해 7월 충남 태안에서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설 해병대 캠프를 운영했다가 사고를 냈던 K여행사의 홈페이지 캡처 화면. |
|
18일 서울의 일선 중·고교에 따르면 K여행사는 여전히 활발하게 단체 수학여행 상품을 판매·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말 K여행사를 통해 수학여행을 다녀온 서울의 한 중학교 교감은 “8개 업체가 입찰을 했고 K여행사 등 2개 업체가 최종 경쟁을 벌인 끝에 K여행사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K여행사가 사고 당시의 해병대 캠프를 운영했던 업체인 줄은 몰랐다”면서 “교육부나 서울시교육청에서 이 업체에 대한 어떤 정보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당시 K여행사는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 해수욕장에서 래프팅이 끝난 뒤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학생들이 물에 들어가도록 했다. 이 때문에 200명 중 5명이 파도에 휩쓸리며 목숨을 잃었다. 사건 발생 20여분이 지나고 나서야 경찰에 신고하는 등 안전 대책이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해병대캠프의 원청업체인 H유스호스텔 대표인 김모씨와 K여행사 대표 김씨는 지난해 12월 23일 1심에서 각각 금고 1년, 금고 1년 6개월을 받았다.그럼에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청소년활동진흥법’에 따르면 수련시설의 대표자 또는 운영대표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자’에 한해 자격이 제한된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1심 판결이 끝났지만, 항소를 하면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영업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었던 셈이다.사고 당시 감사를 통해 “감사 결과를 전국 시·도교육청에 알려 학생수련활동 계획 수립 시 참고하도록 통보하겠다”던 교육부는 “여행업체를 일일이 관리할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교육부 교육정책실 관계자는 “여행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 체육건강청소년과 관계자도 “수학여행은 학교들이 개별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시교육청이 알 방법이 없다”고 해명하는 등 책임전가에 급급했다.공주사대부고 참사 유가족 대표인 이후식씨는 “사건 당시 장관까지 와서 머리를 조아리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업체들은 버젓이 영업 중이었다”면서 “교육 당국의 안일함 때문에 공주사대부고에 이어 안산 단원고 학생들도 참사를 겪었고, 이런 식이라면 언제든 참사가 재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김기중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