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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본의아니게 사이비 물리친 썰
게시물ID : soda_50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이스트리아
추천 : 16
조회수 : 3085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7/02/12 17:40:35

다단계 이야기를 읽고 오랜만에 20살 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20살의 저는 정말 지금의 모습과는 다르기 때문에 20살의 제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저를 보면 아직도 신기해합니다.

수능이 끝나고 잡고 있던 정신줄을 놓고 살던 무렵, 당시의 모습을 다시 기억해보자면 5무(無)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무개념, 무눈치, 무답, 무뇌 마지막으로 무미래,

미래까지 없으므로 오랜만에 써보는 읎슴체.

하다못해 제 이름은 몰라도 그 웃긴놈, 그 ㅄ, 등등 안좋은 수식어가 붙은 신입생은 저라는 것을 알수 있었음.

거기에 하숙생활을 했었는데 하숙집이 단체로 정상적인 사람이 적었던 곳이라 밥먹고 8시만 되면 시작할까 소리에 단체로 피방출근. 새벽 6시에 퇴근.

이런 짓을 일주일 중 7일을 반복했음.

이런 일화 말고도 별의별 정신나간 짓을 많이 했지만 길어지므로 넘어가겠음.

위의 글처럼 살아가던 나를 사이비 한명(이하 사입)이 눈여겨 보고 있었음. 정신나간놈이다 보니 살살 꼬시면 넘어올줄 알았나봄.

처음에는 단순히 아는 사이였지만 가족들이 자꾸 교회가라고 아우성을 하는 바람에 아는 교회 있냐고 사입에게 물어봄.

기다렸다는 듯이 사입이 자기 교회로 오라고 함. 저보다 형이기도 해서 처음에는 믿고 따라감.

헌데 웬걸. 가보니 이건 경험 30분만에 사이비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음.

왜냐하면 필자는 기독교 경력 20년이었고 한때 성경영재, 달란트학살자, 수련회슈퍼바이저 등으로 불렸음.

갔던 교회는 일단 목사가 없음. 어디갔냐고 물어보니 바쁘셔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함.

그러면서 찬송가를 부르는데 듣도 보도 못한 곡들임. 찬송가 몇페이지라고 하는데 위에서 말한대로 기독교 경력 20년이므로

어지간한 찬송가는 다외우고 있는데 알고 있는 번호로도 듣보노래가 나옴.

예를 들면 금*노래방으로 알고 갔는데 다른 노래방이어서 입력했던 번호가 알고 있던 노래가 아닌 다른 노래가 나오는 기분임.

노래가 끝나고 다음 설교로 넘어가는데 목사가 없다보니 동영상을 틀어줌.

자막이 나오고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일본 쪽 인것 같은데 설교내용이 불신지옥 김밥천국 내용임.

님들 돈 잘내시고 김밥드셔서 천국가셈. 1시간동안 주절거리지만 주 내용은 진짜 저거임.

진짜 김밥은 아니고 그날 점심으로 김밥을 줬으므로 김밥임.

다른 메뉴로는 월남쌈을 줬는데 촌놈이라 어떻게 먹는 지도 몰랐고 풀떼기라 고기만 건져서 김밥에 얹어먹음.

이제 새로운 신도 면담이 들어가는데 아까 말했던 사입이 은근 높은 직위였음. 청년부회장이란 직함을 달고 있었는데 전도사로 내정된 사람임.

자기 경력을 쏼라쏼라말하는데 별 잡소리를 빙빙 돌려서 말하는 바람에 빙빙바 먹고 싶은거 참느라 힘들었음.

반응이 별 신통찮아 보이자 목사님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솔직히 말하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마이웨이라 하품하고 귀파고 핸드폰 만지니깐 하다가 지친듯.)

이건뭐 예수님 재림보다 더한 사람임.

1달 동안 30분만 잠자고 생활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기도하면 이뤄져 종점의 기적처럼 봉사가 눈뜨고 절름발이가 일어나서 뛰어다님.

문제는 눈치와 개념이 더럽게 없던 저라서,

30분만 잠자고 생활하는 것에는 나도 해봤음,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에도 나도 해봤음.

하늘을 날았다는 말에도 나도 해봤음. 근데 진짜 날아봄. 중2때 친구네 집에서 할머니네 집으로 가다가 자전거로 하늘을 날아봄.

사입이 말하다 피곤했는지 오후에 축구하고 저녁먹는다길래 좋다구나 하고 알겠다고 함.

축구하면서도 눈치없이 해서 혼자 즐김. 저녁도 고기부족하다는 소리 무시하고 양 다채우고 옴.

일정이 다 끝나고는 사입차를 타고 하숙집으로 돌아옴.

그 뒤로 일요일은 저한테 있어 회식날임.

다단계 퇴치썰마냥 한달을 헌금은 하나도 안하고 먹기만 신나게 먹기만 하다 가니 데리러 오던 사입이 더이상 안옴.

그래서 직접 찾아가서 한달을 더 다니니 사입이 오지말라고 함.

저처럼 눈치없고 사람들하고 안 어울리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함.

눈치없는 것은 맞는데 어울리기는 잘어울렸는데 내심 억울했음. 솔직히 당시에는 눈치없는 것도 억울했음.

그 다음주부터 하숙집 사람들이 왜 교회안가냐고 물어보고 상황설명해주니 욕하면서 하루종일 낄낄댐.

그리고 그날 8시에 피시방가서 여느때 처럼 6시에 퇴근함.

지금 생각해보면 본의 아니게 사이비를 퇴치해버림.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해보니 글을 쓰는 지금 시간이 6시 되어가니 20살때처럼 6시 퇴근 뿅.

출처 20살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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