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가 도망갈 생각만 하는 사회에서 선한 약자만 피해
천안함 겪고도 해난구조체계 안 세우고 적 만들기만 급급
천안함 겪고도 해난구조체계 안 세우고 적 만들기만 급급
한국일보서화숙선임기자입력2014.04.17
귀한 생명이다. 귀하디 귀한 생명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보내나. 사고가 터지고 한 시간 너머를 미적대다가 심지어는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방송을 내보내고 선장과 선원들이 가라앉는 배에서 먼저 도망치는 일이 어떻게 생기나. 선장과 선원들이 침착하게 안내를 했으면 다 구조할 수 있었다. 또 신고를 받았으면 해양경찰, 군인, 인근의 모든 구조인력이 바람처럼 달려가 구해줘야 하는데 근해에 있는 미군이 헬기 2대를 가져와서 구조에 나선다는 것을 막기까지 했다. 이 나라에 국민을 보호하고 지켜줄 국가라는 시스템이 있기는 한 건가.
경주 리조트에서 생때같은 청년들을 보낸 지 겨우 두 달이다. 이미 4년 전에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 군인 수십여명을 구조대책 미비로 잃었다. 구조에 나선 인명까지 잃었다. 4년이나 흘렀는데 해양사고를 수습하는 대책은 하나도 세워놓지 않았다. 그때보다 더 갈팡질팡하느라 승선인원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오전에 모두 구조했다는 말을 듣고 구조하러 갔던 어민은 되돌아왔다는 증언까지 했다. 사고 신고를 받고 관제센터는 9시 6분에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퇴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자기가 탈출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못하게 방송시킨 선장이 가장 사악하지만 현장에 당도한 해경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덜 보였을 때 왜 긴급대책을 세우지 않았을까.
수많은 '그랬더라면'이 가슴을 친다. 뉴스를 보는 이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가족들은 오죽할까. 구조된 승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생 가슴에 묻고 끊임없이 왜 못했냐고 눈물 속에 되물을 것이다. 구조대가 갈 테니 시키는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던 가족은 또 어떤가. 나라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시키는대로 따를 수 있는 이들이 그들에겐 없었을 뿐인데도 그 가족은 그 말을 내내 곱씹으며 살지도 모른다. 선한 의지를 믿었다는 이유로 자책해야 하는 사회는 얼마나 미개한가.
1993년에 292명이 세상을 떠난 서해 훼리호 침몰사건이 있었다. 그때는 적어도 선장이 도망치지는 않았다. 그런데 국민소득이 2만6,000달러에 이르러 선진국 대열이라는 지금 여객선 선장이, 승객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되는데도 승객 중 대다수가 어린 학생들인데도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을 쳤다. 책임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사회가 왔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마거릿 레비는 사람들이 어떻게 공동의 규칙을 지키게 되는가를 납세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납세자는 통치자가 공동의 편익을 제공해주며 다른 사람들도 세금을 잘 낸다는 확신이 들어야만 세금을 잘 낸다고 분석했다. 남들도 규칙을 지키고 협동한다고 믿어야 규칙을 지키지 자기만 규칙을 지켜서 '순진한 바보'가 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고 했다. 하물며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각료들이 규칙을 지키지 않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데 어떻게 구성원들이 지키게 만들까. 모두들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사회가 무너지면 희생되는 이들은, 남들도 자기처럼 규칙을 지킨다고 믿은, 한국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선진국이라고 믿은 선량한 약자들이다.
간첩조작 사건이 나도 국정원장이 책임지지 않고 은행에서 수천억원대 불법대출이 일어나고 개인정보가 줄줄 새도 은행장도 금융감독위원장도 부처 장관도 책임을 지지 않은 것과 이 모든 것이 연장선에 있다.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똑같은 사고가 다시는 없도록 고민하기보다 피격을 강조하면서 핑계댈 생각에만 몰두한 결과가 지금 이 꼴이다. 북한의 공격이라면 막지 못한 이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일부는 승진까지 한, 이런 가치전도의 사회에서 국민 각자가 어떻게 책임을 배울 수 있을까. 더구나 이번에 미군의 도움을 거절한 것이 천안함 때와 비슷하게 비칠까를 우려해서라는 말까지 나오니 기가 막히다. 어떻게 보일까가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것조차 모르는 게 이 정부이다.
어떤 사회도 적으로 인해 무너지지 않는다.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다. 사회기강을 흔들어놓아서 국민을 보호할 기본시스템조차 무너뜨릴 정도라면 차라리 이쯤에서 대한민국을 책임질 능력이 없다고 물러서는 게 더 큰 희생은 막는 길이 아닐까.
서화숙선임기자
수많은 '그랬더라면'이 가슴을 친다. 뉴스를 보는 이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가족들은 오죽할까. 구조된 승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생 가슴에 묻고 끊임없이 왜 못했냐고 눈물 속에 되물을 것이다. 구조대가 갈 테니 시키는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던 가족은 또 어떤가. 나라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시키는대로 따를 수 있는 이들이 그들에겐 없었을 뿐인데도 그 가족은 그 말을 내내 곱씹으며 살지도 모른다. 선한 의지를 믿었다는 이유로 자책해야 하는 사회는 얼마나 미개한가.
1993년에 292명이 세상을 떠난 서해 훼리호 침몰사건이 있었다. 그때는 적어도 선장이 도망치지는 않았다. 그런데 국민소득이 2만6,000달러에 이르러 선진국 대열이라는 지금 여객선 선장이, 승객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되는데도 승객 중 대다수가 어린 학생들인데도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을 쳤다. 책임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사회가 왔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마거릿 레비는 사람들이 어떻게 공동의 규칙을 지키게 되는가를 납세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납세자는 통치자가 공동의 편익을 제공해주며 다른 사람들도 세금을 잘 낸다는 확신이 들어야만 세금을 잘 낸다고 분석했다. 남들도 규칙을 지키고 협동한다고 믿어야 규칙을 지키지 자기만 규칙을 지켜서 '순진한 바보'가 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고 했다. 하물며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각료들이 규칙을 지키지 않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데 어떻게 구성원들이 지키게 만들까. 모두들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사회가 무너지면 희생되는 이들은, 남들도 자기처럼 규칙을 지킨다고 믿은, 한국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선진국이라고 믿은 선량한 약자들이다.
간첩조작 사건이 나도 국정원장이 책임지지 않고 은행에서 수천억원대 불법대출이 일어나고 개인정보가 줄줄 새도 은행장도 금융감독위원장도 부처 장관도 책임을 지지 않은 것과 이 모든 것이 연장선에 있다.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똑같은 사고가 다시는 없도록 고민하기보다 피격을 강조하면서 핑계댈 생각에만 몰두한 결과가 지금 이 꼴이다. 북한의 공격이라면 막지 못한 이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일부는 승진까지 한, 이런 가치전도의 사회에서 국민 각자가 어떻게 책임을 배울 수 있을까. 더구나 이번에 미군의 도움을 거절한 것이 천안함 때와 비슷하게 비칠까를 우려해서라는 말까지 나오니 기가 막히다. 어떻게 보일까가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것조차 모르는 게 이 정부이다.
어떤 사회도 적으로 인해 무너지지 않는다.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다. 사회기강을 흔들어놓아서 국민을 보호할 기본시스템조차 무너뜨릴 정도라면 차라리 이쯤에서 대한민국을 책임질 능력이 없다고 물러서는 게 더 큰 희생은 막는 길이 아닐까.
서화숙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