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이는 두 살 터울 누나가 있는 두 남매의 막내입니다. 민성이는 키가 크고 운동을 잘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워서 3단까지 땄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킥복싱 체육관에 다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운동을 잘 했어도 민성이는 친구와 싸우기라도 하면 그냥 참고 친구한테 맞아주는 착한 아이였습니다. 막내지만 민성이는 조용하고 속이 깊고 어른스러운 아이였고 언제나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일찍 철든 아이였습니다.
민성이는 원리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래서 민성이의 꿈은 직업군인이 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민성이는 군인이 되어 나라를 잘 지키고 부모님께 효도하겠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한 번은 민성이가 길에서 교통카드를 주운 적이 있는데, 카드에 만이천원이나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냥 교통카드라서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없으니 아버지가 돈도 많이 들었는데 써버리자고 말씀하시자 민성이는 자기 물건이 아닌데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화를 냈다고 합니다. 주인을 찾아주지 못한 그 교통카드는 아직도 민성이 책상 속에 아무도 쓰지 못한 채로 잠들어 있습니다. 민성이는 그렇게 정직한 아이였습니다.
이제 민성이는 엄마 꿈에 자주 나온다고 합니다. 꿈에서 엄마가 지어주신 밥을 든든하게 먹고, 할아버지 손 잡고 위로해 드리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놀다 가기도 합니다. 오늘 민성이 생일이니까, 엄마 아빠 꿈에 민성이가 또 나와서 따뜻한 밥 든든하게 같이 먹고 꼭 안아드리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작년 날짜로 함께 생일을 맞이했던 2학년 2반 정지아 학생은 집에서 챙기시는 생일이 음력 3월 3일이라 올해는 양력 4월 9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소홀해서 (정지아 학생 미안합니다 ㅠㅠㅠ) 작년 동영상 기준으로 민성이 생일에 함께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지아 학생입니다.
지아는 외동딸입니다. 그래서 지아는 엄마하고 특히 친했습니다. 이웃 분들이 부러워하실 정도로 엄마와 꼭 붙어 다녔고 언제나 엄마한테 사랑해, 엄마 나 사랑해? 하고 물어보는 아이였습니다.
지아의 꿈은 박물관 큐레이터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아는 한국사 능력시험을 준비하면서 을지문덕 장군을 존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용맹하고 지혜롭고 글도 잘 쓰는 을지문덕 장군이 역사 속 인물들 중에서 최고로 멋지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지아도 글을 잘 썼습니다. 엄마를 위해서, 혹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면서 느낀 점,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생각한 것 등등을 시와 산문으로 써서 남겼습니다. 지아가 이렇게 남긴 글들은 지아가 떠난 뒤에 작년 (2015년) 2월, 1주기를 조금 앞두고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민성이네 부모님은 합동분향소에 자주 들르십니다. 안산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로 무료문자 보내주시면 민성이 부모님이 보실 수 있습니다. 민성이 생일 축하한다고, 잊지 않는다고, 함께 한다고 문자 한 통씩만 보내주시면 민성이 부모님께 힘이 됩니다.
지아도 생일이 지나버렸지만 #1111로 문자 보내 기억해 주세요. 각자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했던 우리의 미래들, 부모님의 희망이자 자랑이었던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