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헤어진 20대, 무차별 구타
만취 상태로 트럭 몰고 현장 돌진도서울시내 한복판에서 A씨(22)는 죽음의 공포와 맞닥뜨렸다. 지난 18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신당동 약수사거리 인근에서다. A씨가 “다시는 보지 말자”고 말하자 일주일 전 헤어진 전 남자친구 손모(22)씨는 폭행을 시작했다. 일종의 데이트 폭력이었다. 길가에 주차해 둔 트럭 뒤에서 2~3분 동안 구타가 이어졌다. 목격자 B씨는 “남자가 발로 입 부분을 찼고 그 충격으로 피가 일행 중 1명의 상의에 튀었다. 여성이 손을 뻗으면서 살려 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건 직후 손씨는 인근에 세워 둔 1t 트럭을 몰고 사건 현장으로 돌진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위협을 느꼈다”고 했다. 손씨가 트럭을 몰고 달아나자 시민 3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쫓았다. 손씨가 트럭을 세워 두고 택시로 갈아타자 시민들은 택시를 뒤쫓았다. 결국 손씨는 사건 현장으로 되돌아와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일이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돌아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현장에 출동한 약수지구대 경찰관들이 본 A씨의 상태는 심각했다. 앞니 3개가 빠지고 다른 치아 2개가 부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타박상을 입었다. 붙잡힌 손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0.165%였다. 그는 지구대로 연행된 뒤 마시던 물을 경찰관 얼굴에 뱉고 고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손씨는 특수폭행과 음주운전,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19일 구속됐다.
연인이거나 연인이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데이트 폭력’이 계속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년에 일어난 데이트 폭력은 2014년에 비해 1000건 이상 증가한 7692건이었다. 지난해에도 8367건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 5년간 일어난 데이트 폭력사건 중 살인이나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된 사건은 모두 467건이다. 데이트 폭력을 막을 수단은 가정폭력에 비해 제한적이다. 가정폭력은 ‘가정폭력범죄특례법’에 따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긴급임시조치로 격리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은 이 같은 법이 따로 없어 살인·성폭행·상해 등 일반 형사사건으로 분류돼 처리된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2월 ‘데이트폭력처벌특례법’을 발의했지만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며 폐기됐다.
시민들이 여성을 피신시켰으나 이 남성은 트럭을 몰고 와 위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