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중학생들은 영화 '인터스텔라' 덕분에 실제 우주로켓에 거의 쓰이지도 않는 복잡한 상대성이론은 척척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실제 로켓에서 쓰이는 원리는 제대로 모르는 현실. 아빠-엄마도 로켓 원리를 아이에게 설명할때 난감하고, 심지어 초중학교 교과과정에서 제대로 다루지도 않습니다.
과연 로켓은 어떻게 하늘을 날고, 우주를 날 수 있을까요?
"작용(액션) - 반작용(리액션) 때문!"
요기까지 아는 부모님들과 선생님은 아마도 절반쯤? 하지만 용어만 알지, 실제로 작용-반작용 법칙이 로켓 원리에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히 아는 분은 굉장히 드뭅니다. 다른 선진국들에선 초등학생들도 탐사선이 어떻게 화성-소행성까지 날아가는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정확히 배우고 원리를 체득할 기회를 줍니다.
- 로켓은 배기가스를 내뿜어서 공기를 밀어내며 날아간다?
그러나 로켓은 공기가 전혀 없는 우주공간에서도 날아갑니다.
정확히 말하면 로켓은 배기가스가 공기를 밀어내서 날아가는게 아니라, 배기가스가 뒤로 뿜어질때 반작용으로 로켓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걸 작용-반작용 법칙이라고 합니다.
- 작용과 반작용은 무엇인가?
모든 물질은 무게(질량)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60kg 몸무게의 사람이 진공상태인 우주공간에서 0.6kg의 공을 100km/h의 속도로 던졌다고 칩시다. 땅위에서 그렇게 공을 던지면 사람은 그냥 있고 공만 처음에 100km/h 속도로 날아가다가 차차 속도가 줄면서 땅으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안그렇습니다.
0.6kg의 공을 시속 100km/h로 던지면 그 순간에 60kg 몸무게의 사람은 공과 정반대방향으로 시속 1km/h의 속도로 날아갑니다. 두 물체는 서로의 무게 x 속도의 합산치가 동일해야 합니다. 이게 작용-반작용 법칙입니다.
- 사람(60kg) x 속도(1km/h) = 60의 운동량.
- 공(0.6kg) x 속도(100km/h) = 60의 운동량.
우주공간에서 같이 붙어있던 물체가 떨어지면, 두 물체는 위와 같이 결국 동일한 운동량으로 서로 정반대쪽으로 멀어집니다. 무게가 무거운 쪽은 좀 느리게, 무게가 가벼운 쪽은 더 빠르게 멀어지죠. (원래 위치하고 있던 곳에서...)
왜 지상에서는 저렇게 안되냐면 사람은 중력 때문에 지구에 찰싹 달라붙어 있어서고, 공은 처음에는 날아가다가 공기에 부딪쳐서 느려지면서 역시 중력 때문에 땅에 찰싹 달라붙게 되서 저런 현상을 못느끼기 때문이죠. 무중력 상태인 우주공간에서는 사람도 어디에 찰싹 붙어있는게 아니라서 저런 현상을 직접 볼 수 있게 됩니다.
이 정도면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다 저학년의 경우는 수치 보다는 사물을 비유하면 더 쉽죠.
지상에서 쉽게 작용-반작용을 느낄 수 있는것은 많습니다. 위 그림처럼 사람에 배에 탔다가 땅으로 올라탈때 사람의 무게에 대한 반발력으로 배가 뒤로 밀려나는것은 다들 경험하셨을겁니다. 무거운 사람이 내릴수록 배는 더 힘차게 뒤로 밀려납니다.
- 로켓은 가스가 내뿜어지는 뒷쪽으로 압력이 생긴다는데 그게 뭘까?
로켓의 원리를 설명할때 교과서에 가장 흔히 나오는 그림입니다. 풍선에 공기를 채우면 풍선 안쪽에 공기의 압력 때문에 풍선이 부풀어 오르죠. 그런데 갑자기 꼭지를 열면 공기가 뒤로 빠져나가서 그 힘으로 앞으로 날아갑니다.
풍선이 공기를 내뿜는 반대쪽으로 날아가는 이유는 공기가 미세한 입자라서 무게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기가 뒷쪽의 공기를 밀어내서 앞으로 나가는게 저얼~대 아닙니다!
- 로켓은 배기가스를 내뿜는데 그걸로 어떻게 날아갈까 ?
작용-반작용 법칙에서는 반드시 두 물체가 모두 무게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한쪽이 설령 깃털이래도 극히 희박한 무게라도 있어야 반대쪽 물체도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반대쪽으로 날아가죠.
로켓은 내부에 연료를 채우고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던 상관은 없지만 연료도 무게가 있죠. 그리고 그 연료를 태우면 연기(배기가스)가 됩니다. 질량보존의 법칙에 따라 연기도 무게가 분명히 있습니다만, 부피에 비해 턱없이 가볍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대기 역시 무게가 있습니다. 무게가 부피에 비해 매우 가벼워서 평소엔 못느껴서 그렇죠.
로켓은 연료를 불태워서 매우 뜨거운 배기가스로 만듭니다. 그리고 그 배기가스를 엄청난 압력으로 만들어서 좁은 구멍으로 분사하기에 배기가스가 로켓의 뒷꽁무니로 나올때 엄청난 속도를 지니게 됩니다.
군용 미사일부터 시작해서 우주왕복선에 이르기까지, 로켓이 내뿜는 배기가스 최고 속도는 음속(마하)의 10배나 됩니다. 그러다보니 아까 위에 설명한 물체의 무게 x 속도 = 운동량 이므로 매우 가벼운 배기가스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워낙 뿜어져나오는 속도가 빨라서 로켓은 가스무게에 비하면 엄청 무거워도 그 반작용으로 조금씩 날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는겁니다.
깃털 무게의 가스가 음속의 10배로 뿜어져나갈때, 코끼리 무게의 로켓은 매우 느리지만 서서히 반대쪽으로 움직입니다. 요것이 로켓의 핵심 원리입니다. 깃털도 무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면 코끼리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 물로켓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로켓 원리 교재!
초등학생들에게 로켓 원리를 체험시킬 때 흔히 사용되는 물로켓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병속에 물을 넣은후, 펌프로 공기를 채워놓고 압력을 가하면 노즐(뚜껑)을 열면 공기의 압력으로 물이 힘차게 뿜어져 나오죠. 그리고 로켓은 날아갑니다.
여기서 왜 물로켓이 날아가는지 실제로 느낄 수 있는데요, 또 몇몇 사람들은 물이 뿜어져나와서 그 힘으로 주변의 공기를 밀어내서 물로켓이 날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로켓은 연료를 태워서 매우 빠른속도로 배기가스를 내뿜지만 물로켓은 그나마 느린속도로 물을 내뿜습니다. 뿜어져나가는 가스와 물의 속도차이가 큰데도 물로켓은 매우 힘차게 날아가죠?
그 이유는 물로켓의 연료인 물이 부피에 비해 굉장히 무거운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작용-반작용에서는 추진력은 뿜어져나가는 연료의 무게x속도에 비례합니다. 비록 물로켓에서 내뿜어지는 물(배기가스??)의 속도는 매우 느려도, 물이 충분히 무거워서 그 반발력은 물로켓을 날리기 충분합니다.
물로켓의 원리는 우주공간에서도 적용되므로, 우주에서도 물로켓은 발사됩니다.
- 만약 빛에도 무게가 있었으면?
태양빛이나 전등빛, 레이져 등은 모두 무게가 전혀 없는 빛(광자)입니다. 빛의 속도는 광속이죠. 만약 빛에 극히 희박하지만 눈꼽만큼의 무게가 있었다면? 그 엄청난 속도 때문에 만약 레이져 포인터를 쏘면 반작용으로 사람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갈겁니다. 작용-반작용은 무게x속도에 비례해서 운동량을 갖기 때문에 아무리 가벼운 물체라도 엄청 빠른 속도라면 그걸 쏜 물체 역시 무겁더라도 날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인류는 광선총을 뒤로 뿅뿅 쏘면서 앞으로 날아가는 로켓을 못만들고 굉장히 무거운(?) 연료를 로켓에 넣고 쏴야 해서 태양계 밖으로 못나갑니다.
만약 지금처럼 연료를 불태워서 뜨거운 배기가스를 만들고, 그 배기가스를 내뿜는 방식이 아니라 빛처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연료를 내뿜는 로켓이 나온다면 적은 연료로도 훨씬 멀리 갈 수 있겠죠? 그런게 있습니다!
이온 엔진이라는 녀석입니다. 연료를 전기로 지져서 매우 뜨겁게 만들면 이온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이온을 전기장으로 매우 빠르게 가속합니다. 기존의 로켓엔진으론 배기가스의 배출속도가 고작(?) 음속의 10배 이상 만드는것도 어려운데, 이온엔진은 이온의 배출속도가 음속의 100~200배입니다. 물론 빛의 속도는 음속의 900만배라서 그에는 한참 못미치지만, 이온엔진은 연료를 태우는게 아니라 연료를 이온화 시켜서 전기로 가속합니다. (대신 전기를 완전 처묵처묵합니다.)
이온엔진은 똑같은 연료(무게)를 로켓에 넣어도 더 멀리 갈수 있습니다. 화성까지 가는 로켓에 이온엔진 달면 태양계 탈출은 식은죽 먹기.
하지만 이렇듯 좋은 이온엔진도 한가지 결정적 단점이 있습니다. 엔진의 크기와 무게에 비해 배출되는 이온의 양이 터무니 없이 적다는거죠. 즉, 추진력이 매우 매우 약합니다. 로켓엔진들은 엄청난 양을 배기가스를 내뿜어서 추진력이 무지 강하지만 연료의 소비가 많다면, 이온엔진은 배출되는 이온의 속도가 무지 빨라서 효율이 일반 로켓엔진보다 십여배 더 좋지만 이온의 양이 너무 적어서 추진력이 매우 작다는거죠.
이온엔진으로는 처음에 지상에서 로켓을 쏴서 상승시킬 추진력을 도저히 얻을 수 없습니다. 암만 이온을 초고속으로 내뿜어도 무게가 거의 없어서 로켓은 꿈쩍도 안합니다. 작용-반작용에서 속도도 중요하지만 무게도 무시못하기 때문이죠. 배기가스가 차라리 이온보다 무게가 엄청 무거운겁니다.
하지만 이온엔진은 우주공간에서는 충분한 시간 동안 추락하지 않고 엔진을 쓸 수 있어서 적은 연료로도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일반 로켓엔진으론 하루만 가동시켜도 도달할 수 있는곳에 가려고 해도 몇달 동안 가동시켜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요. 느려터져서 병맛이지만 연료절약에는 꿀맛인게 이온 엔진입니다.
로켓의 기본 원리에 대해서 오늘은 여기까지! 처음엔 쉬운데, 뒤로 갈수록 아리송해지죠? 근데 모두 같은 말이란건 이제 이해되실듯. 그래서 로켓의 원리를 쉽게 이해하기 힘든겁니다. 말로는 쉬운데 그걸 이해하기는 아리송함.
차차 생각의 틀을 바꿔가다가, 어느날 쏙 머릿속에 들어오면 당신은 이제 어엿한 로켓박사!
로켓 원리에서 가장 어려운(?) 작용-반작용을 이해하셨으면 이제 앞으로 더 흥미진진한 로켓의 원리를 계속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