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유쾌한 딜레마 여행 (쥴리언 바지니 지음, 정지인 옮김)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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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와 버티는 조숙한 꼬마들이다.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이 이들도 자기들끼라만 통하는 언어로 게임을 한다. 두 꼬마는 지켜보는 어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딱정벌레' 라는 게임을 특히 좋아한다.
그것은 아이들이 상자 두 개를 발견한 어느 날 시작되었다. 루드비히는 각자 상자를 하나씩 가진 후에 자기 상자만 들여다보고 상대방의 상자는 보지
말자고 제안했다. 자기가 선택한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묘사해도 안 되고, 상자 밖에 있는 무엇과 비교해서도 안 된다. 대신 각자 자기
상자 안의 내용물을 '딱정벌레' 라고 이름 짓기로 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아이들은 이 놀이를 재밌어했다. 둘은 자기 상자에 딱정벌레가 있다고 자랑했지만, 누군가가 그 딱정벌레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고
하면 한결같이 거절했다. 사람들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둘 혹은 둘중 하나는 비엇거나, 아니면 두 상자에 전혀 다른 것이 들어 있으리라는 것 정도였
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상자 속의 내용물을 계속 '딱정벌레' 라고 부르길 고집했으며, 자기들의 게임에서 그 단어가 완벽하게 합리적인
용도를 갖고 있다는 듯 행동했다. 이 점이 특히 어른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딱정벌레'는 무의미한 단어일까, 아니면 그 아이들만 알고 있는 어떤
비밀스러운 의미가 있는 것일까?
Source :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195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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