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유 글들을 눈팅하다가 전의경과 집회시위에 관한 글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요즘 한국사회는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서울에 첫 야간시위가 있다죠. 그 소식을 접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2011년 7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의경으로 복무했습니다. 저는 의경 중에 최전방이라는 서울 기동대에 복무를 했죠.
전역한지 1년이 지난 지금, 그 시절을 생각하면 의경으로 복무하면서 수많은 역사적 현장의 중심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했다는 것이
저에게는 타 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의경만의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복무하면서 느낀 점은 집회시위라는 것이 정치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행위였다는 것이고,
집회 시위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숨겨진 모습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래. 서.
제가 의경생활에 있어 보고 느꼈던 점 어찌보면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잘 접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저의 개인적 경험과 관점에서 작성되었다는 것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글을 짜임새 있게 쓸 재주가 별로 없어서 이야기는 옴니버스식(?)으로 각각의 소주제에 대해 털어보는(??)식으로 작성할까 합니다.
너무 방대한 양이라 몇회에 걸쳐 연재할까 합니다. 우선 1화의 주된 내용은 전의경 자체에 관련된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전의경 입대를 생각하고 있거나 예정중인 청년분들이 보시면 재미있으실 것 같습니다. ㅎㅎ
#1. 전의경이란?
전의경은 전경과 의경을 통칭하는 말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아실 것입니다.
전경은 전투경찰순경의 준말이고 의경은 의무전투경찰순경의 준말입니다.
뭐 이런식의 사전적 정의는 구질구질할 뿐더러 전경이 폐지된 지금 별 의미도 없죠.
그래서 실질적으로 전의경이 자대배치에 따라 어떤 일들을 주로 하는지를 중점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2. 전의경이 되면 하는 일
서울을 기준으로 전경과 의경은 후반기 교육을 받는 벽제수련원(저희 때 부터는 경찰학교를 가지 않았습니다.)에서
앞으로 자신의 군 생활의 절반을 결정지을 자대배치라는 것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의 자대배치는 크게 경찰서 소속으로 배치 되는지 서울의 기동단 소속으로 배치되는지를 나누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벽제에서 자대를 배치받으면 크게,
1) 경찰서에 소속된 경우
2) 기동단에 소속된 경우
3) 특수 직할부대에 차출된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만약 의경에 지원한 당신이 무사히 벽제까지 와서 자대배치를 받는다고 가정합시다.
1) 경찰서 소속이 된 경우
경찰서 소속으로 발령받는다면 당신은 크게 방범순찰대(이하 방순대)로 가느냐 타격대로 가느냐로 갈립니다.
방범순찰대는 말 그대로 주 업무가 관내의 방범을 지원하는 것이 주 임무입니다만.......
그딴거 없이 서울지역 방순대는 모두 기동단 소속 격대에 편성되어
(격대라는건 간단히 말해서 시위진압시 3 부대가 한팀이 되서 행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시위진압 나갑니다 전. 부. 다.
그리고 지휘검열도 다 받습니다. 전. 부. 다.
(이후에 격대니 지휘검열이니 하는건 다시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겁니다.)
그래서 은근히 서울에선 방순대가 기동대보다 더 힘들 수 있다고 하는 이유가 방범돌거 다~ 돌고, 시위 나갈거 다~ 나가고, 훈련 다~ 받고,
오히려 기동대보다 생활이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만약 당신이 방순대가 아니라면 타격대로 배치될텐데요.
원래 타격대는 전경에서 보내는 것으로써
주업무는 거의 경찰서 문앞을 지키는 경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뭐 유사시에 다른 일도 많이 한다는데 거기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마 각 관내 검문소 경비도 타격대가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이 자대에서 이쁨을 받거나 능력을 인정받거나 운이 좋다면(이게 젤 중요!!),
부대행정병이나, 상황실 근무, 취사병, 운전병, 교통업무 등 경찰서에 있는 곳은 거의 다 가 볼 수 있습니다.
(뭐 이런건 육군이랑 다 비슷하죠. 아무나 다 못가는 소위 꽃보직류라 그렇지만,)
2) 기동단 소속이 된 경우
만약 여러분이 경찰서 소속이 아니라 기동단 소속이 된다면, 일단 벽제에서 여러분은 경찰서로 발령받은 동기들의 놀림에 시달릴겁니다.
"ㅋㅋ 기동대라니 우리는 빵과 순대사먹을때(그래서 빵순대라는 별명이 있죠.) 너네는 뺑이치겠네 ㅋㅋㅋ."
그러나 여러분이 있는 곳이 서울이라면 그런 말을 하는 그친구들이 더 멍청한거니(자기들도 똑같이 뺑이칠 운명인건 생각도 못하고ㅉㅉ)
그런 건 가뿐히 무시해버리십시오. 그리고 기동단에 배속된 친구들은 아직 한번의 주사위를 더 굴려야 합니다.
여러분 기동단에 배속된다고 모두 진압중대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기동단 내에는 진압중대 외에도 교통중대나 시설중대라는 것이 있습니다.
교통중대는 교통정리 지원을 주 업무로 하는 중대이고, 시설중대는 역대 전 대통령들 사저나, 주요 당사, 대사관 등
특수한 시설경비만을 전담으로 하는 부대입니다.
그리고 이런 교통중대나 시설중대는 기동단마다 균등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중대 배속은 여러분들이 기동단에 가서야 알게 됩니다.
이말인 즉슨 여러분이 기동단에 가서 시위진압을 하지 않을 확률이 적어도 30%정도는 된다는 거죠.
그러니 기동단에 가서 시위진압만하는 건 아닐까 절망할 필요도 업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설사 진압중대 가더라도 요즘 서울지역 추세가 기동대도 방범순찰 다 보냅니다. 많이 보냅니다.
그러니 우리 빵순이(방순대) 여러분들과 업무의 차이가 점점 없어진다는 거죠.
그러니 기동단 소속이라고 절대 실망하지 마세요.ㅎㅎ
3) 특수 직할부대에 차출된 경우
사실 특수 직할부대는 제가 '발령'이 아닌 '차출'이라고 기술했습니다.
이유는 서울청 직속 특수직할대는 벽제에 가시면 모집하러 옵니다.(물론 티오가 있을때만^^)
그런데 전경이 사라지면서 특수직할대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늘었습니다.
특수직할대를 간단히 설명드리면 경찰특공대, 국회경비대, 정부청사경비대, 공항경찰대, 202경비대 등
종류가 많다보니 직할대 모집에 합격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많습니다.
그러나 직할대라고 아무나 다가는건 절대아니죠.
보통 제 기억을 기준으로 먼저 그쪽에서 서류심사를 하고, 면접을 볼 사람을 미리 선발합니다.
거기서 면접을 봐서 들어가는 거죠.
자, 그렇다면 어떤사람이 서류심사에서 잘 통과될까요?
일단 키가 크고, 학벌 좀 있고, 사격 점수가 우수하거나, 분대장이나 소대장 훈련병 출신 이런 친구들이
서류통과가 잘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특수 직할대의 경우 좀 하는 일도 각각 다르고 아는 것도 별로 없어서 제가 설명드릴 수 있는건 여기까지입니다.
(그런대 보통 경비업무가 주로일겁니다. 그리고 특공대의 경우 그냥 군견병만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전의경이라는 자체가 시위진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외로 다양한 일을 합니다.
그래서 전의경을 쉽게 폐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왜냐하면,
경찰에서 이렇게 싸게 부려먹을 수 있는 인력이 없으니까요. 그러니 경찰의 다양한 업무에 투입시켜서 인건비 절감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전의경 폐지가 항상 이슈인데 정부는 다른걸 없애는 한이 있어도 전의경은 절대 없애지 않을 겁니다.
#3. 왜 전의경에 지원하는가?
그렇다면 20대 청년들은 왜 전의경에 지원할까요?
순전히 제 주관적 시각에서 20대 청년들이 의경에 지원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1) 경찰이 되고싶은 친구들
사실 제 선임들만 보더라도 이 이유로 의경을 지원하게 된 친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바로 경찰이 되고 싶어서죠.
경찰이 언제부터 전의경특채를 시행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만, 확실히 경찰이 꿈인 사람들은 전의경 출신이라면 상당히 유리합니다.
일단 전의경 특채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닌데 1년에 시험을 두 번 볼수 있습니다.
즉 남들은 일년에 한 번 시험응시 자격이 주어진다면 전의경들은 일반전형과 전의경 특채 이렇게 일년에 두 번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공무원을 꿈꾸시는분들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전의경 복무를 하면 경찰업무를 미리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죠.
앞에서도 말했지만 시위진압말고도 방범, 교통등 다양한 경찰 업무를 해 볼 기회가 있으니 경찰을 꿈꾸는 사람들은 좋겠죠.
(실제로 경찰행정학과 출신들이 의경으로 잘 오는 편입니다.)
그리고 경찰에 뜻이 없던 주위 선후임들도 의경나와서 경찰에 꿈을 갖고 도전하는 경우를 상당히 많이 봤습니다.
그리고 소문이지만 경찰생활할때 전의경출신을 윗분들이 좋아하신답니다. 일 잘한다고 말이죠. 그만큼 경찰생활이 익숙하다고나 할까요.
2) 꿀을 빨고싶은 친구들
제 근기수 선임이나 제 뒤로 오는 후임들을 보면서 점점 이 이유에 해당하는 지원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의경 생활이 꿀이라는 소리가 많이 퍼져서죠.
사실 의경이 타 복무에 비해 복지여건이 상당히 좋은건 사실입니다.
우선 일주일에 1회 휴무 1회 외출 무조건 보장입니다. 1회 휴무는 그냥 부대에서 쉬면서 정비하는 건데, 1회 휴무는 토,일 중 하루를 09시에서 18시까
지 무조건 놀러나가라고 외출을 줍니다. (전에는 20시까지였는데 이제는 18시로 고정됐다는 군요.)
그래서 1주일에 1회 부대 근처든 도심이든 나가서 영화를 보던가, 피씨방을 가던가 맘대로 해도 됩니다. 물론 사고는 치지 말아야죠.
그리고 의경은 2달을 주기로 2박3일의 정기 외박이 있습니다.
(부대마다 상황이 달라 2달 좀 넘길수도 있고 2달 좀 안쪽이 될수도 있는데 보통은 두 달임)
공군이랑 비슷한데, 다른점은 의경은 특박이 많습니다.
일반 육군처럼 대회에서 성적이 좋아서 특박을 주기도 하지만, 명절특박, 그리고 큰 시위가 있거나 지방 지원을 가면 특박
심지어 자격증을 따도 특박을 줍니다. 게다가 정기휴가 다 있습니다.
결국에는 한달에 한번꼴로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 주위사람들이 군대간 거 맞냐고 투정할 정도죠.
중요한건 이런 모든 혜택을 누리면서 군복무 기간은 육군과 똑같은 21개월이라는 거고, 월급도 더받습니다.
(거의 육군 월급 + 2만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보통 해공군은 육군과 달리 특혜를 받는 대신 복무기간이 육군보다 긴데,
의경은 해공군보다 더한 혜택을 누리는데도 복무기간이 육군과 같은 겁니다.
이건 의경 나온 제가생각해도 참 꿀입니다.
예전에 붐이 한창 150일 영외활동으로 특혜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사실 의경도 영외활동 다 합치면(정기외출까지) 120일 정도는 혜택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도 계산을 안해봐서 모릅니다.
그래서 10년전만 해도 제일 하기 싫었던 복무형태 중 하나인 의경이 요즘은 카투사급의 인기를 보여주며 20대 친구들의 지원율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누가봐도 꿀빠는 의경, 누가 이렇게 만든걸까요?
바로 오늘날의 의경을 만든 아버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간에 경찰청장 역사상 가장 불명예스러운 청장 중에 하나로 꼽는 자,
그 이름은 바로,
경찰청장,
조.
현.
옵니다.
<다음 이야기>
간단히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시간이 늦어 내일 연재하겠습니다.
다음화 내용은 의경을 오늘날의 복무계의 귀족으로 만들어 놓은 조현오의 업적(?)과
대한민국 집회시위 역사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던 2008년 촛불집회의 이야기와
그 촛불집회가 대한민국의 시위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촛불집회 이후에 경찰의 대응기조도 어떻게 바뀌었는지,
내용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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