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WBC 1라운드에서 떨어졌습니다.
시범경기가 한참인 요즘 그 후폭풍은 롯데와 삼성에게 집중된 듯 보입니다.
(삼성과 롯데는 현재 나란히 8위와 9위의 순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삼성은 감독 포함 투수 3명, 포수 1명, 내야수 1명이 빠져나갔고
롯데는 투수 2명,포수 1명, 외야수 2명이 빠졌었습니다.
9구단체제로 어느 때보다 접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즌에서
주축선발과 주전포수, 타선과 수비의 중심 축들이 시즌 전에 자리를 비웠다는 것은
국가대표가 아닌 한팀의 팬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해도 마이너스라고 생각합니다.
팀의 중심 선수들이 팀의 리듬과는 다르게 자신의 몸 상태를 끌어 올렸다는 것은
자칫하면 팀의 리듬이 같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그것은 팀의 두께가 얇은 팀일 수록 더욱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06년 WBC, 08년 베이징올림픽, 09년 WBC는
대한민국 야구국가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야구팬들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 기점입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활약하는 것은 팬들에게도 큰 흥미거리입니다.
하지만,
해외원정과 국제대회의 중압감등을 이겨내고 다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은 선수가 감독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시즌 중 갑작스런 슬럼프와 부상, 그리고 팀의 부진 등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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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년 WBC 한화이글스 소속 명단
김인식(감독), 구대성(투수), 김태균,이범호,김민재(내야수)
08년 베이징 올림픽 한화이글스 소속 명단
류현진(투수), 김민재(내야수)
09년 WBC 한화이글스 소속 명단
김인식(감독), 류현진(투수), 김태균,이범호(내야수)
한화이글스는 전통적으로 두꺼운 선수층의 야구가 아닌 엘리트적인 선수에 의존하는 야구를 해왔습니다.
현재 프로야구 통산 다승 1위(송진우,209승), 2위(정민철,161승)와 장종훈, 이정훈, 구대성, 한용덕 등 많은 레전드들의 고향이며
자체적인 순혈주의로 빙그레에서 한화로 이어지는 중심 투타를 몇몇 선수들의 꾸준한 활약으로 10년이 넘게 지켜주었습니다.
이는 반대로 팀의 선수층이 그만큼 얇아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구단에서도 안일한 육성 시스템과 스카웃 능력의 하락을 가져왔습니다.
삼성이나 두산, SK같은 최근 꾸준한 강팀에 비해 선수층이 얇은 한화같은 팀은 선수 한명,한명이 팀에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 합니다.
한화이글스는 06년~09년 3년간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이 좋은 성적을 올린 것과 같이
05년 플레이오프 진출, 0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07년 플레이오프 진출의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우승의 적기로 예상했던 08년 베이징올림픽 브레이크 전까지 두산과 승차없이 승률 5리 차이로 리그 3위를 지킵니다.
온 국민이 열광했던 베이징올림픽 전반기 브레이크 후...한화 팬들은 더이상 웃지 못합니다...
한화이글스는 8승 16패의 참단한 성적을 기록하며 당연할 것 같던 가을잔치를 내주고 5위로 순위가 폭락, 2013년 현재까지 긴 암흑기의 시작을 알립니다.
그 후 09년 WBC에서 또 다시 감독과 주축 타자들이 좋은 활약을 했지만 시즌 중 이범호, 김태균이 차례로 부상을 당하며
한화이글스는 빙그레와 한화 역사를 통틀어 창단 후 처음으로 리그 최하위의 수모를 겪게 됩니다.
물론 한화이글스의 최근 몇년 간의 부진은 국가대표차출이 아닌 구단 내부의 문제가 더욱 큽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80년대 빙그레에 입단한 강철같은 투수, 타자들이 15년 이상 투수와 타자의 중심을 담당했으며
제이 데이비스라는 KBO 역사상 레전드급 중견수가 등장하여 오랜기간 활약하였으나 이로 인해 현재 외야 선수 수급에 소홀,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맞을 수 있는 팀에서 안일한 운영으로 인해 투자나 신인급 선수 키우기를 등한시 한점,
최근에서야 건설된 2군 경기장, 시즌 중 주전 3루수가 군에 입대하는 촌극, 코치-선수들의 지나친 이글스 순혈주의 등
쌓이고 쌓인게 터져서 암흑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한대화 감독에 대한 감정은 그리 좋지 않으나, 없는 살림 맡아서 선수들 해외진출+군대 보내다가 짐 싼 것은 안쓰럽습니다)
눈물나는 암흑기를 겪고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명감독이 부임하고 젊은 선수들 기를 팍팍 살려주고 있습니다.
팬들이 그토록 원하던 세계적인 시설의 2군 경기장이 완공되었습니다.
젊은 투수들 새가슴으로 만들고 수비라인을 무너지게 만들었던 작은 구장이 넓어졌습니다.
배스, 션헨, 카페얀, 오넬리, 연지 등등 수준 이하의 외인을 뽑지 않았습니다.
슬프지만 우리에게 한달이나 자리를 비우는 국가대표는 4번타자 김태균 한명입니다.
한번에 쌓이고 쌓인게 터진게 오히려 다행입니다.
당장 한화가 가을잔치에 초대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2013년 올 시즌 한화팬들은 야구 보는 즐거움의 요소가 많아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