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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오거리의 까마귀들, 1. 태양을 위하여 - 1
게시물ID : pony_376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가필
추천 : 3
조회수 : 35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3/23 22:10:45

 어스 포니는 숨이 찼다. 땀이 찬 갈기가 목덜미에 달라붙고 다리가 아파 떨려도 그는 걸음을 멈추는 법이 없었다. 회벽돌로 지어진 낮은 건물들 사이로 난 삼거리와 사거리와 오거리를 지나고 오르막길을 지났을 때에야 그는 끌고 있던 수레를 멈춰 세웠다.
 “이젠 이 짓두 접든가 히어야제 원.”
 어떤 자세로 앉아도 무릎이 아프다. 늙어빠진 남자는 길 구석에 드러누웠다. 발길이 뜸한 길이니 잠깐 길 좀 막는다고 해서 무슨 사단이 일어나진 않으리라.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몇 ― 말 그대로 높으신 ― 포니들이 열기구를 띄워놓고 놀고 있었다.
 “지이이미럴! 누군 일허고 싶어서 허는감.”
 불만이 가득한 말을 뱉으면서도, 그는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큰아들은 병신이 되었고 작은 것들은 밤마다 굶어 운다. 그가 계속 쉬다가는 그 울음마저 끊길 판국이었다. 그는 다시 지붕 없는 마차를 끌었다. 수십 년 간 수레를 끌어온 무릎은 용케 박살나지 않았다.
 길 건너편에서 온 발짓을 보고, 그는 그쪽으로 수레를 끌었다. 말끔한 정장을 입고 꽃집에서 나온 손님은 꽃다발 몇 개를 먼저 좌석 위에다 던져놓고 그런 다음에야 수레에 올라탔다. 제법 말쑥한, 그의 아들보다 서너 살 쯤 더 먹었을 유니콘이었다. 생김도 종도 다르지만 아들놈이 떠오른다. 집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누워 있는 아들을 생각하니 그는 속이 울렁거렸다. 그는 메스꺼운 것을 간신히 참아 넘겼다.
 “어디로 모실깝쇼, 손님?”
 사투리 심한 시골 억양에 손님은 그를 흘낏 보고,
 “왕립 병원으로 갑시다.”
 하고 답하는 것이었다.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왕립 병원! 이곳 캔틀롯에서, 아니 이퀘스트리아 전체에서 가장 훌륭한 병원이 아닌가. 또한 그나 그의 아들은 감히 갈 엄두도 내지 못하는, 높으신 ‘나으리’분들이나 가 치료를 받는 곳이었다. 젊기만 한 줄로 알았던 유니콘이 다시 보인다.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옷감이 좋아 보였고 몸에선 좋은 향내가 났다. 왕립 병원에서 안락하게 투병하시는 ‘나으리’분들과 동급이거나 아니더라도 비루한 어스 포니 늙은이보단 훨씬 높으신 ‘나으리’분의 가족분이나 부하분이라 생각하니 포니가 달라 보이는 것이었다.
 “저, 나리. 아무래두 그곳으론 못 갈 것 같은디요…….”
 “여기서 조금 멀기야 하다만. 왜, 돈이 없을 것 같습니까?”
 “아아니요!”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에 그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깊게 패인 주름에 땀이 들어찼다. 혹시 ‘나으리’께서 오해라도 하실까 그는 재빨리 부연했다.
 “저어, 나리, 왕립 뱅원엘 갈라믄 왕가동(王家洞)에 들어야 허는디, 그기 도처에 깔리신 나릿님들이 쇤네 같은 작자들은 얼씬두 허지 못허게 허신당게요.”
 말대로였다. 집집마다 고관대작과 그 가족들이 사는 ― 모르는 포니들은 그저 왕가동이라 부르는 ― 태양구(太陽區)를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순시하는 근위대원들이 여러 거지들, 잡상인들, 마술사들 따위의 출입을 막기도 하고 더러는 두드려 패 쫓아내기도 하는 것이었다.
 “나릿님? 아, 근위대들 말씀이군.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근심하지 마시오.”
 과연 그가 태운 승객은 정말로 ‘나으리’였던 것이다. 인상도 시원시원하고 목소리도 나긋하고 정중한 것이 마음씨가 좋은 듯했다. 이곳에서 왕립 병원까지는 근 한 시간이 걸리는 장거리라 이용금이 상당할 터였고, 어쩌면 선하신 ‘나으리’께서 불쌍하고 천한 어스 포니에게 덤으로다가 몇 푼 더 챙겨 주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대금을 벌써 받기라도 한 양, 그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늙은 그와 다친 아들의 불우한 신세라도 주절거릴까 하다가 그는 생각을 바꾸어 입을 닫았다. ‘나으리’께서 하천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으실까봐서이다. 오히려 불쾌하고 괘씸하게 여길지도 몰랐다.
 손은 과묵했다. 잡배들이나 만무방들처럼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았고 다른 ‘나으리’들처럼 거만하게 제 자랑을 하거나 마부를 깔보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누구든 으레 묻기 마련인 언제 도착하느냐, 이 길이 맞느냐, 비용이 얼마이냐 하는 것 따위의 말조차 묻지 않은 젊은이답지 않은 이였다.
 대답할 일이 없으니 편하기도 하다만 적이 심심하다. 마부는 마부 나름대로 열심히 발을 놀려 무료함을 잊었고 손님도 무언가를 생각하느라고 마차 밖의 풍경이 바뀌는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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