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하 공단)은 경주 방폐장에 지하수 배관 추가 설치를 2021년 5월 완료하고 8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으나, 12월부터 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하는 등 부실시공이 드러났다. 공단은 지난 5월 월성원자력안전협의회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배관 보수 작업에 착수했다. 부실시공이 드러난 약 1.8km 길이의 지하수 배관은 지진 대비책으로 설치한 안전 설비여서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경주 방폐장(1단계 동굴 처분장)은 건설 당시부터 다량의 지하수 누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중저준위 핵폐기물 10만 드럼을 처분하는 동굴 처분장은 해수면보다 약 100미터 아래의 암반에 건설했다. 정부와 공단은 깊은 암반에 핵폐기물을 처분하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의 유출 위험은 전혀 없다고 국민과 경주시민을 설득했다. 그러나 방폐장 공사 때 하루 3천 톤 이상의 지하수가 쏟아져 나왔다. 지하수가 다량으로 흐른다는 것은 튼튼한 암반이 아니라 거미줄처럼 깨어진 암반이란 뜻이다. 암반의 갈라진 틈을 따라서 지하수가 줄줄 흐르는 것이다. 또한 지하수 때문에 핵폐기물 드럼통이 부식되고, 드럼통에서 새어 나온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에 섞여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게 된다.
결국, 거대한 동굴 처분장 전체에 차수막을 덧붙이고 처분장 최하단부(해수면 –130m)에 집수정을 설치해서 지하수를 뽑아내고 있다. 지금은 양이 줄어서 하루 1500톤 정도 나온다. 그런데 지하수를 뽑아내던 통로의 내진 성능이 뒤늦게 문제가 됐다.
규모 6.0 지진이면 동굴 처분장 위험 보강 배관 운영 5개월 만에 누수 발생
집수정에 모인 지하수는 수직구에 설치된 배관으로 뽑아 올린다. 수직구는 지상과 지하동굴을 연결하는 승강기가 설치된 곳인데, 이곳이 내진설계가 부족해 문제다. 동굴 처분장의 지하 구조물은 0.2g(지진 규모 6.5)의 내진설계를 했으나, 유독 수직구 내진설계만 0.11g(지진 규모 6.0)에 불과했다.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수직구의 내진 성능 문제가 불거졌다. 만일, 지진으로 수직구에 설치된 배관이 파손되면 동굴 처분장은 곧바로 물바다가 된다. 이에 공단은 지진 대비책으로 건설동굴을 따라 약 1.8km에 달하는 지하수 배관을 추가로 설치한 것이다. 배관을 운영하기 위해서 전기설비, 디젤발전기, 배수펌프 4대, 수중펌프 2대까지 추가로 설치하는 대규모 공사였다. 그러나 신규 배관은 운영 5개월 만에 누수가 발생하는 등 부실시공으로 드러났다.
용접 결함 109개소, 누수 발생 53개소
공단은 배관 용접 부위가 부식되어 누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배관은 안쪽이 크롬으로 코팅되어 있는데, 용접 부의주의로 크롬 코팅이 손상되자 지하수의 부식 물질(염소 등)이 침투돼 부식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용접 결함 부위는 109개소가 확인됐고 이 중 53개소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추가 설치한 배관은 지진에 대비한 예비 설비일 뿐 상용 설비가 아니다. 용접 부위의 크롬 코팅이 손상됐어도 누수 사고가 너무 빨리 진행됐다. 크롬 코팅 손상만으로는 해명이 충분하지 않다. 용접 부주의도 단순 실수인지, 자격 미달 용접사를 부정하게 채용한 것은 아닌지 더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