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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 대한 글 (딩크분들 참고)
게시물ID : wedlock_49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커피맛산소
추천 : 21
조회수 : 4513회
댓글수 : 39개
등록시간 : 2016/09/30 02:02:35
딩크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을 보기만 하다가
혹 생각들을 나눌 수 있을까 싶어 적어봅니다.

결혼은 늦게 했고 저희 역시 딩크입니다.
저희는 삼십대 중후반입니다.

자식을 낳느냐 안 낳느냐에 대해서 제일 많이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결혼 생활의 연결점, 인생의 큰 전환점 및 보람. 그리고 적적하게 될지 모르는 노년에 대한 것인데요.
저는... 아픈 노년에 대해서 한 번 얘기해볼까 해요.

제 또래에서는 아주 흔하지는 않은 무남독녀 외동딸이며 엄마의 연세가 엄청스리 많으세요.
아마 현재에 부모들의 미래에 가까울거에요.
요즘은 출산이 늦은 편이고 많아야 둘이고 외동 딸, 아들도 많으니까요.
아빠는 일찍 돌아가셨고 작년부터 엄마가 작년 초반부터 아프셔서 간병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외동딸이기 때문에 분담하거나 이럴 형제가 없지요.
항암 때문에 꾸준히 2박3일씩 병원에 입원하시다보니 정말 많은 분들을 봐요.
사실 사람의 행복을 순위를 정한다는 건 절대 객관적일 순 없지만... 그냥 주관적으로 봐왔던 걸 적어봐요.

1. 어느 정도 재산이 있고 주간병은 배우자가 하며 자식들이 자주(혹은 종종) 찾아온다.
이 경우가 가장 베스트입니다.
일단 재산이 좀 있으시니 자식들 눈치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자식들이 부모님 재산 때문이든 정말 걱정되어서 찾아오든 대체로 분위기가 좋습니다.
주 간병의 경우 배우자가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자식 눈치 보는 환자는 보았어도 배우자 눈치 보는 환자는 거의 없습니다. 

2. 어느 정도 재산이 있고 주간병은 배우자가 하며 자식들은 찾아오지 않는다.
자식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나 어쨌든 오지 않는 경우입니다.
있어서 안오는 경우 없어서 안오는 경우 순위는 엎치락 뒤치락 하겠지요.
이 경우에도 주 간병은 배우자가 하기 때문에 1번과 같이 종종 툭탁거리시는데
그건 환자가 간병인이 편하다는 의미기 때문에 오히려 보기 나쁘지 않습니다.
병원비 걱정을 하느냐 안 하느냐도 매우 중요하고요.
여기서 병원비라는 건 수천, 수억을 얘기하는게 아니라 몇 만원에서 수십만원 사이 정도를 말합니다.
(큰 수술을 제외하면 대부분 정기적인 입원비가 그 사이거든요.)
심지어 주간병인이 애인이라고 해도(요즘은 6,70대 분들도 혼자 계신분들은....애, 애인 있으신 분들이 종종 있더라구요)
자식보다는 편해 하십니다.

3. 어느 정도 재산이 있고 주간병을 자식들이 하며 배우자는 오지 않거나(없거나) 가끔 옵니다. 
재산 때문이든 아니든 자식들이 잘 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입원이 장기화 되거나 병원출입이 잦아질 수록 부모님은 자식의 눈치를 많이 봅니다.
자식을 간병하는 부모들은 대체로 옆에서 보기 힘들어 보인다 정도인데
자식들의 경우는 회를 거듭할수록 짜증이 늡니다.
...사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구요.
어르신들도 배우자를 집에 못가게 하는 경우는 많아도 자식들은, 특히 결혼한 자식들이면 어떻게든 집에 보내려고 합니다.
눈치도 많이 보시고, 그만큼 옆자리 분들에게 자랑도 많이 하십니다.

4. 어느 정도 재산이 있고 배우자도 없고 자식도 없는 경우
이런 경우가 가끔있는데 싱글로 사셨거나 일찍 이혼을 하셨거나 배우자가 없는데 자식들이 다 외국이 있거나 뭐 이런경운데
의외로 이분들의 멘탈이 굉장히 좋으신 편입니다.
자기 몸을 챙길사람이 대체로 자신 밖에 없음을 아셔서 보호자 역할 (주요 동의가 필요할 때)을 할 분도 다 정해져있고
뭔가 준비가 착착 되어 있습니다.
특기 장기간 혹은 잦은 입원시에 병원에서 할 꺼리?들을 가장 잘 챙겨오시는 편입니다.
검사 결과나 진행에 대해서도 또래의 다른 환자분들 보다 더 합리적으로 접근하시는 편입니다.
 
5. 경제적으로 힘든데 주간병인이 배우자이고 자식들이 가끔 오는 경우 
일단 간병하는 배우자가 자식들을 많이 도닥이거나 혹은 싸우기도 합니다.
가끔 돈 때문에서 서러운데 두 배우자가 서로 툭탁이기도 하고 도닥이기도 하면서 어찌어찌 지내십니다.
(여기도 자식이 없는 경우랑 순위가 엎치락 뒤치락 합니다.)

5. 경제적으로 힘든데 주간병을 간병인이 하고 (혹은 요양원에만 있다가 응급상황에서만 대학병원으로) 자식들도 안 오는 경우
이게 정말 신기한데... 돈이 있는데 가족들이 안 찾아오는 경우보다 돈이 없는데 안 찾아오는 경우가 더 멘탈이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힘들게 사셔거 강단이 있으시건지;;;
자식들도 다 살기 힘들어서 그렇다 이런 마인드가 있고, 또 자신이 짐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러시는지
오히려 와서 마주칠때가 더 힘드신 것 같습니다.

6. 어느정도 재산이 있고 주간병을 간병인이 하고 가족들이 잘 찾아오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대체로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참... 외로움으로 따지면 이 케이스가 가장 외로워하시는 것 같아요.
의외로 이런 분들은 자신의 재산으로 자식들 쥐락펴락도 못하시더라고요.
여기서 더 멀어질까봐 두려우신 거 같아요.
그래도 요즘 60대분들은 재산을 먼저 다 자식한테 주면 안된다라는 인식이 그 전 세대들보다는 강하게 있으신 것 같구요.

7.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데 혼자 계신분들
이런분들은 대체로 배우자는 없고 자식들은 있어도 연락이 안되거나 안하시려는 분들입니다.
(자식이 있거나 연락이 되면 병원비가 그 쪽으로 청구되고 백방으로 찾아봐도 없을 경우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사회복지사나 뭐 이쪽저쪽으로 연계하더라고요 병원에서)
이런 분들 중에서는 막 안타깝다가도 어떨때는 굉장히 뻔뻔해지시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분들도 자기를 챙기는 건 자기 밖에 없다는 걸 아셔서 의외로 씩씩하시거나 심지어 불쌍함을 이용하시기도 합니다.

8.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고 주간병을 자식 중 하나가 하는 경우
...정말이지 뭐랄까... 돈이라는 게 뭔지...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암은 중증환자 처리가 되어서 다인실 입원 경우 20만원 전후 정도됩니다. (CT찍거나 하면 좀 더 들구요)
거동이 힘드시거나 하면 자식들 중 가장 돈을 못 버는 자식이 간병을 합니다.
간병인 비용이 더 많이 나갈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경우 형제들이 정말 많이 싸웁니다.
...심지어 입원실 바로 옆, 환자가 다 들리는 곳에서 여봐란 듯 소리소리 질러서 간호사가 제지한 경우도 있네요...
병원근처나 비상구쪽에서 서로 뭐라고 하는 경우도 많구요.
이런 경우 환자의 입장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가 없더라고요.  


....
뭐 꼭 이 이유만으로 저희가 딩크가 된 것은 아니지만 딩크를 확고하게 해주기는 했어요.
일단 우리는 나이가 많고 지금 낳아도 하나 정도인데
만약 이 친구가 요즘엔 흔한 외동자식과 결혼을 하면
이 커플에게는 네 명의 부모가 생깁니다.
네 명의 부모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아프기 시작하면
한 명이 돈을 벌고 한 명이 부모를 돌본다고 해도 ... 네 분을 돌봐야 하는 결과가 되는 거지요.

물론 저희가 준비를 잘 할 수도 있고 최고 베스트의 경우처럼 우리 자산도 많이 쌓고 우리 아이는 대체로 착하며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부정적인 저희는 -_-;;; 최악의 경우를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아이가 있다는 것은 내가 희생할 것도 많지만 그 이상의 기쁨을 주고
또 더 좋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잘못될 경우에는 더 안 좋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도 주는 거지요.

-_-; 주변에서는 이렇게 생각이 많으면 못 낳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참고가 되시라고 적어보았습니다.
우리가 노년이 될 때즈음에는 노령인구가 워낙 많아서 또 다른 황혼을 보낼 수 있겠지만
지금은 대략 이런 모습이네요...

첫 글이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기,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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