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2 독일대 이탈리아 축구하는 날 저녁이라 대부분의 식당과 바엔 손님들이 바글바글한데, 한인식당만 딱 저희와 다른 한국인 일행 두 그룹만 있더군요.
밥먹으려 메뉴를 보니 기겁할 가격.. 가장 싼 순부두찌개 2인분 + 물.. 먹으니 35유로 나왔습니다. 우리돈 52000원. 2명이서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이랬습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뭐, 유럽이니 그런 거다. 했죠.
그런데 다음날 숙소 옆 대로변에 분명 유럽 음식점인데 메뉴에 김치찌개와 오징어볶음밥.. 같은 한국 음식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더 웃긴 건 독일인들이 김치찌개에 밥이랑 사이드 메뉴로 김치를 접시에 놓고 먹는 게 아닙니까 ㅋㅋ
저도 미국에서 5년간 살았지만 무슨 한인타운도 아니고 시내 한복판에서 그런 광경은 처음 봤습니다.
뚝배기 그릇은 다 김치찌개로 보였는데 손님은 저희 빼고 모두 독일인. 손님 4~5명중 1명은 뚝배기 그릇이었습니다. 저희도 김치찌개 먹었는데 맛도 놀랍게도 현지화된 맛이 아닌 정말 한국식 김치찌개. 오히려 어제 먹은 순두부찌개보다 더 맛있었습니다.
독일인이 양복입고 점심시간에 한국식당도 아닌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는 게 그렇게 신기해보이더군요. 식당에 손님도 바글바글했고요. 한국 메뉴라곤 김치찌개, 김치 볶음밥, 오징어 볶음밥.. 3개 뿐이 없었는데, 손님중 1/3은 한국음식을 먹는듯 보였습니다.
그렇게 김치찌개 2인분 먹으니 15유로 나왔습니다. 점심 할인 시간 적용 안 되었는데도 어제 먹은 순두부에 절반밖에 안 되는 가격이었습니다.
그거보니 한국음식이 왜 세계화가 안 되는지 알겠더군요. 미국인이야 원래 음식을 하도 가려대서 이질적 맛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 때문에 그렇다쳐도, 유럽에선, 최소한 독일에선 그런 게 없어보였습니다. 오히려 한국인주인 가게들의 그냥 소수의 한국인 손님만 받으며 장사하겠다라는 마인드. 그게 가장 큰 걸림돌로 보이더군요. 미국살 때도 '한국음식은 대체 왜 그렇게 비싸?' 라는 질문을 외국애들에게 자주 받았었던 기억도 나고요.
가격 정책이야 가게 고유의 권한인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씁쓸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