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Over the Rainbow'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포니빌의 거리도 오가는 포니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상점들은 늘어나는 이주민들로 점점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고, 그것은 곧 '뉴 스위트 애플 에이커'의 일손들도 바쁘게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니...정말 할끼가?"
시장에 도착하여 사과들을 모두 내려놓고 뒷정리를 하는 동안, 애플블룸은 스쿠틀루에게 물었다. 그녀는 아무 말없이 핸들에 걸린 헬멧을 쓰며 나직이 말했다.
"아까 대쉬가 말한 이야기라면,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나도 기꺼이 참여할거야."
"그렇다고해도 내는 걱정인게, 대쉬 언니야랑 니가 그렇게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인데 거기서 서로 경기하다가 큰일나면 우야는데? 문디 가스나, 대쉬 언니야가 니한테 죽을 죄라도 짓나?"
스쿠틀루는 애플블룸을 쏘아보며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밀쳤다. 애플블룸은 넘어질 뻔했지만 겨우 균형을 바로잡고 당황한 얼굴로 스쿠틀루를 바라보았다. 스쿠틀루는 누가 봐도 화가 난 듯 했다. 물론 언뜻 스쳐가는 슬픈 감정까지 애플블룸은 느낄 수 있었다.
"애플블룸, 다시는 내 앞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라. 내 기억 속의 '레인보우 대쉬'는 이미 죽었어.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건 그저 술주정뱅이인 빈 껍데기일뿐이야."
그러더니 스쿠틀루는 서둘러 스쿠터를 몰고 휑하니 사라져버렸다. 애플블룸은 쏜살같이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통수에 대고 외쳤다.
"야이, 문디 가스나야! 내는 농장까지는 데려다줘야하는거 아이가!"
할 수 없이 애플블룸은 빈 수레를 끌고 농장으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어릴 적 큐티마크 크루세이더라고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어울릴 때에는 스쿠틀루에게 대쉬는 단순한 팬을 넘어 우상이기까지 했던 존재였다. 아무리 그녀가 현재 날 수 없는 반쪽 페가수스 포니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싫어할리는 없을텐데......
포니빌을 나와 에버프리 숲 외곽으로 접어들었을 때, 애플블룸은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플러터샤이였다.
"아, 플러터샤이 언니야! 오랜만이네, 요새 잘 지내제?"
나름 반갑게 인사를 했다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왠지 눈 앞의 플러터샤이는 언제부턴가 항상 똑같이 누구에게나 경직된 얼굴로 대했다. 아, 저녁무렵에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집 앞 정원에서 석양을 보며 앉아있을 때는 제외하고. 사람들은 수군댔지만, 애플블룸은 별로 개의치는 않았다. 사실 플러터샤이가 지금 어떻게, 뭘 하며 살고있는지도 모르니까.
"애플블룸? 반갑네. 농장일은 잘 되지?"
여전히 그녀는 약간 딱딱한 말투였지만, 애플블룸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덕분에 잘 된다! 대쉬 언니야랑 핑키 언니야가 힘이 많이 된다 아이가!"
하지만 플러터샤이는 코웃음을 한번 치더니 조롱하듯 말했다.
"쳇, 술주정뱅이랑 폐인이 뭐가 도움이 된다고 그러니? 애플잭은 뭘하려나? 벌써 포니빌을 떠난지도 몇년이 지났는데, 소식 한번 없는걸보면 걔도 뭐 어딘가 잘못된거 아니니?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애플블룸은 그 말을 듣고 다시 울컥하는 마음이 치밀었으나 용케 참아냈다. 그래도 최근의 대쉬와 핑키는 술과 그 '이상한 약' 한번 하지않고 예전의 모습 가까이 변해가고있는데......도리어 그녀는 눈 앞에서 비싼 드레스를 입고 거들먹거리는 플러터샤이가 더 추잡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애플블룸은 자신도 모르게 세차게 고개를 몇번 흔들고는 입을 열었다.
"아...그래? 뭐 애플잭 언니야도 소식이 없어 그렇지, 어디서 잘 지낼끼다....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포니빌로 돌아올끼다. 언니야는 걱정말그라."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는둥 마는둥 플러터샤이는 총총걸음으로 포니빌쪽으로 사라졌다. 애플블룸은 화가 나면서도, 문득 대쉬와 스쿠틀루가 생각났다. 만약 돌아온 애플잭이 한쪽 다리를 잃어 더이상 사과농장 일을 할 수 없다면 애플블룸 자신도 스쿠틀루와 똑같이 그녀를 무시하며 조롱할까? 허튼 생각인건 알면서도 별별 이상한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며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농장에 거의 도착했다. 그녀를 맨 처음 반기는건 핑키의 격앙된 목소리였다.
" 스물여덟! 대쉬이! 좀 더 힘 내라고, 철의 포니가 녹슬어서 고철 포니가 됐네! 키키키키킼...자! 스물아홉! 좀만 더 힘을 내!"
애플블룸이 수레를 창고에 집어넣고 둘의 곁으로 갔을 쯤엔, 대쉬는 땀을 뻘뻘 흘리며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다, 핑키를 위에 태운채.....원래 대쉬는 파란빛의 포니였던건 알고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한층 더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핑키는 흡사 야생마를 탄 로데오 포니처럼 손에는 카우보이 모자까지 흔들며 대쉬의 등 위에서 날뛰었다.
그렇게 50번까지 카운트를 하고 나서도 휴식없이 대쉬는 다음 훈련에 들어가는 듯 했다.
나무통을 일렬로 놓은 사이를 지그재그로 통과하며 도착점에 들어오면 다시 되돌아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식으로 그렇게 열서너번을 오간 뒤에야 완전히 탈진했는지 그대로 땅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언니야, 니 무슨 이퀘스트리아 로데오 경기 나가나? 그저 마을에 있는 포니들이랑 경기하는데 뭐 그리 빡시게 훈련을 해 쌌노?"
애플블룸이 대쉬에게 수건을 가져다주며,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대쉬는 숨을 고르더니 아무 말 하지않고 수건을 받아들었다. 땀을 닦는 그녀는 그저 애플블룸을 보고 씨익 웃을 뿐이었다. 지금이라도 대쉬를 말리고 싶은 애플블룸이었지만 대쉬의 웃는 모습을 보며 차마 그런 말을 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얼마 안있어, 핑키가 훈련 트레이너 복장을 하고 오더니 대쉬에게 휘슬을 불었다.
"레인보우 대쉬, 휴식시간은 끝났어! 자, 이제 이 핑키 파이 감독님의 지옥 훈련 파트 2라고!"
대쉬는 또다시 핑키를 따라 저쪽 과수원 방향으로 이내 사라졌다. 애플블룸은 한숨을 쉬었다. 오랜시간동안 대쉬와 스쿠틀루를 지켜보며 지내온 그녀였기에, 둘의 지기 싫어하는 성격은 알고 있었지만 서로 그렇게 감정적으로 며칠 뒤 경기를 치르면 아무래도 둘 중 하나는 다칠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게 며칠은 금세 지나가버렸다.
그리고 드디어 '제2회 철의 포니 경기'가 애플블룸의 걱정 가운데, 막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