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남기고 간 마지막 자존심 70만원 흰 봉투에 남은 돈 반듯하게 구겨 넣고 주인에게 죄송합니다를 꼭꼭 눌러쓰면서 그래, 아주머니 심정이 어떠셨소?
그 돈 70만원.
이왕 가시려 마음 먹은거
두 딸 주사나 맞히고 데려가지 그러셨소.
그리고 오는 길에 그동안 못 멕였던 고기나 실컷 사 멕이지 그러셨소.
그래도 돈이 남는다면 집에서 울고 있을 우리 나비 생선 말린 간식이나 좀 사주지 그러셨소.
돈 이천원에 건네 받은 청테이프와 번개탄을 두 손에 들때엔
그래, 아주머니 심정이 또 어떠셨소?
먼저 간 바깥 양반
외로울꺼란 생각에 두 딸까지 데려가셨소....
세상의 무관심이 차가웠소
아님 그대가 가진 자존심의 무게가 무거웠소...
청테이프로 문틈 하나하나 칭칭 동여 쌀때엔 또 어떠셨소...
제 주인이 뭐하나 올려다 보고 있는 나비를 볼 때엔 또 어떠셨소....
번개탄의 허연 연기가 스물스물 올라올때엔 또 어떠셨소..
세 모녀 손 꽉 잡아쥐고
남은 눈물 흘리며 서로 닦아 줄 때엔 또
어떠셨소....
그 돈 70만원
가시는 길에 노자로나 쓰지 그러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