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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The Throne
게시물ID : movie_488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꽃보다륜미
추천 : 11
조회수 : 976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5/09/26 22:24:45
movie_imageZ73A5NIU.jpg
(스포성 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송강호, 유아인 씨가 출연하고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사도'를 보고 왔습니다.
(개봉한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일정이 맞지않아 못보다가 드디어 보았습니다. ㅠ)

감정적 여운이 진한 사극 드라마이네요.

모두가 알고있는 '임오화변'을 '영조-사도-정조'의
3대 전체를 훑으며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조선 최대의 가족 비극사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에 조선사를 언급할 때 가장 재해석되고 있는
인물들 중 하나가 바로 '사도세자'일 것입니다.
브라운관에서도 유달리 '사도'의 이야기를 꾸준하게
많이 표현되기도 하였는데

TV에 표현된 사도의 캐릭터가 평면적으로 정신적인 문제와
8일동안 뒤주에 갇혔던 강한 플롯들 위주였다면

이준익 감독이 내비치고 있는 화법은
'사도'만 재해석 하고 있는것이 아니라
그 아버지와 윗 세대 숙종 부터 시작하여
사도의 아들인 정조의 세대까지
가족사를 되짚어 생각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영조와 사도의 대립구도가 아닙니다.
이것은 엄연히 '왕과 세자'의 관계이전에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좁혀지지 않는 아버지-아들의 가치관과 사상은
왕실이라는 공간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이준익 감독은 8일 동안 뒤주에 가뒀던 사건을
엽기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사건으로만 표현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사건을 구구절절 풀지 않고
눈돌릴 새도 없이 가족사를 집중시켜
기술적으로도 오버랩과 디졸브로 넘어가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기능적으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닌
배우들 얼굴을 통해 넘어가는 시간들이
과거와 현재사이를 관통하는
절절한 정서들까지 이어져 있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결국, 비극적 운명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일련의 과정들을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고
비로소 사도가 숨을 거두었을 때
나지막하게 세어나오는 영조의 한탄과 연민과 무력감이
끝내는 스크린 바깥에 있는 관객들까지 슬픔이 전달되게 합니다.
(영화적 각색이 상당부분 훌륭하게 묘사된 점도 좋습니다.)


이준익 감독은 '사도'를 대하는
영화적 태도가 곳곳에 묻어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전 작품인 '소원'에서도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루는
소재임에도 전혀 호들갑 떨지 않고,
그 아이의 심정과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 대한
예의바른 태도를 담고 영화를 만들었다면

'사도'에서도 '임오화변'의 엽기적 만행과
사건을 풀어헤치는 과제가 아니라
촘촘한 이야기를 어떻게 구조화시켜
가족사의 진한 드라마를 담을 수 있을까 라는
낮은 자세가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연기적 측면에서 올 한해 나왔었던 한국영화들 중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 플롯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은 이야기의 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배우들의 힘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송강호라는 대배우는 1년에 한 번씩
스크린으로 마주 할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80세까지 왕위를 지켰던 영조를 연기하기 위해
분장의 기술 뿐 아니라 노년의 세월이 함께 들어가 있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서도 심히 그 위엄이 절로 느껴집니다.
(이것은 송강호씨가 영조를 바라보는
태도와 시선이 담겨있는 듯 합니다.)

사도를 향해 힘없이 읊조리고
얼굴 전체를 드리울 때의 송강호씨는
감탄과 슬픔이 동시에 느껴져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게합니다.


유아인 씨의 경우에도 베테랑에서 인상깊은
악역연기를 선사하더니 '사도'에서도
쉽사리 지울 수 없는 절절한 마음을 훌륭히 소화한 듯 합니다.
(모성본능을 일으킬 것 같은 면모와
절제되지 않는 강한 연기가 함께
뒷받침되어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송강호라는 대배우 앞에서도
팽팽하게 줄다리기 하는 유아인씨가
현 동년배 배우들 중에서도
앞으로 어떤 행보를 걷게 될지 주목하게 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송강호-유아인이라는 인물이 워낙 밀도높게
구도를 이루고 있다보니 다소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과 힘이 조화롭게 섞이지 못하는 듯 합니다.

맺고 끊는 부분에서도 결단력있게 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늘어져 마치 사도를 위한 '씻김 굿'을 하는 것 같은
마지막 장면은 '사도'라는 작품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았을 때
크게 잘 맞아 보이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사극하면 역시나 이준익이구나!' 라는
생각은 저에게 있어 변함이 없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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