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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시도' 김창건씨는 왜 서울역 고가도로에 올라갔나?
게시물ID : sisa_4878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께어있는사회
추천 : 2
조회수 : 73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2/16 18:03:52
[한겨레]"정치권은 지지부진하고 시민들 관심도 시들해져…"


팔목과 발목에 2도 화상…경찰, 치료 뒤 조사할 계획

김창건(47)씨는 15일 오후 5시35분께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 올라갔다.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초코바 7개와 번개탄, 석유, 쇠사슬, 시너 등을 준비해 초록색 배낭에 짊어졌다. 철망 밑으로 기어서 고가도로의 난간으로 나갔다. 준비해온 번개탄을 3개씩 양쪽에 쌓아 불을 피웠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이명박을 구속하라', '관권 개입 부정선거'라고 흰글씨로 적힌 붉은색 펼침막도 내걸었다. 끝으로 난간에 쇠사슬을 걸어 목에 감고, 자물쇠 열쇠는 고가도로 아래로 던져버렸다.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한겨레> 취재진과 만난 김씨는 "관권 부정선거가 명백한데 정치권은 지지부진하고 시민들의 관심도 시들해져갔다.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3일만 버티면 사람들이 알아 줄 것이라고 생각해 시위를 하려고 올라갔다"고 말했다.

쇠줄을 감고 나니 경찰들이 고가도로 위와 아래로 모여 있었다. '이남종 열사 분신 49재'(18일)를 앞두고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모여든 시민 200여명도 하나둘 모여들었다고 한다. "죽으려고 오른 것은 아니었지만 무척 두려웠습니다. 이남종 열사도 이렇게 두려웠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위를 시작하려 할 때, 고가도로 위에 있던 경찰은 소화기를 이용해 번개탄 불을 꺼버렸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번개탄에 석유를 다시 붓고 불을 피웠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도 석유를 부었다. 김씨는 "경찰이 곁으로 다가오자 흥분이 됐다"고 말했다. 그 순간 그의 왼쪽에 놓인 번개탄이 '펑' 터지면서 왼쪽 팔과 다리에 불이 붙었다. 거의 동시에 경찰은 불을 끄고 김씨를 눕혀 수갑을 채웠다. 김씨의 왼쪽 팔목과 발목에 2도 화상을 입고 무릎에 타박상을 입었다.

김씨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전까지 평범한 시민이었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다고 했다. 2008년 5월께 촛불집회에 나가면서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몰랐던 사실이 이렇게 많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후 매일같이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촛불집회를 갔습니다."

그는 2009년 6월께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게 됐다. 촛불집회와 관련해 검찰이 그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그가 다니던 '미국계 투자회사'와 그 회사의 회장 집까지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그 전까지 회사에서 내가 촛불집회를 나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압수수색 이후 결국 본사는 한국지사를 폐쇄했고 직장을 잃었다"고 했다. 그는 이후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시민회의', '누리꾼 촛불 시민 연대' 등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남종 열사'의 분식 소식도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청계천 촛불집회 도중에 듣고, 올 1월1일 새벽 병원에 달려갔다. 그는 "데모를 해오던 사람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 분신을 했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 큰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시위는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사법부와 여당도 한패라고 느껴졌다. 평범한 시민이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을 이남종 열사도 하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남종 열사 장례위원회'와 별도로 서울역에 분향소를 차리기 위해 1월2일부터 거리로 나오기도 했다.

3일을 버티려던 김씨는 1시간도 안 돼 끌려 내려왔다. 경찰은 "번개탄에 불을 피우고 있었고 본인 몸에 석유를 뿌려, 진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치료가 끝나는 대로 일반물건 방화혐의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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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출처 한겨레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40216172010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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