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많이 다뤄진 이야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제까지 봐왔던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 중 가장 공감가고
'정말 이거였을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작품들에선 '사도세자'라는 인물이
조선 후기의 걸출한 왕인 정조의 슬픈 과거, 비극적인 과거 정도로 다루어졌던 기억이 있는데
이 작품에선 정말 온전히 '사도세자'와 아버지 '영조'의 모습이 오롯이 보였고
그것이 우리 아버지와 참 많이 닮아있어서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들이 잘 하는 일은 좋게 보지 않고 그저 공부만 잘, 열심히 하길 바라며
그러면서도 자신의 권위에 범접하는것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꼭 가부장적인 우리 아버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해서 자신이 잘 할수 있는것들로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고, 한마디 말 하는것조차 버릇없음으로 간주되어 견제받고 비아냥 듣는 모습이
꼭 취업준비하는 제 남동생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영조의 예민함을 그대로 드러내 아들에 대한 날선 감정을 묘사하는 것으로
(물론 용납?할순 없지만)왜 아들을 그렇게까지 죽여야 했나 ...하는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혜경궁홍씨를 보면서, 악착같이 자식을 지키려는, 남편을 버리고서라도 자식을 지키려는
우리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글을 쓰는 저보다는 조금 더 윗세대일, 우리 아버지들의 어머니들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자식을 위해 모든것을 희생한다는것은, 바꿔 말하면 자식을 위해선 무엇도 버릴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이 영화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라는걸 또 느꼈던건
엔딩에서 성인이 된 정조가 상복을 입고 어머니께 사배하며,
아버지의 부채를 들고, 아버지가 활을 쏘던 모습으로 춤을 춘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디선가 보았던것 같은 정조의 회고록(?) 같은데에서, 사도세자가 활을 쏘는 모습을 묘사 했던..것 같은데
아마도 그 모습이 어린 세손의 뇌리에 각인된, 가장 멋진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느 아버지는 아들을 죽였고, 그 아들은 자신이 죽음으로써 아들을 살린..
정말 비극적인 삼대의 이야기였네요.
이런 내용말고도 자체로만 봤을때도 꽤 마음에 들었는데
특히 초반에 꽹과리+북+박수무당 염불을 배경음악으로 사도세자가 빗속을 걷는 시퀀스가 참 좋았습니다.
조금 뒷부분에도 한번 더 나오는데 그때는 사도세자+박수무당 피쳐링으로 화음까지(!)들어가서 비극적인 느낌이 더했던것 같아요.
예고편에도 나오는 서정적인 선율이 참 멋진데 꼭 왕의남자 ost '먼길' 같은 느낌이라
ost 나오면 꼭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고보니 왕의 남자도
(살짝) 미친 왕 + (그런 왕 만나서) 고통받는 젊은 남자
의 구도네요. 물론 사랑과 부정은 다른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