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 조금이나마 적어봐요
지금의 연애가 시작되던 시점 저는 야망가였고 제 꿈을 이루고자 노력 중이었으며 인정받고 있었고 더 잘될 자신도 있었고 성격도, 경제적 조건은 특히 남자친구보다 월등히 좋았어요 여기에 서로 가치관, 연애관이 착착 맞아 떨어지니 남자친구가 제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누가 누굴 유혹했다가 아니라 정말 서로 동시에 번개를 맞은 듯한 기분을 느끼며 운명의 상대라 여기고 사랑했어요 싸우지 않았고 마찰이 있어도 차분이 대화하며 해결했고 정말 성숙한 연인의 모습이었어요
그러다 제가 하던 일에 회의감을 느껴 무너진 뒤 방황기가 찾아왔고 하는 일마다 실패하며 우울증이 왔어요 저를 실패자로 보는 부모님과 달리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면서도 제 아픔을 공감해 주고 격려해 주는 남자친구에게 저는 점점 의지 아닌 의존을 하게 됐고.. 어느새 몹쓸ㄴ이 돼 있었어요ㅠㅠ 남자친구를 감정쓰레기통처럼 대하고 자기파괴적인 삶을 살았죠.. 남자친구가 제일 싫어하는 짓을 거의 다 했네요 (지금은 너무 후회되고 모두에게 미안해요)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는 갑을(제가 을)이 된 것 같다고 느꼈어요 그 이유는 제가 남자친구에게 너무 의존하며 대등했던 관계가 깨졌고.. 연애 초 자신은 나무꾼에, 저는 곧 날아갈 듯한 선녀로 비유했던 남자친구가 어느 순간부터 가볍게는 우동사리부터 넌 섹시한 옷 절대 못 입는다, 절대 뭐 못한다, 안 될 거다.. 이런 식으로 발언하는 게 늘었거든요 남자친구가 진짜 절 무시해서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었겠지만 분명 예전엔 장난으로도 못했을 말들을 툭툭 던진다는 게, 내가 이 사람을 편하단 명목으로 막대한 것이 그대로 돌아왔음...을 깨달으니ㅠ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해 주던, 서로의 가치를 알아봐 주던 모습을 되찾는 게 필수라고 생각했어요 이대로는 내가 변하려 해도 '그래, 어디 한번 해봐라'라고 거리두며 지켜보려 할 게 뻔히 보였거든요 (처음엔 변하겠단 제 말에 시큰둥했어요) 그래서 저는 마침 우리 관계가 변화할 타이밍이 왔으니 서로 잘못했던 점을 같이 고쳐보자고 말하였는데 관계를 리셋하려던 제 의식이 과했는지ㅠㅠ 제 태도가 맘에 안 든다며 자기는 그동안 할 수 있는 걸 다 했는데 갑질이니 뭐니 하며 자기의 노력을 폄하하듯 말하니 기분 나쁘다, 우리 사이의 문제는 애초에 너로 인해 시작됐는데 너만 바뀌면 된다, 네가 바뀌면 난 돌아갈 확신이 있는데 네가 애교를 부리든 해서 내 맘을 녹여줘야지 왜 내가 또 다가가 주길 바라냐고.. 화를 내는데 눈물이 쏙 나더라구요ㅠ (물론 제가 을이 된 것 같단 인식이 있어 여기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그렇다고 남자친구를 을로 만들어 또 갑을 관계가 되겠단 건 아니었는데 제가 말투가 좀 너무 당차긴 했어요;;; 나름대로는 변화에 대한 자신감을 뿜뿜하며 멋지게 리드하는 모습으로 말한 거였는데 어설펐던 것 같습니다ㅠㅠㅜ...)
하지만 최근 종종 '이런 말 해주는 사람은 나뿐이다, 당신이 만난 남자 중 내가 최고지'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그말에 한치의 의심 없이 'Yes'라고 외치거나 제가 먼저 꺼냈을 말인데 요즘엔 선뜻 그렇단 대답이 안 나와요... 이 남자가 날 완전히 길들이려는 건지 왠지 거북하고 의심하게 돼서요 옛날에 어머님이 혼자 경제활동하다 돌아가셔서 아내가 될 사람은 일 안 했으면 좋겠다 했었는데, 최근에 순수한 제가 사회생활하며 찌드는 거 싫다면서 제가 사회생활하는 걸 은근히 반대하는 걸 보니.. 과거 전여친이 취업한 후 남과 비교하고 결국 자신을 떠나버린 트라우마 때문에 이러나.. 자격지심은 없는 남자인데 새롭게 와닿네요
저에 대한 실망감+남자친구의 장래 고민 등등으로 인해 19문제도 있었고.. 최근 대화를 해보았지만 제가 이러이러해서 서운했다, 생각보다 트라우마가 심각하게 남은 것 같다고 우는데도 사과는 듣질 못했어요... 남자친구를 지치게 한 저의 업보란 거 잘 알지만 예전의 남자친구라면 분명 '너에게 실망감이 컸고 ~~이유 때문에 관계를 하지 않았던 건데 널 상처주려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널 이렇게 속상하게 해서 미안하다'라며 역시 차분히 대화를 해나갔을 텐데.. 지금으로선 제가 상처받든 말든 관심 없단 것 같아요
가만 보니 그날 제 마음만 말하고 남자친구는 자신의 마음, 생각은 듣지 못했고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말이 없었네요 남자친구도 분명 하고픈 말이 많아 보였는데.. 그래서 '당신 생각을 듣고 싶었는데 너무 내 이야기만 했다, 미안하다'라고 사과하였지만 남자친구는 알면 됐다고 장난기 어린 말투로 넘겨 버렸고 이제 이 부분에 대해 다시 언급하지 않았음 한대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한켠의 속상함과 남자친구가 느꼈을 서운함을 충분히 알아주지 못했단 미안함,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불안함이 있어요 같이 있으면 서로 잘 지내는데 남자친구가 특히 요즘 다시 장래 고민이 진해지면서 은근히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는 것 같고... 그럼 또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할지..
지금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저를 되찾고 튼튼히 하는 게 우선이란 거 알아요 관계 회복은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노력이 필요하단 거, 그러니까 처음부터 잘했어야 하는데..ㅠ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새로 시작하면 편할 거란 거 알지만, 제가 변하지 않으면 누굴 만나도 비슷한 결과를 맞이할 텐데... 이렇게 뼈저리게 깨달은 것, 이 관계에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싶을 정도로 기꺼이 노력을 투자해 보고 싶거든요.. 확실히 변해가는 저를 보여주니까 남자친구가 다시 적극적으로 스킨십도 하고 다시 감정이 확 올라온다며 말해주었고 절 대할 때 눈빛도 점점 따뜻해지고 있긴 해요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남자친구가 저로 인해 지쳤던 맘이 다 나을 순 없겠지만요)
그럼에도 남자친구와 관계 회복이 정말 될 수 있는 건지, 저 트라우마를 풀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불안함이 계속 되네요 일부러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내쫓고자 운동도 더 열심히 하는데 뭘해도 집중이 안 돼요ㅠㅠ 제가 잘못한 주제에 괜한 자존심 부리고 있는 건지, 단순히 내가 지금 자존감이 낮아지고 불안정해서 다 나빠보이는 건지, 아니면 이 관계는 정말 가망도 없는데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는 건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내 밑바닥 보여준 사람이기에 내가 알던 과거의 그 사람은 더는 없을지...
속절 없이 흔들리는 저를 보고 있자니 너무 혼란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