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월) 오전 프랑스는 주변국들로부터 시간당 무려 12.9GW(원전 13기분량)를 수입하면서 주변국들의 도매전기요금까지 천정부지로 상승시킬 정도로 심각한 전력 부족 상황이었다(그림 참조). 그렇게 된 근본 원인은 1차적으로 프랑스 원전 4기가 설비결함으로 가동 중단되었기 때문이며, 과거부터 원전건설과 병행해 추진해온 전열난방으로 인한 수요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지난 15일 시보(Civoux) 원전 1호기에서 계획정비 기간 중 안전주입계통(원자로의 냉각재 상실사고 발생시 냉각재를 투입하는 계통) 배관의 부식결함을 발견했으며, 동종원전(N4모델)인 시보원전 2호기, 추즈(Chooz) 원전 2기 등 총 4기(약 6GW)를 보수점검을 위해 가동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EDF 발전설비 예비력의 13%에 해당한다.
EDF는 추즈원전은 내년 1월23일, 시보원전은 3월31일, 4월30일에 각각 재가동될 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본격적인 전력수요증가가 예상되는 1,2월 전력난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EDF의 15일 발표 이후 EDF 주식가격은 무려 16%나 하락한 상황이다.
사실 프랑스에서 예정에 없던 가동중단으로 전력난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접국인 벨기에의 송전공사(Elia)에 따르면 프랑스의 원전들은 지난 6년간 매년 EDF가 전년도에 계획했던 것보다 설비결함으로 4~6기가 추가로 더 가동을 못해 겨울철 전력난의 고질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두 번째로 이번 전력난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프랑스의 전열난방 비율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EDF는 지난 1980년대부터 신규원전을 건설하면서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전열난방 설비를 적극 보급해, 현재 프랑스 주택의 41%는 전기로 난방을 한다. EDF는 전열난방 확대를 위해 시장요금보다 전기요금을 낮게 책정해왔다. 또한, 보급되어 있는 전열난방기기는 대부분 구형이어서 위기 상황에도 전기사업자가 원격으로 출력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날씨가 조금만 추워져도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고 이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 송전공사(RTE)에 따르면 프랑스 겨울 전력수요는 기온이 1도(℃) 하락할 때마다 전력수요가 무려 2.4GW씩 증가한다. 실제로 영하 4.8도(일평균 기온)의 한파를 겪은 지난 2012년 2월에는 여름대비 1.5배가 넘는 전력수요(102GW)로 위기상황까지 갔으나, 독일에서 전력을 끌어와 정전사태를 간신히 모면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프랑스의 전력난은 원전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 원전이 설비결함으로 예상치 못한 장기간 가동 중단되는 사태가 고질적으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열난방에 대한 수요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처럼 취약한 구조가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이지 추워진 날씨와 가스가격 상승은 촉매제일 뿐 부차적 요인이다.
결론적으로 한국경제신문의 프랑스 전력난의 원인을 풍력발전이라고 지적한 기사는 전혀 사실과 다른 왜곡보도이다. 근거도 없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며 여론을 호도하는 왜곡보도는 이제 그만 멈추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