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고 노총각이 되자,
집에서 게임하기도 쪽팔리게 되어
주말엔 딱히 약속이 없더라도
약속이 있는 척, 옷을 차려 입고
집앞-_- 게임방에서 리그오브레전드를 하는 일상이었다.
내가 다니던 게임방은 비교적 규모가 작았지만 꽤나 오밀조밀한 구조여서
사람들의 얼굴이 서로 잘 마주치지 않는 형태였다.
한창 리그오브레전드를 하고 있는데, 한 대여섯 번 갔을때
그 노래를 눈치챘다.
"So baby please don't go,내 곁에 있어줘, 오 제발 stay stay stay..."
다른 노래는 틀지 않고, 이 노래만 죽어라고 듣는 놈이 하나 있는 것 같았다.계속 이 노래만 반복되니깐.
처음에는 유달리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게임하는 매너없는 놈일세 정도로 생각했었다.
옷을 멀끔하게 차려입고 주말마다 게임방에 한달 남짓 출근도장을 찍자
아저씨,알바가 날 알아보는 느낌이 들어 게임방을 옮겼다.
왜냐고? 쪽팔리니까.
그런데 옮긴 게임방에서도
"So baby please don't go,내 곁에 있어줘, 오 제발 stay stay stay..."가 내 귀에 울려퍼지는 것이었다.
'뭐야..이 노래 ...설마 예전 겜방에 있던 녀석도 이 게임방으로 옮겼나?' 라고 생각하자
갑자기 그 우렁찬 노래소리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기껏 겜방을 옮겼는데 또 이노래를 듣는 놈이 있다니, 솔직히 별로 유명한 노래도 아닌 거 같은데 이동네에서 컬트적인 인기라도 누리나.
그리고 다음 주, 또다른 게임방을 찾아 자리에 앉아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실행시키는 순간
또 내 귀에 please don't go 가 울려퍼졌다.
소름이 끼쳤다.
뭐야 이거,
내가 가는 게임방마다 날 쫓아다니기라도 하는거야? 저 노래로 자신을 드러내는거야? 아니면 숟가락 킬러라도 되어서
저 노래로 날 말려죽일 생각인가?
갑자기 몸이 오싹해지면서 기분이 섬찟했다.
만약 내가 여자이기라도 했으면 정신을 못차리고 집으로 뛰어돌아갔으리라.
그 노래가, 피파 온라인 2를 실행시키면 대기실(?)상황에서 흘러나오는 BGM이라는 것을 깨달은 건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이었다.
C-Ba.왜 대중가요를 게임 BGM으로 넣어놓은거야.
스토커라도 있는 줄 착각한게 쪽팔리잖...
100% 실화. 재미없어서 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