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중 하나가 손해보험 설계사입니다.
자칫하면 오해를 받을 수도 있어서 그동안 오유 활동 하면서
굳이 설계사임을 밝히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싼타페 VS 벤틀리 사고 글에 보험 얘기가 많이 나오길래
답답한 마음에 몇자 적어 봅니다.
- 사실 이 글도 익명으로 적으려고 했는데, 이 게시판은 익명이 안 돼서...
먼저...
자동차 보험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드려야겠네요.
자동차보험에는 '책임보험'과 '종합보험'이 있습니다.
1. 책임보험
의무보험으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면 반드시 가입해야 합니다.
대인배상Ⅰ과 대물배상이 있습니다.
- 대인배상Ⅰ : 대통령령으로 정한 최소한의 보상한도
사망, 후유장해 시 최고 1억원 한도 내 실손보상
부상은 부상등급에 따라 최저 80만원 ~ 최고 2천만원 한도
- 대물배상 : 최고 1천만원 한도
보시는 바와 같이 책임보험 만으로는 보상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종합보험에 가입합니다.
※ 책임보험만 가입한 차량은 무보험 차량이므로 11대 중과실이 아닌 경미한 사고 시에도 형사책임을 지게 됩니다.
다만, 책임보험만 가입한 차량은 의무보험 미가입에 따른 과태료를 내지 않을 뿐입니다.
2. 종합보험
책임보험만으로 보상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보상을 목적으로 합니다.
- 대인배상Ⅱ : 사람의 신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보험가액'을 책정할 수 없으므로 무한보상합니다.
- 대물배상 : 1천만원~무한대까지 가입 가능합니다.
단, 신규가입은 무한배상 가입이 안 됩니다.
- 자기신체사고(자손) : 실제 발생한 손해액과 관계없이 부상등급에 따라 최저 20만원(14급)~최고 1,500만원(1급)까지
해당 등급 한도 내에서 병원비 실비만 보상합니다.
자신의 과실 비율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나:상대방 4:6의 과실이라면 상대방 보험사에서 69%, 내 보험사에서 40%만 보상 받게 됩니다.
- 자동차상해(자상) : 가입한 금액 한도 내에서 실제 발생한 손해액 일체와 위자료를 지급합니다.
과실비율을 따지지 않고 실제 발생한 손해액을 보상합니다.
예를 들어 나:상대방 4:6의 과실이라면 일단 내 보험사에서 100% 보상하고 상대방에게 60%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 예) 자동차사고로 인한 경추염좌로 2개월 간 입원하여 병원비 400만원이 발생했을 경우
- 자손 : 상해등급이 9급이므로 140만원만 보상하고 나머지 260만원은 자부담.
향후 치료비 인정 안됨. 조기합의 안됨. 일당, 위자료 없음.
- 자상 : 치료비 400만원 전액 + 2개월간 휴업 손해비 약 200만원 + 위자료 21만원 = 621만원
향후 치료비 보상. 조기합의 인정
이 외에 무보험/타차운전, 자기차량, 자차자기부담금 등등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크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므로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자동차 보험에서 보험료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분이 대인배상Ⅰ, 대물배상, 자기차량(자차)입니다.
대인배상Ⅰ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거니까 보험료가 많이 나오더라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자기차량은 100% 다 가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차량가액의 60%만 들어가도 됩니다...만... 대부분은 100% 가입합니다.
결국 손 대는 부분이 대물배상입니다.
저는 왠만하면 10억으로 설계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고 나 봐야 얼마나 물어주겠어. 1억이면 되지'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며 가입금액을 줄입니다.
자기차 기준으로 하면 두세대 폐차 시켜도 1억 한도내에서 얼마든지 보상이 가능하거든요.
내 차는 아까워서 100% 다 들어가면서 남의 재산 물어주는데는 인색한겁니다.
하지만 싼타페 김여사처럼 비싼 외제차를 들이받을 수도 있고,
어제 올라왔던 주차장 김여사처럼 비싼차 여러대를 받아 버리면 답이 없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대물배상은 최대한도로 가입하는게 좋습니다.
보험료가 비싸다구요?
대물배상 1억과 10억의 차이는 보험료 3~5만원 차입니다. 그것도 1년에...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 돈 3~5만원 아껴보려고 남의 재산 물어주는데는 관심 없다가
막상 사고를 내고 보상해 줄 능력이 안되니까 본전 생각 나는 겁니다.
만약, 책임보험만 가입한 사람이 싼타페를 박아놓고
'난 대물 1천만원 밖에 안 되니까 알아서 하쇼. 그러게 누가 4천만원 가까이 하는 비싼차 타랬나?'라고 하면
여러분들 기분은 어떨까요?
책임보험만 가입하시는 분들 중엔 정말정말 차는 필요한데, 돈은 없는... 그런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돈 아끼려고 책임보험만 가입합니다.
'사고 안 내면 되지 뭐...' 하면서요.
위에서 말씀 드렸죠?
책임보험만 가입한 차는 무보험차량입니다.
피같은 내돈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의 재산 지키고 물어주는 데도 관심을 좀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비단 자동차보험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화재 배상책임, 일상생활 배상책임 등 우리가 이웃과 어울려 살면서 뜻하지 않게 이웃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그 이웃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배상책임 보험에 가입하는게 좋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싼타페 운전자는 자기돈 아끼려고 자신이 남에게 끼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무관심 했기 때문에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내가 남에게 손해를 입혔으면 무조건 내 잘못이지 왜 피해자 탓을 합니까?
벤틀리 차주가 '아무나 걸리기만 해봐라. 아주 인생 종치게 해주겠어'라는 심정으로 벤틀리를 샀을까요?
아닙니다.
비싼 외제차 타는 사람들이 선량한 운전자들 인실좆 시킬 기회를 얻기 위해 그 차를 샀을까요?
아닙니다.
싼타페 차주는 자기돈 3~5만원, 그것도 1년에 3~5만원 아끼려고 남의 재산 피해에 대해 무관심 했고,
그 결과과 작금의 현실인 겁니다.
국내 보험요율 체계의 문제 때문도 아니고,
저명한 경제학자가 나설 문제도 아니고,
우리끼리 콜로세움 열어가면서 쉴드쳐주고 말고 할 것도 아니고,
그냥, 한마디로 뿌린대로 거둔 거고, 소탐대실 한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싼타페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앞으로 자동차 보험 가입하실 땐, 남의 손해 물어주는 담보를 높게 가입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