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문이 안 그렇겠습니까만, 역사란 참 복잡한 학문입니다. 인간과 사회에 관련 된 모든 요소가 다 포함되어 있는 가장 종합적인 학문이기에, 어떤 것에 쉽게 답을 낼 수가 없지요.
그렇기에 사람들이 많이 지치기 마련이고 쉬운 답을 요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다보니 참 이기기 어려운 유혹이 두 가지 있는데, 그게 아마 영웅사관과 결과론이 아닐가 싶습니다.
영웅사관은 역사를 처음 접할 때, 참 매력적인 이기기 힘든 요소입니다. 복잡한 역사를 쉽게 만들기도 할 뿐 아니라 스토리텔링이 참 재미나게 되기 때문이지요. 누구 때문에 전쟁에 이겼다. 그 사람이 없었으면 나라가 망했다. 반대로 누구 때문에 전쟁에 졌다. 누구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등등.
그런데 과연 한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일이, 혹은 국가대 국가의 전쟁이 단 한 사람으로 인해 결과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의외로 사회 전체에 한 사람이 가지는 영향력은 극히 미미합니다. 영웅을 만들어 그 사람 때문에 무엇이 이루어지거나 실패했다라는 건 역사를 쉽게 단순화 시키고 대중의 흥미를 끌지만, 어떤 일의 흥망성쇠는 한 개인의 능력보다는 국가의 인프라, 사회 배경, 주변 여건등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하게 되어있습니다.
인프라가 열악한 베트남 축구 대표감독으로 아무리 명감독이 부임해도 월드컵 본선 진출도 힘들고, 브라질이나 독일 대표팀에 아무리 평범한 감독이 부임해도 상당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중요한 건 그 지도자가 누구냐이기 보다, 어떤 축구 환경과 어떤 축구 인프라를 가지고 있느냐일겁니다.
물론 한 지도자의 능력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겠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100의 힘을 110정도로 만들 뿐인 것이지 100을 200 혹은 1000으로 만들진 못합니다.
또 하나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결과론입니다.
어쨋든 결과가 중요한 거 아니냐. 결과가 좋으면 옳은 것이고 결과가 나쁘면 그른 것이다.라고요. 그런데 한 개인의 어떠한 일조차도 모두 똑같은 환경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만약 비슷한 능력의 두 학생이 있는데, 한 명은 부유한 가정집에 태어나 과외를 받고 아무런 방해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서 시험을 90점 받고, 다른 한 명은 부모님은 매일 싸우고 자식을 때리고 집은 가난하고 주위 환경은 열학하기 그지 없는데 시험을 70점 받았다.
두 학생을 비교했을 때 결과적으로 첫 학생이 시험 성적이 더 잘받았으니 더 훌륭한 학생인 것일까요? 결과란 결과만 놓고 보는 것이 아닌, 그 결과가 도출되기까지의 과정과 주변 여건이 어떻게 달랐던가를 반드시 살펴야합니다. 그런데 우린 사실 그걸 다 알고자 할 욕구도 의욕도 잘 없지요.
그렇기에 그냥 쉽게 결과가 이랬으니 이게 옳고, 결과가 이랬으니 이건 그르고라고 쉽게 단순화 시켜버리고 맙니다. 이건 역사를 많이 공부하거나 아는 사람들조차 어쩔 수 없이 빠져버리는 그런 함정이지요.
개인적으로 역사는 쉬운 답일 수록 오답일 확률이 높다라고 생각합니다. 한 개인의 일조차도 쉽게 그게 정답이다 오답이다라고 말하기 힘든데, 한 국가의 몇 년, 수십년 혹은 수백년의 역사가 단 몇 줄로 쉽게 풀이될 수 있을까요?
영웅사관과 결과론... 참 빠지기 쉬운 함정이지만, 그렇다고 거부하기도 참 힘든 유혹. 한 번쯤 이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