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49353
"입 닥쳐, 찢어버린다" "X년"
학생 협박하는데 교육청은 구경만 [인터뷰] 서울교육청 토론회 충격으로 병원 찾은 고3 김수경 학생
"토론자로 앉았는데 '×년'이란 욕설이 들리더라고요. '학교 가서 공부나 하라'는 말은 예사였고요. 나중에 어떤 분은 토론석을 향해 '입 닥쳐, 찢어버리겠다'는 말까지 했어요. 겁이 났어요." 지난 10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이 연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정(안)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던 김수경(서울 M고·3)양. 그는 토론회 욕설 사건이 벌어진 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학생을 토론자로 불러놓고 협박 방관... 실망" 17일 오후 3시, 서울시교육청 민원실에서 만난 김양은 "무엇보다 실망스런 것은 학생을 토론자로 불러놓은 교육청이 보수단체들의 욕설과 협박에 대해 가만히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이후 '멘붕'에 빠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토론회가 끝난 뒤 소화가 되지 않아 지난 13일쯤 병원에 갔는데 신경성 위염이란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 아트홀에서 진행된 당시 토론회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섭외한 7명의 토론, 발제자가 참석했다. 그런데 김양은 유일한 학생이었다. 그는 시교육청이 100명으로 구성한 학생참여단의 대표로 토론석에 앉을 수 있었다.
당시 토론회에 김양과 함께 토론자로 참석했던 배경내 서울학생인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시 첫 토론자인 학생참여단 김수경씨가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입장으로 교육청을 비판하자, 극우단체 회원들이 '아가리를 찢어버리겠다' 는 등의 야유와 폭언을 해댔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배 부위원장은 "이런 토론회가 진행됐는데도 서울시교육청의 문제나 극우단체들의 폭력 행위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아쉬워했다.
다음은 지난 17일 김양 등과 벌인 인터뷰 내용이다. 이 자리에는 서울시교육청 학생참여단 부대표를 맡고 있는 장우선(서울 Y여고·3)양과 서준영(서울 S고·2)군도 함께했다.
"국장과 과장은 맨 앞자리에서 앉아만 있었다" - 지난 10일 교육청 토론회에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들었다. "학생참여단을 대표해서 토론자로 나갔다. 발표를 하는 도중에 어른들이 욕설을 퍼부었다. 학생인권조례 개정 절차를 제대로 안 지킨 문용린 교육감과 교육청에 항의 표시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는 욕설도 나왔다."
- 누가 어떤 욕설을 했나. "학생인권조례 찬성 의견을 가진 어른들이 그랬다. '학교나 가서 공부나 해', '입 닥쳐, 찢어버린다'란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년'이란 욕설 소리도 들었다."
- 당시 욕 먹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래서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막 돌아다니면서 우리들 앞에 와서 소리 지르는 분도 있었다. 겁이 났다."
-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당시 토론회를 주관한 곳이 교육청 아니었나? 학생이 협박을 당하고 있는데 교육청 분들은 무엇을 했나. "교육청의 학생인권 부서 과장과 국장이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가만히 있었다. 욕설과 협박 뒤 경찰까지 출동했는데도 토론 내내 가만히 있었다."
- 토론장에서 학생에게는 욕이나 협박을 하지 말라는 안내 방송도 하지 않았나. "그런 것 없었다. 학생인권을 떠나 학생을 보호해야 하는 교육청인데 정말 실망스러웠다.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 학생으로서 충격이 컷을 텐데…. "토론회 뒤 소화가 안 됐다. 속이 체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13일쯤에 병원에 찾아갔다. 신경성 위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 같이 참여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 " 전체 200여 명의 참석자 가운데 학생이 40명 정도 있었다. 토론회를 본 친구들은 원래 '토론회에서는 폭력도 제지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토론 내용을 못 들을 정도로 시끄러웠는데 이를 교육청이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으니까."
- 서울시교육청이 진행하는 '정약용(정직·약속·용서) 프로젝트' 교육 가운데 하나가 '고운 말 쓰기'인데…. "교육청은 학생들에게 고운 말을 쓰라고만 했지,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무기력했다. 그냥 가만히 있더라. 책임자는 반성해야 한다."
- 이번 학생인권조례 개정안 입법예고 전에 서울교육청은 기자회견장에서 기존 조례 규정에 따라 '학생참여단과 즉석 안건 형식으로 논의 절차를 거쳤다'고 말한 적이 있다. " 그거야말로 정약용 프로젝트 가운데 '정직' 조항을 어긴 태도다. 기자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우리와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대해 전혀 얘기한 바 없다. 안건으로 나온 바도 없다. 학생참여단에서는 정직하지도 않고 약속도 안 지킨 교육청을 용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교육청 "소란은 진보, 보수단체 마찬가지" 이 같은 김양 등의 주장에 대해 토론회에 직접 참석한 서울시교육청 담당 과장은 "당시 토론회를 소란스럽게 한 것은 진보단체든 보수단체든 모두 마찬가지였다"면서 "사회자는 교육청 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교육청이 마이크를 잡고 나서서 학생 보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