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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뻘짓' 도로명 새주소. 시민들 불편함만 가중!
게시물ID : sisa_4819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쿠커티
추천 : 17/3
조회수 : 3012회
댓글수 : 106개
등록시간 : 2014/01/16 00:04:06

 시민들 새 주소 '몰라서' 안쓰는 게 아니라 '불편해서' 안 써!

 필자의 집 주소는 본래 '서울시 구로구 OO동 OOO번지 OO아파트 OO동OOO호' 였다. 그런데 올해부터 바뀐 새 주소로는 '서울 구로구 남부순환로 00길0(OO아파트 OO동OOO호')이다.


 '더 편리해졌다'는 정부의 홍보와는 달리 우선 주소자체가 더 길어졌다. 가장 큰 변화는 'OO동'이라는 기존의 '동' 개념이 사라지고 '남부순환로' 라는 새로운 도로명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남부순환로'는 강남구부터 강서구까지 이어진 도로명이다. 예전같으면 OO동이라는 명칭만으로도 어디쯤 사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남부순환로' 라고 하면 주소를 끝까지 알기 전까진 '강서구' '양천구'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 '서초구' '강남구' 중 어느구 구민인지조차 알  방법이 없다.


 지방의 중소도시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시 단위 전체의 주소가 'OO'로 이거나 이웃의 다른 시군과 도로명 주소를 공유하고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동' 개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또 아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기존 '동' 개념을 유지하고 있어 부동산 거래 때는 기존대로 사용될 예정이다. 불편하고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완전한 '이원체제' 인 것이다.


 경찰서, 소방서를 비롯한 각 관공서와 백화점, 마트등 주요 유동기관에서는 자체적으로 '주소변환기'를 설치하여 운용되고 있다. '도로명 주소를 모르는 고객들이 많아 기존의 지번 주소를 그대로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유통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런데 '고객들이 몰라서' 그렇다는 설명과는 달리 고객들은 '새 주소를 쓰면 택배기사가 우리 집을 못찾아 물건이 안 올까봐 옛 주소로 쓴다'고 말한다. 도로명 주소 전면 시행 보름이 지났지만 이같이 사용자와 고객 모두가 새 주소를 쓰는 것을 꺼리는 게 현실이다.


 1월 15일 KBS9시 뉴스보도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 중 85%가 이미 새로운 도로명 주소를 알고있으며 60%는 이미 새 도로명 주소를 써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새 주소가 더 불편해졌다는 의견이 45%로 가장 많아 '더 편리해졌다' 또는 '별 차이가 없다'는 의견을 앞섰다. 한마디로 새 주소를 몰라서 안쓰는 게 아니라 '더 불편해서 안쓴다'는 것이다.


<- 선 추천 감사합니다^^


 정부는 오랫동안 '도로명 주소'의 편리성을 홍보해왔다. 관영방송인 KBS에서는 서울 거리를 활보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지번주소와 도로명 주소를 주고서 뭐가 더 찾기 편리한가를 실험하며 "오우~ 도로명 주소 편리해요." 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외국인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외국인 관광객도 쉽게 찾을 수 있는 편리한 주소' 라며 도로명 주소의 편리성을 어필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동'의 개념을 모르고 자신의 나라에서 쓰는 도로명 주소가 익숙한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일제잔제 청산? 오히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지역 고유의 전통까지 파괴!

 현 주소체계 하에 남아있는 옛 지명들의 상당수가 위기에 처해 오랫동안 뿌리내려온 내려져 온 지역공동체 기반의 정서에 맞지 않고 지형이 들쑥날쑥하고 자생적으로 생긴 동네가 많으며 도로가 바둑판 모양으로 정비되지 않은 구 시가지도 많고 아파트도 많은 우리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주소라는 지적이 시행 이전부터 계속 재기되어 왔다. 


 본래 지역별 고유 명칭은 오랜세월 담겨온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효율성과 편리성에 기댄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주소에 담긴 오랜 전통과 문화를 없애고 길만 헷갈리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좋은 말은 너도나도 다 갖다 써서 중복되는 도로명 주소도 상당수다. 


 <도로명 주소에 너도나도 좋은 말만 갖다가 붙이니 중복되는 도로명 주소가 비정상적으로 많다.>



행정편의주의 탁상행정이 낳은 '희대의 뻘짓' 새 도로명 주소. 시민들 불편함만 가중!

 사실 정부가 지번 주소를 폐지한 것에는 일본에서 파생된 지번주소를 없애 '일제잔제'를 청산하자는 숨은 뜻이 강했다. 현재 지번주소는 일제의 지배를 받은 한국과 대만이 유일하다. 그런데 오랫동안 내려져 온 고유의 뜻을 간직한 전통적 옛 지명을 말살하면서까지 일제잔제를 청산한다는 것은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정부는 새 주소의 편리성을 강조하지만 곳곳에서 드러나는 불편은 결코 '익숙해지면 편리해지는' 정도가 아니다. 새 주소 정착에 30~5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타나고 있고 이 때문에 '도로명 주소 도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힘을 얻고 있다.



'새 주소' 스마트폰 GPS 시대에 오히려 더 불편!

 스마트폰 GPS 시대에 새 도로명 주소가 더 편리하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도로명 주소로는 찾고자 하는 주소의 동네(동)만 알아도 쉽게 검색이 되는 지번주소와는 달리 주소를 끝까지 입력하지 않으면 대략 어느 위치인지 감도 안 잡힌다. 필자 집 주소의 경우 기존에는 'OO동' 이라고 검색하면 범위가 좁혀져 아파트 이름만 알면 직관적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도로명인 '남부순환로'로 검색하면 끝 주소의 숫자까지 완벽하게 알고 있지 않는 이상 거기가 대체 강서,양천,구로,금천,관악,서초,강남 7개구 중 어디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 


 게다가 지금은 혼선을 피하기 위해 임시적으로 아파트 주소의 경우 괄호 안에 아파트명을 병기하게 되어있지만 그마저 없어진다면 낯선 동네에서 모르는 집 찾아가는 것은 아주 험란한 여정이 될 것이다.  새 주소 시행 정착을 위해서 정부가 지금까지 각종 홍보 및 정비에 들어간 예싼이 자그마치 4000억이다.


 도로명 주소...... 이대로 괜찮은가? 시간이 지날 수록 익숙해지긴 하겠지만 익숙해진다고 불편한마저 익숙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짧은 기간에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탁상행정이 낳은 '희대의 뻘짓' 도로명 주소의 시행에 대해 전면적 재검토의 필요성이 재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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