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나 아닌 2명이 더 있다.”

지난 3월 29일 인천에서 8살 여자 초등학생을 목 졸라 살해 후 시신을 훼손·유기한 여고 중퇴생 A양(17)이 지난달 초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자신이 살인한 것은 맞지만, 자신에게 들어 있는 또 다른 사람(다중인격)이 죽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A양이 자신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거짓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신감정 결과 때문이다. 앞서 A양은 경찰 조사에서도 “집에 데리고 온 초등학생이 고양이를 괴롭혀 죽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계획적’ 살인이 아닌 ‘우발적’ 살인이라는 주장을 편 것이다. 

검찰은 당시 A양의 진술에 따라 서울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정신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A양은 정상이었다. 아스퍼거 증후군인 것은 맞지만, 심신이 미약한 상태는 아니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성 장애의 하나로 인지 능력과 지능은 비장애인과 비슷하나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특정 분야에 집착하는 정신과 질환이다.

검찰이 A양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또 있다. A양이 계획적으로 살인했다는 정황이 있어서다. 

실제 A양은 범행에 앞서 ‘엽기’, ‘살인’, ‘사체’ 등에 대해 검색을 했다. 살해한 초등학생이 다니는 학교의 하교 시간도 알아봤다. 

또 A양으로부터 시신 일부를 건네받는 등 살인을 방조한 혐의로 구속된 B양(19)과의 통화에서도 “하교 시간이 몇시냐”, “잘 잡아 왔다”는 대화 내용도 확인됐다. 

A양이 과거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었지만 대부분 우울증 치료였다. 다중인격 장애 진료기록은 없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지난달 18일 살인 및 시신유기 등의 혐의로 A양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14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A양이 자신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그런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안다”며 “정신감정 결과가 정신이상으로 나왔다면 구속기소하지 못했을 텐데 정상이었기 때문에 (기소가) 가능했다. A양은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A양의 첫 재판(준비기일)은 15일 오전 10시30분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인천=임명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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