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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인이 왜 중국인인 가에 대해서...
게시물ID : history_48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일런트힐
추천 : 3
조회수 : 1643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2/06/23 23:07:34


역사게시판에 완벽히 부합하진 않을 거 같기도 하지만, 참고하시면 좋을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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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국에서 유학중인데, 예전에 여기에서 연변인 한 분을 알게 됐습니다.
약간은 어색했지만 거의 완벽한 한국어 구사 능력에 저도 잘 모르는 한국 연예인이나 드라마등을 다 알고 있더군요. 
그냥 한국 사람이다 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이었지만,
정작 그녀는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여기는 듯 했습니다.

자신의 네셔널리티를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건 보통 스포츠 경기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중국 축구 국가대표를 보고 우리나라는 어떻게 맨날 져서 답답하다. 이렇게 표현하더군요. 
(중국 축구 대표팀이 답답하긴 할겁니다-_-;;)
그녀가 스스로를 중국인이라고 여긴다는 걸 그 때 확실히 느꼈습니다.

당시엔 그렇게 한국어를 잘 구사하고 한국 문화에 깊이 빠져있는 그녀가 
정작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하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언제였나 '우리 학교'라는 영화를 보게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였는데, 일본에 있는 재일 조선인에 대한 영화였죠.
정작 그 영화에선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는 재일 교포들이 자신은 한국인(정확히는 조선인)이다. 그러는 겁니다.
참 이상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왜 그런지 이해가 되더군요.

영화의 기본적인 내용은, 해방 직후 재일 조선인들이 가장 먼저한 일은 학교를 만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조선학교라는 곳에서 배우고 자란 학생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일본이라기 보단
조선인이다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라는 것이었죠. 
그런데 그 조선인 학교를 후원해준 건 대한민국 정부도 일본 정부도 아닌 북한 정부였고
그렇기에 대부분의 재일교포들은 자신들이 북조선인이다. 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죠.
그들이 힘들 때 자신의 편이 되어준 건 다름아닌 북한이었으니까요.
북한 축구 대표팀인 정대세 선수의 북한에 대한 애정 역시 아마 이런 기반에 의한 것이지 않나 싶습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건 앞에서 말한 연변인 분은 
일반적으로 제1 언어가 일본어인 재일교포와 다르게 자신의 제1언어가 한국어였다고 합니다.
즉, 자신이 학교를 들어가기 전까지는 중국어를 전혀 몰랐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초등학교를 들어간 후 중국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 때서야 왜 그녀가 스스로를 중국인이라 생각하는지 알겠더군요.
자신의 네셔널리티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건 교육이고 그 교육의 힘이 가장 절대적으로 발휘되는 것은 학교일 것입니다.
자신이 무슨 문화를 접하고 무슨 언어를 사용하는 지보다 더 중요한 건 무슨 교육을 받느냐인 것이죠.

그렇기에 한국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함에도 조선인 학교를 다니는 재일 교포들은 자신들을 조선인이라 그러고
엄청나게 뛰어난 한국어 구사 능력과 한국 문화를 즐기는데도 불구하고 연변인은 자신들을 중국인이라 그러는 것이겠지요.


그럼 우리는 한 번쯤 우리에게 물어봐야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그들에게 한국인임을 강요하기 전에
우리는 연변인을 향해 대체 어떠한 국가적 지원을 과연 해주었는가. 하고요. 
우리는 재일교포를 향해서도 재중교포를 향해서도 어떠한 지원도 도움도 주지 않아 놓고선
이제와서야 그들이 정체성을 한국에 가지길 요구하는 건 너무 뻔뻔한 것 아닐까요.

그리고선 마치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지 않는 것에 대한 배신감에 의거한듯 그들은 중국인이니 한국인이라 착각하지 말자. 속지 말자.
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지요.

비슷하게 얼마전 서바이벌 프로로 유명해진 백청강 씨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한국인이냐 중국인이냐를 선택하길 강요하더군요.
한국인이면 여기에서 활동하고 중국인이면 중국으로 가버려라.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 활동하면 넌 기부도 하고 했으니 인정한다.
그런데 중국으로 가버리면 역시 뒷통수 치는 연변인들은 어쩔 수 없구나.. 라고 혀를 찹니다.
마치 한국전쟁 직후 남한이나 북한 둘 중에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했던 전쟁포로들이 떠올려지는 이 안타까운 요구가
만약 그가 연변인이 아닌 미국인이나 유럽인이었다면 강요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어를 하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꺽는 것을 강요하는 이 사회의 분위기가 조금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연변인은 중국인입니다.
그런데 왜 그들이 중국인인가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우리가 그들에게 적대적인 이유가 우리가 그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가 한국어를 쓰는 중국인인 것이라면,
그들이 왜 한국어를 구사함에도 스스로 중국인이라 여기는 지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우리가 미국에 가서 영어를 쓰고 미국 문화에 빠져있다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그들도 그럴 수 없다는 걸 조금은 이해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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