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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지구라는 행성의 해피해피마트
게시물ID : panic_481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정디
추천 : 6
조회수 : 227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5/22 02:20:46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Hzbv4





*오늘의 일기

지구라는 행성은 참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도 말이죠. 아니, 어쩌면 온 우주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행성일지도 몰라요. 푸른 대기, 에메랄드 빛 바다(아, 혹시 에메랄드에 대해서 모를 수도 있는 우주인들을 위해서 설명해드릴게요. 에메랄드라는 것은 지구에서 나는 아름다운 돌의 이름이랍니다 색은 푸르면서도,보랏빛도 약간 나지요), 마음껏 지저귀는 비행 생명체들. 싱그럽고, 상쾌하고 풍부한 녹음(綠蔭)들. 경이로운 자연현상들.

이외에도 지구에는 수 많은 아름다움들이 있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것을 방해하는 생명체가 방금까지 지구에 있었답니다. 선생님이 그러기를, 이 나쁜 생명체들의 이름은 '인간'이라고 하더군요!

'인간'들은 우리가 지구에 오기 훨씬 전부터, 지구를 아프고 병들게 했답니다. 싱그러운 녹음과 너무나도 투명한 강물을 메꾸고 파괴했으며, 존중하지 않았답니다. 생존 이외에 불필요한 사냥을 과잉했으며, 또 그로 인해, 지구에 사는 '인간'을 제외한 많은 생명체들이 멸종했지요.

이 모든 것들은 지구의 역사 선생님께서 알려주셨어요. 아,지구역사 선생님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지구를 사랑하고 아끼시는 분이지요. 게다가, 누구보다도 지구를 잘 아시는 분이지요.

오늘은 참으로, 즐거운 날이랍니다. 선생님한테 칭찬을 받았기 때문이죠. 이론 시간에 100점을 받아서 그랬어요. 엄마도 아빠도 나도 굉장히 뿌듯했답니다.

- 지동력 6002년 6월 2일 일기 끝.




"@-=) (우리, 아가 일기 다 썼나 보구나.)"
"?♥~ (네, 엄마. 다 썼어요.)"

엄마 우주인이 네 개의 손모양으로 된 촉수로 딸 우주인의 까끌까끌하고 경질화 된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딸 우주인이 기분이 좋은 듯, 작은 구멍이 촘촘히 박혀 있는 구개구(口開口)를 씰룩거린다.

"@-= ~~!!? @@@ (우리, 아가. 그럼 엄마랑 해피해피 마트 갈까?)
"!!!!! (우와, 정말요?)
"?~~ (그러엄.)

엄마 우주인이 껄껄하며 촉수로 입을 가린다. 그 바람에 촉수에 묻어있던 끈적끈적한 것이 바닥에 떨어진다.




[@@@-)-@@@@!!! (해피, 해피 해피마트. 해피마트에 오신 지구인들을 환영합니다. 우리 해피해피마트는 고귀하답니다. 그러므로, 우리 지구인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

거대하고 하늘을 찌를 듯, 우두커니 서있는 해피해피 마트 앞에, 엄마 우주인과 딸 우주인이 서있다.

엄마 우주인이 자루형처럼 생긴 머리통을 거대한 해피마트로 치켜 들고는 딸의 촉촉하게 비치는 어깨를 촉수로 살짝 누르며 말한다.

"@@♥?? (해피해피 마트는 언제나 와도 즐겁지 않니?)

이에, 딸 우주인도 조그만 자루형 머리를 있는 힘껏 끄덕이며, 껄껄 웃는다.

"@--=/?? (그럼요. 엄마.)

엄마 우주인이 촉수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더니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낸듯, 희뿌연 세모형 눈알을 이리저리 돌린다.

"*?^♥ (그런데 얘야, 해피라는 것이 무슨 뜻인줄 아니?)

딸 우주인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 바람에, 끈적끈적한 것이 대리석 바닥에 떨어진다.

"!???!♥ (아뇨. 엄마. 무슨 뜻이에요?)

엄마 우주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끈미끈한 다리로 땅을 두드리며 껄껄껄 웃는다.

"~^??! ('해피'라는 단어는 말이지. 먼 옛날 '인간'들이 지구에 살았을 때, 주로 서부 지방에서 쓰이던 단어였단다. 뜻은 '행복함'이란 뜻이지.)

엄마 우주인의 말에 딸우주인은 아주, 아주.

흥미롭다는 듯, 촉수를 360도로 돌린다.

"?~♥^!#♥ (인간은 나쁜 생물이었지만, 그런 인간에게도 우리가 본받아야할 점이 있었단다)
"?^!^♥^ (그게 무엇이죠?)

엄마 우주인은 파란 하늘과 인조적인 녹음. 장식으로 된 가짜 호수. 현재는 문화재로 지정된 63빌딩을 바라본다.

"(!?♥^! (그것은 인간의 경이로운 건축법과,)

이어서, 엄마 우주인은 과거의 척화비에 해당하는 비석을 바라본다(이것 역시 오늘날 문화재다)

"!?!~♥ (우리가 얻을 수 없었던, 놀랄만큼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언어'란다.)

딸 우주인은 그렇구나라는, 아주 호기심 가득한 세모형 눈알으로 엄마 우주인을 바라본다.

"!!♥?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네. 자, 어서 마트로 가자꾸나.)
"!^!^! (네, 엄마!)


*오늘의 일기

지구역사 선생님이 오늘 말씀하시기를, 인간에게 우리 위대한 종족이 본받아야 할 점은 단 두 가지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건축학' '언어' 입니다.

인간의 '건축학'은 기이할 정도로 많이 발달되었었다고 합니다. 먼 옛날 유클리드라는 인간이 세운, 기하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인간은 건축을 발달해왔다는 군요.

아, 이건 비밀인데요.

우리가 지구에 처음 왔을 때, 인간들의 건물이 얼마나 예뻤는지, 시샘이 나서 대부분 부셔버렸다고 해요. 물론, 우리들의 선조님들이 말이에요.

이것 역시 지구역사 선생님이 말해줬답니다!

- 지동력 6002년 5월 29일의 일기 끝.




[-@-)@)(/!! (우리 가족 손 잡고 해피해피마트에 놀러오세요! 해피해피마트는 가족 지향 마트입니다! 아주 아주 행복한 마트이지요!) ]

기이한 목소리의 안내음이 묘하고 흥겨운 배경음악과 섞여 해피해피 마트에 울려 퍼진다. 주변은 안내음에 맞춘듯 가족 단위의 '지구인'이 가득 차 있다.

엄마 우주인과 딸 우주인(아, 이제 이들을 지구인이라 칭하겠다) 엄마 지구인과 딸 지구인은 해피해피 마트의 입구를 지나, 서로 촉수로 되어 있는 손을 잡은 채 안으로 들어온다.

그들 앞에는 이런 경고문이 붙어있다.


'해피해피 마트는 공공질서에 최대를 다한답니다! 그러므로, 저희 해피해피 마트에 오시는 소중한 손님들은 필시 지켜줘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첫번째. 애완동물 출입금지 (16살 이후의 애완동물은 괜찮습니다.)

두번째. 촉수는 1층 식품 코너 앞의 히터를 통해 충분히 말리고 오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촉촉한 촉수가 자사의 물품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세번째. 자사의 물품을 도난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지구인'이 아닙니다. 우리는 고귀하고 완벽에 가까운 생명체입니다.)

이 세가지만 지켜 주신다면, 저희 해피해피 마트를 행복하고 즐겁게 이용하실수 있답니다!

-해피해피 마트 직원 일동.'


"?!!♥♥* (아가. 촉수부터 말려야 겠구나.)
"?^!^! (네. 엄마.)

엄마 지구인이 자신의 까끌까끌하고 매끄러운 기다란 형태의 촉수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딸 지구인의 촉수를 잡고 1층 식품코너 앞으로 데려간다.

휘이잉, 하는 따뜻한 바람소리가 주변 '지구인'들의 귀를 간질인다. 다들, 하나 같이 히터 앞에 몰려 있다. 물론, 딸 지구인과 엄마 우주인도 예외는 아니다.

"?!!, (거, 참. 빨리 좀 말립시다. 뉘 집 촉수길래, 그리 깐깐하답니까?)"

회색빛이 감돌아 약간 병들어 보이는 지구인이 끈적끈적한 촉수를 휘두르며, 제일 앞에서 히터에 촉수를 말리는 지구인에게 야유를 보낸다.

"??!!, (당신네 집 보다는 좋은 촉수니, 그리 섭섭하게 굴지 마오!)

촉수를 다 말린 지구인이 자신에게 소리를 쳤던 지구인에게 되받아친다. 그 덕에, 줄을 서 있던 지구인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린다.

이것이 '지구인식 유머'다.

"!!?? (아가. 아가는 나중에 저런 몰상식한 지구인이 되면 절대로 안 된단다. 좀 더 고상하고 매너있는 지구인이 되어야 한다.)
"?!!!, (네! 엄마.)

허나, 엄마 지구인은 이 '지구인식 유머'에 불평이 많나보다. 그녀는 이전부터 '지구인식 유머'에 강한 반감을 품어왔다. 심지어는 이 '지구인식 유머'가 현재 '지구인'들을 멸할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의 일기

'유머'라는 것을 한달 전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종족이 최근에 깨닫게 된 것이지요.

저는 한 달전에 제 친구, 조디악으로부터 알게 되었답니다. 조디악은 아주 재밌는 친구입니다. 다른 친구들을 재밌게 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죠.

조디악은 우리 보다 전에 살았던 '인간'들의 유머를 이용해 우리들을 항상 웃겼답니다.

저도 조디악한테 배운 유머방식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슬랩스틱 코미디'라는 것이지요.

- 지동력 6002년 5월 21일의 일기 끝.




"!??~ (껄껄. 다 말렸구나. 아가. 이제 장좀 보자)"
"?!** (네! 엄마!)

촉수를 히터에 모두 말린 엄마 지구인과 딸 지구인이 웃으며, 식품 코너로 다가간다.

그 때, 엄마 지구인의 경질화 되어 있는 등을 누군가가 촉수로 살짝 두드린다. 그 바람에, 엄마 지구인은 뒤를 돌아본다.

"__!!? (오랜만이에요! 신시엘 엄마!)
"!!?? (어머머! 다츠 엄마! 얼마만이에요!)

엄마 우주인은 아주 반가운 사람을 만난듯, 촉수를 이리저리 돌리며 환호를 질렀다. 엄마 우주인 앞에 있는 다츠라는 아들을 가진 아주머니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이 아주머니는 엄마 우주인과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다.

도통 요즘에 연락을 서로 못하고 있는 사이였고, 우연히 이 해피해피 마트에서 만난 것이었다.

"!!?? (어머머, 애완동물은 몇 살인가요?)

엄마 우주인이 다츠 아주머니의 촉수에 목줄이 잡혀 있는 애완동물을 바라보며 말한다.

"!!?? (수컷이고 올해 18살 됐어요. 이름은 아직 정하지 않았고 똘똘하지요.)"

엄마 우주인이 촉수를 맞대며, 그렇구나라는 의미를 내보인다. 그러고는 잠시후, 딸의 촉촉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인사를 시킨다.

"!!?? (아가. 같은 동네에 사는 다츠 알지? 그 다츠의 아주머니란다.) "!!??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딸의 인사에, 다츠 아주머니는 촉수를 들어서 그래,라는 반가운 미소를 짓는다. 그 바람에 바닥에 끈끈한 것이 떨어진다.

이 광경을 지켜 보는 다츠 아주머니의 애완동물의 표정에는 복합적 감정이 드러나고 있었다.


*오늘의 일기



지구인, 여러분. 아니, 전 우주인 여러분. '애완동물'이라는 것을 아시나요? '애완동물'이라는 것은, 같은 생명체 중에 보다 더 약한 것이 자신보다 강한 것에게 애정으로 키워지는 것이랍니다. 그럼, 여기서 '주인'이라는 개념이 생깁니다. '주인'은 강자이고, 약자는 주인에게 복종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애완동물'이지요.

우리가 지구에 오기전 '인간'은 애완동물이라는 개념의 생명체들을 엄청나게 키우고 있었다고 지구역사 선생님이 알려주셨답니다.

그럼, 여러분 여기서 가장 웃긴 것을 알려드릴까요?

우리는 '인간'보다 강자입니다.

- 지동력 6002년 5월 1일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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