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페북에 올라오고 추천을 받는 글들을 보고 사회학도로서의 문제 의식이 발동해서 글을 한 편 썼는데 글에 대한 포게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올려요. 덧붙이자면 이 글에서 포니로부터 영감을 받은 부분은 다양성과 연대에요. 그럼 시작할게요
<본문>
['의미없는 경쟁'을 조장하는 글, 그리고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뼈빠지는 노력만을 강조'하는 훈계글들. 이제는 페북에서 그만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분명 험난합니다. 그래서 피터지게 노력해야 그나마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그런 현실은 그저 변치 않는, 단지 그렇게 주어진 것일까요? 그렇게 아등바등 열심히 살면서 경쟁에서 이긴다면 정말 행복해질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획일적인 기준이 지배하는 경쟁 사회에서 승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 사람은 자신이 실제로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와는 상관 없이 루저가 될 뿐이고요 이긴 사람이라 할지라도 기준에 자기 자신을 끼워 맞추느라 자신을 잃어버린채 자기 자리를 지키지 못할까봐 아등바등할 뿐이지요. 게다가 이런 제로섬 게임에서는 '죽어라 노력'만 한다고 해서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것 또한 절대 아닙니다. 승자가 있으면 반드시 '루저'도 만들어지게 마련이죠. 모두가 각자 나름의 행복을 누릴 수 없는 현실이 과연 좋은 현실일까요? 글쎄요......
사람이 모두 똑같다면 모두 획일적인 가치를 추구하면서 행복을 찾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진 재능도 다 다르고요, 모두 자신만의 개성을 가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 나름대로의 행복을 추구하려면 우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뭔지', '자신이 무얼 할 때 기쁜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등등요. 그렇지만 하나의 가치에만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며 어떻게든 남보다 앞서가려고 한다면 우리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게 되어갈테고요 우리가 궁극적인 목적으로서 원했던 행복도 결과적으로 멀어지겠죠. 여기서 비유가 하나 떠오르네요. 괴물을 무찌르기 위해 용사가 스스로 괴물이 되었지만 괴물을 쓰러트린 후 용사는 새로운 세상의 괴물이 되었다는 이야기요. 세상이 아무리 힘들다 한들 과연 단지 괴물이 되는 것만이 답일지요? 그리고 그게 유일한 답이 되느냐를 떠나서 새로운 괴물이 되는 게 과연 정당하며 우리가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데에 도움이 될까요?
그렇다면 이런 것들이 우리를 실제로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이토록 외적인 조건에 매달리며 불안해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우리는 자라나며 불안을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튀어서는 안된다'는 강박, 그리고 '좋은 학교 못 가면 인생 망한다'는 말, 그리고 사회에서 요구되는 소위 말하는 '번듯함'과 '경쟁력'을 가져야 인정받는다는 이야기 등등. 일상에서 이런 생각들을 너무나 많이 자연스럽게 접하다 보니 우리는 끝없는 불안에 빠져 자신을 끝없는 경주에 몰아넣어 왔고요 이런 외적인 조건들 없이는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 또한 여지껏 그런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대학 입시를 세 번이나 치렀습니다. 하지만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우리가 여태껏 믿어 왔던 것들에는 정작 중요한 게 하나 빠져 있습니다. 바로 '나 자신'이죠. 약간 우습기도 하면서 아이러니합니다. '나 자신'이 행복하고 싶은데 정작 좇는 건 '나 자신'의 특별함과 상관 없는 '나 자신의 지위'라니요.ㅎㅎ 예를 하나 들려 합니다만 자신과 상관 없는 외적인 지위로 평가받는 일은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닙니다. 애인에게 '넌 정말 속이 깊고 날 이해해줘서 좋아.'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 좋겠지만 '넌 서울대를 나왔고 연 수입이 1억이 넘어서 좋아.'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기분 좋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려나요? ㅋㅋ
그럼 이렇게 혼란하고 불안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거기에 대해서는 제 짧은 의견이라도 조금이나마 풀어놓으려 합니다. 저는 우선 앞에서도 말했듯이
자신을 돌아보며 우리가 진정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성찰해보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여태껏 쌓아 왔던 불안함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익숙했던 사고와 행동 방식에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쉽사리 바꾸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불안에 젖어 영원히 똑같은 경주 트랙만 돌고 있다면 자신에게 맞는 행복은 오지 않을 겁니다. 불안을 걷어내고 경기장을 박차고 나서서 자신의 길을 가야죠. 자신감을 가져도 될 거예요.
두번째로 우리나라에서 특히 부족한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얘기도 하고 싶습니다. 위에서 내내 말했듯이 사람들은 각자 다른 개성을 지녔고 저마다 나름대로 가치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차이가 존중받지 못하고 '다름'이 '틀림'으로 취급받는다면 과연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바라보며 저마다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반짝이는 내면을 보지 못한채 자신에게 행복을 주지 못하는 획일화된 외적인 가치, 그리고 그걸 얻기 위한 맹목적인 경쟁에 매달리게 되겠지요. '명품 소비 지출'은 세계적인 수준이면서 자살률 또한 OECD 국가 1위인 우리 나라의 슬픈 자화상이죠.
마지막으로 우리가 처한 경쟁 사회를 단지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적응하려고만 하기보다는 한 발짝 떨어져서 경쟁 사회에 대해 고찰해 보고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현실 혹은 바람직한 경쟁에 대해 함께 상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 의식이야말로 모든 변화의 근원이니까요. 물론 한 사람이 큰 변화를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과거에 비해 실제로 많이 변해 왔고 그러한 변화의 근본에는 분명 개개인의 문제 의식의 집합과 변화를 위한 연대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안 될거라 체념만 한다면 가능성은 0이지만 뭐라도 해 본다면 0에 수렴할지언정 미세한 가능성이라도 있는 거니까요. 혹시 몰라요? 자신이 변화의 주인공이 될 지.ㅎㅎ
부족한 필력이지만 경쟁에 대한 성찰 없이 인생에 대한 조언을 명목으로 젊은 사람들을 맹목적인 경쟁으로 내몰면서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감동적인 인간 승리로만 묘사하는 류의 글들이 페북에 올라오고 [좋아요]를 엄청나게 많이 받는 세태를 보고 무언가 느낀 바가 있어 주제넘게 써 봤습니다.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앞으로 우리가 비판 없이 끝없는 레이스에 참여하며 자기 자신의 승리만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을 비롯한 모두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