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명의 부족원을 지휘하는 오피서가 되면 두가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됩니다. 하나는 외교고, 다른 하나는 스파이죠.
불가침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되는건 예삿일이고, 동맹국이 거대한 통수를 준비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실질적으로 수면위 외교와 수면아래 외교가 따로 존재하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수면위에서 오가는 정보만으로는 부족하게되고, 수면아래의 정보를 얻을 방법을 찾게됩니다. 스파이를 심는거죠.
이 스파이 문제 때문에 대규모 부족의 오피서들은 매우 힘들어집니다. 중요한 안건을 많은사람과 토의할수도 없음은 물론, 정보의 통제 수위도 높아지고 전략을 짜는데도 여러 차질이 생기죠. 그래서 스파이를 색출하는것 또한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이건 매우 만성적으로 만연해있는 현상이예요. 근데, 이게 공론화되는 사태는 거의 없어요. 이건 수면 밑의 전쟁이거든요.
무슨 얘기냐하면... A부족에서 잠재적 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B부족 소속의 스파이를 색출하기위해, 부족원들 하나씩 붙잡고 "'B부족장 개새끼'라고 해봐." 이러는 일이 있을까요?
그딴 쓰레기같은 아이디어는 아무리 병신같은 오피서라도 시도하지 않아요. 그게 스파이 판단의 근거도 되지않을뿐더러, 오히려 그 정보가 B부족에 들어감으로서 외교관계만 악화되고 불필요한 적대관계만 생기거든요.
그럼 어떻게 대처하느냐, 기본적으로 부족자체의 외교적 군사적 역량을 강화해요. 그깟 스파이 한둘에게 휘둘리지 않을만큼 강해지도록. 그리고 믿을수 있는 인원을 기반으로 물밑 전쟁을 꾸준히 지속해요.(비교하자면 국정원에 해당되는거죠) 마지막으로 정보의 통제수위를 분류해요.(군사기밀, 국가기밀에 해당되죠)
고작 수천, 수만명이 하는 게임에서조차 이렇게 자명해요. 사상검증이 실질적인 의미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악영향만 끼친다는게.
이제 현실정치로 넘어가서 얘기해볼까요?
모든 정치인들이 다같이 북한정권과 김씨3대를 규탄했다고 가정해봐요. 그게 종북이 없다는 증거가 되나요? 아니죠. 근데 사상검증 열풍속에 다같이 규탄했는데, 그 정치인들이 북한과의 외교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까요? 뒤집어서, 한국이 싫다고 대놓고 발언하고 한국 통치자를 규탄한 외국 정치인이 한국과의 외교테이블에 앉으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