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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사 정리해고 경험담입니다.
회사에 들어온 지 2어달이 지난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주는 Employee Appreciation Week라고 해서 연말이 가까와오고 하니, 그동안 고생했던 직원들 수고했다고 작은 이벤트가 있는 한 주였습니다.
일주일 내내 이벤트가 있는데...
그동안 인상만 쓰고 다니던 메니저들이 카트에 스넥, 캔디, 음료수 등을 올리고 끌고 다니면서 직원들에게 돌리기도 하구요...
팀사진을 찍어서 액자에 곱게 맞추어서 선물로 주기도 하고...
미팅룸에 위 게임을 설치해서 게임 1등한 사람에게 선물을 주기도 하고...(저 1등해서 컵 받았습니다... 역시 게임강국 출신이라서)
아이스크림도 주고... 쿠키도 돌리고...
하여튼 이런 이벤트가 한 주 내내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날, 즉 금요일은 오후근무를 없애고, 영화단체관람이 있었습니다. 정말 몇 년만에 영화관을 가는 건지...
부르스 윌리스 나오는 "Looper"라는 영화를 공짜로 보여주는데... 고등학교 때 영화관 단체관람 빼 놓고는 이렇게 우루루 몰려가서 영화를 보는 것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주말에는 속으로 "와우... 내가 정말 회사를 잘 옮겼구나... 여유있고, 직원들을 잘 챙겨주기도 하고, 작지만 재미있는 이벤트도 있고... 와우..." 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일주일 띵가띵가 잘 놀았습니다. 거의 회사라기보다는 도서관 영어공부하러 가는 기분으로...
그런 생각으로 월요일에 출근하여 열심히 근무를 하는 척 하고 있는데, 오후에 회사의 아주 높은 사람으로부터 전체 메일을 받습니다.
무슨 Business Transformation... 어쩌구 저쩌구라는 메일이었습니다.
저는 전체메일로 보내지는 것 중에서는 5줄 넘어가는 건 잘 안 읽습니다. 너무 깁니다. 읽다가 졸립니다.
머... 별로 중요한 이야기 아니겠지... 하고 넘어갑니다.
그러다가 화요일 아침에 회사 출근해서 청천벽력의 소리를 듣게... 아니 청천벽력의 메일을 봤습니다.
"I was let go by the company... my private e-mail address is..."
내용을 읽어보니, 멀리서 통근하는 친구인데, 월요일날 재택근무하고 저녁에 쉬고 있는데, 집전화로 해고통보가 왔다는 겁니다.
"내일부터 회사 나올 필요 없다. 너 자리에 있던 짐은 박스에 넣어서 페덱스로 보내주겠다..."
라고 짧게 전하고, 바로 전화를 끊더랍니다.
회사 출입키도 바로 정지당하고, 회사이메일 등도 그 날로 연결을 끊었다고 하네요.
아... 정말... 가슴이 쿵 내려앉습니다.
메일을 확인해보니 해고통보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 부서, 저 부서에 메일 보내면서 자기 맡은 일 열심히 하던 친구인데, 그야말로 아무 소리소문없이, 아무 기척도 없이, 가차없이 해고통보가 날아간 겁니다.
바로 옆자리 동료가 없어지니... 금요일만 해도 같이 영화보고 화요일날 보자고 했던 동료가 없어진 겁니다.
쏴~한 마음에 어제 높은 놈이 보냈던 메일을 다시한번 꼼꼼히 읽어봅니다.
…
the separation of a number of employees from the company. ...more effectively deploy our people to maximize delivery needs ...streamlining roles, including the management layer, to remove bottlenecks, provide greater transparency and facilitate employee and internal customer engagement. ... best support organizational goals and objectives.
…
긴 영어를 짧게 번역하자면... "짜르겠다..." 입니다...
길게 번역하자면... 회사가 원활치 않아서 좀 짜르겠다... 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어떻게 1시간 전에 전체메일 하나 띡 보내고, 바로 해고통보를 내리는 지... 와우... 정말 머리털이 쭈삣할 정도로 식겁합니다.
회사도 신입직원은 직원대로 뽑으면서 왜 기존직원을 자르는 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그래도 좀 다녀봐서 업무에 익숙하고,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아는 기존직원을 계속 쓸텐데.. 굳이 신입사원을 뽑는 지...
제가 괜히 잘 다니던 옛 회사 나오고 이 팀에 들어와서 그 직원 일자리를 뺏은 건 아닌 지... 찜찜하기도 합니다.
그날 오후에 바로 인사과에서 다른 직원이 오더니, 컴퓨터 포맷해버리고, 책상 다 쓸어갑니다. 와우... 살벌해라...
그 주 한동안은 집에 와서도 혹시나 전화올까 봐, 괜히 신경쓰이고...
가만히 있던 팀메니저까지 오늘은 저에게 일 맡은 거 진척사항이 어떻게 되냐고 갈구고... 2개월 된 놈이 하면 얼마나 한다고...
정말 내가 치사하고 드럽고 아니꼬와서...
열심히 한다... ;;;
어쨌든 이런 일을 겪고 나니, 과연 애사심이란 무엇인가, 평생직장, 회사에서의 나의 위치, 한국에서는 정리해고는 어떤 형태일까?, 굳이 열심히 일해야 하나 하루 아침에 자르면 그만인데... 등등등 별의 별 생각이 다 듭니다.
그렇게 정리해고는 남의 일인 줄만 알았습니다...
출처 | 블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