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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200년사-(14)갑오시민혁명
게시물ID : history_47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013년체제
추천 : 21
조회수 : 132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6/19 17:32:10
20세기를 얼마 앞두고 동아시아의 중심지로 화려하게 성장한 서울의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청계천 일대에는 공장지대와 노동자 거주지역이 밀집되어 있었다. 
푸르디 푸른 하늘은 하루 종일 공장의 검은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연기들로 뒤덮여 우중충한 회색빛으로 바래 버린지 오래고, 쉬리가 헤엄쳐 다니며 살 정도로 맑고 깨끗했던 청계천도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로 꺼멓게 죽어가고 있었다. 
청계천 뚝방에 늘어선 게딱지같은 벌집엔 단칸방에서 남녀노소가 뒤엉켜 지옥 같은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물론이고 10살도 채 안된 어린아이들까지 하루 12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노동을 견디며, 온 가족이 벌어야 겨우 방세 내고 입에 풀칠할 정도의 낮은 임금으로 연명하며 짐승처럼 살아가고들 있었다. 
그 동안 열악한 작업환경의 개선과 임금의 인상 등을 둘러싼 크고 작은 소요가 끊이지 않았으나, 공장주들과 결탁된 제국당 정부의 강압적인 대노동자 정책으로 기 한번 번번이 펴지 못한 채 억눌려 지내와야만 했던 세월이었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겨울이 되면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지고, 청계천 뚝방 동네는 무거운 적막함에 가라앉으며 인적조차 끊긴 유령이 사는 도시로 변해버린다. 
정월의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겨울밤, 봉제공장에 다니던 열여섯살 짜리 순이는 여느 때처럼 길고 지겨운 철야작업에 들어갔다. 밤이 깊어 시간이 새벽으로 달리자, 악마처럼 잠겨드는 졸음을 뿌리치려 자꾸만 감기는 두 눈을 부릅뜨고 참아 보지만 고개는 어느새 자꾸만 재봉틀로 곤두박질 쳐댔다. 갑자기 뒤통수에 내려치는 둔탁한 충격에 화들짝 놀란 순이는 무심결에 벌떡 일어났다. 거기에는 공장장의 개기름이 번들거리는 낯짝이 징그럽게 느물거리고 있었다. 
"일은 안하고 잠만 자면 어떡하나, 낮에는 잠 안자고 뭐해. 애인하고 대낮부터 뒹굴다 왔어" 
공장장의 갑작스런 고함에, 기계소리와 숨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려오던 공장 안이 갑자기 술렁거렸다. 잠결에 무안을 당한 순이는 금새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건 그렇다 치더라도 공장장의 예상치 못한 엉뚱한 말에 수치심을 참지 못하고 귀 끝까지 달아오르며 눈물마저 핑 돌았다. 고개를 떨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순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공장장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뒤로 돌아서며 한마디 불쑥 내뱉는다. 
"따라와, 기합 좀 받아야지. 잠 좀 깨게" 
기합이라는 말에 순간 당황한 순이는 공장장의 소매를 잡고 늘어졌다. 
"공장장님,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 주세요. 다시는 안 졸께요. 예, 공장장님" 
"어허, 따라오라는데도" 
공장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순이는 움찔한 채, 성큼성큼 앞서 가는 공장장의 뒤를 쫓아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엉기적거리며 따라 갔다. 
'설마 무슨 일이냐 있을라고' 
순이가 공장장의 뒤를 따르자 일순 공장 안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아직 나이도 어린데 어쩌까잉" 
"뭐 손이야 되겠어, 아직 어린앤데. 제 놈이 사람이라면" 
"아이고, 자긴 안 당해 봤어. 저 놈이 어디 이것저것 가리고 처먹었어. 궁하면 제 에미도 덮칠 놈이여 저 화상이" 

공장 이층에 마련된 공장장실은 작업장 전체가 한 눈에 확 들어오게끔 만들어져 있었다. 공장장실로 따라 들어서는 순간, 순이는 홀아비 냄새에다 담배냄새까지 배인 퀴퀴한 냄새에 숨이 막혀오면서 구역질이 나왔다. 이불과 베개가 그대로 널브러져 있는 간이침대가 순이의 신경을 자극해 왔다. 공장장은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그냥 우두커니 서 있는 순이의 몸매를 위 아래로 음흉하게 훑어 내렸다. 
"순이가 올해 몇 살이지" 
"열 여섯이요" 
공장장의 끈적끈적한 눈길이 자신의 몸에 와 닿는 것을 알아차린 순이는 마치 벌레가 스멀스멀 속살을 기어다니는 것처럼 온몸을 부르르 떨며, 앞으로 자기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몰라 불안해하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음, 열 여섯이라 참 좋을 때군. 고생이 많구나, 피곤할 텐데 자 이리로 앉지" 
공장장은 자신의 침대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털어 내며 앉기를 권했다. 
"아, 아니에요. 저 괜찮아요" 
방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태도와 말투를 바꾼 공장장의 의외의 친절에 줄이는 적잖이 당황하며 손을 흔들며 사양했다. 
"어허, 이리로 앉으라니까" 
갑자기 공장장이 거칠게 순이의 손을 홱 잡아 당겨, 순이는 자신도 모르게 기우뚱 몸이 기울며 공장장 옆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순이는 순간적으로 가슴을 부여안으며 온 몸을 웅크렸다. 
"누가 잡아먹을까 봐 그래, 아빠같이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 뭘 그렇게 빼고 있어" 
공장장의 입에서 아빠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순이는 심한 불쾌감을 느끼며 일순 고향에 계신 병드신 아빠의 모습이 눈에 떠올라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 옴을 느꼈다. 
"배고프지, 한참 뗀데. 자, 이것 좀 먹어. 명동에서 만든 과잔데, 아주 귀한 거야" 

공장장은 준비해 뒀다는 듯이 책상 서랍에서 유럽풍의 예쁜 과자통을 끄집어내어 순이 앞에 들이밀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친절한 체 하는 공장장의 저의가 의심스러웠지만, 저녁도 제대로 못 먹은 데다가 난생 처음 보는 양과자를 눈앞에 두니 저도 모르게 손부터 갔다. 
사실 순이는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언니들에게 공장장의 질 나쁜 습관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터였다. 야간 작업 때면 으레 누군가 불려 들어가기 일쑤였고 공장에서 일하는 언니들은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두려워 굴욕감을 참으며 그의 요구를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 공장의 은밀한 불문율이며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것이다. 
공공장의 비위를 거슬리게 되면 공장 생활이 더욱 고달파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체벌과 감봉 더 나아가 죽음과도 같은 해고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과 긴장감으로 가슴은 마구 방망이질 쳐댔지만, 따뜻한 공간에서 달콤한 휴식과 함께 입에서 저절로 녹아드는 양과자의 유혹은 순이를 혼란스럽게 했다. 
"힘들지. 몸 좀 녹이고, 잠시 쉬었다 가" 
평소와 전혀 다른 말투로 다정스레 접근하던 공장장의 손이 슬그머니 순이의 어깨 위로 올라앉았다. 순이는 순간 흠칫하며 이 순간을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공장장의 손길을 뿌리치자니 고향에서 병들어 누워 계신 아빠와 배고파 우는 어린 동생들 생각에 아득하기만 하고, 그러자고 눈 딱 감고 참기에는 순이는 아직 너무 어린 나이였다.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공장장의 손길이 허리를 타고 내려와 엉덩이에 와 닿자 순이는 불에라도 데인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이러세요. 이게 무슨 짓 이예요" 
순이의 똑부러진 반응에 공장장은 다소 의외라는 듯이 말을 더듬었다. 
"이거 왜 이래, 다 알면서. 남들처럼 맛있는 것도 먹고 쉬었다 가면 좋지 뭘 그래" 
"전 그런 여자 아니에요" 
"아니, 이 년이 누구 앞이라고 눈 똑바로 뜨고 대들어" 
순이가 돌아서려는 순간 공장장이 태도를 돌변하며 갑자기 순이를 확 끌어안았다. 자신의 얼굴을 덮치려는 공장장의 뜨거운 입김이 비릿하게 와 닿자 순이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있는 힘을 다해 공장장을 밀쳐냈다. 
"어, 어"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은 공장장은 구석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공장장실을 박차고 뛰어 내려온 순이는 모든 사람들이 일손을 멈추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 자리로 돌아온 순이는 재봉틀에 엎드려 너무나 억울하고 설움에 복받쳐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그 날 그 시간 이후 공장장은 작업장에 단 한번도 내려오지 않았다. 

다음 날, 어김없이 하루해가 저물고 공장의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질 때면, 작업을 교대하기 위해 공장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유령 같은 침묵의 도열이 길게 이어져 무거운 발걸음들을 옮겨간다. 
철야 작업을 마치고 자신의 벌집으로 돌아온 순이는 씻지도 못한 채 시체처럼 쓰러져 온 낮을 내내 혼자 끙끙 앓다가 저녁이 되자 다시금 공장으로 지친 발걸음을 옮겨갔다. 
공장 문 앞에 다다른 순이는 입구 알림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자신도 사람들 틈을 헤집고 들어갔다. 

'공고. 다음 사원을 근무 자세 불량과 명령 불복종으로 해임함. 성명 김 순이. 공장장 백' 

하얀 백지에 너무나 간단하게 자신의 인생이 무참하게 허물어져 내리는 것을 느낀 순이는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떼 놓을 수 없었다. 교대 시간이 끝나고 텅 빈 거리에 짙은 어둠이 깔리고 스산한 겨울 바람이 골목을 휘돌아 나가도, 마치 우울한 공장지대의 한 풍경으로 변해 버린 듯 순이는 오랫동안 꼼짝도 않고 소리 없이 흐느끼며 그 자리에 붙박여 있었다. 
다른 공장에 다니던 순이의 고향친구 신돌석은 순이의 소식을 전해 듣고 너무나 흥분하여 그 공장장 놈을 당장 때려죽이겠다며 밤새 술을 먹으며 울부짖었고, 신돌석이 다니던 야학의 담임교사이던 손병희는 다른 방법을 찾아 보자며 달래느라 함께 밤을 새웠다. 

날이 밝자 손병희는 '민주노동자 혁명동맹(이하 동맹)'의 동지들을 찾아가 사태를 설명하고 공장의 작업환경과 인권유린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본 후 상부에 조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하였다. 
하부의 보고에 접한 동맹의 지도부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판단하여 자유당이 의회에 제출해 놓은 공장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서도 일정 부분의 행동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최종 결론을 내리고, 순이의 부당 해고를 문제 삼아 각 공장에 작업환경과 인권상태의 개선을 위한 대규모의 조직적인 행동에 착수하기로 하였다. 

실의에 빠져 넋이 반쯤 나가 있던 순이를 부추겨 돌석이는 주야 교대시간을 이용하여 순이의 공장 앞에서 출근 투쟁을 벌이게 되고, 동맹의 노동자들은 항의 시위를 전개해 나갔다. 순이의 소식이 공장지대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동맹의 조직적인 선동으로 청계천 일대의 민심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사태가 예상치 않는 방향으로 확대되어 나가자 순이가 다니던 공장장은 상부로부터 어떻게든지 사태를 수습하라며 질책을 받게 되고 사면초가에 빠진 공장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고등계 형사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사흘 째 출근 투쟁을 마치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던 순이는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찰에 연행되어 눈을 가린 채 어디론가 끌려갔다. 퀘퀘한 지하실로 끌려 내려온 순이는 어둠 속에서 가린 눈이 풀어지자 낯선 풍경에 왠지 모를 섬뜩한 공포가 엄습해 옴을 느꼈다. 

"김순이, 너 여기가 어딘 줄 알아" 
아직 눈에 익지 않은 어둠 속에서 한 남자의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가 적막을 깨트렸다. 
"여, 여기가 어딘데요" 
겁에 질린 순이가 부들부들 떨며 대답했다. 
"여기, 여기가 바로 지옥이야. 너 같은 빨갱이 년들 때려잡는" 
무언가 둔탁한 것을 내려치는 소리가 허공을 가르며 순이의 귓전을 때려 왔다. 
"무슨 말씀을, 저 저 빨갱이 아닌데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빨갱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무척이나 당황한 순이는 즉각적으로 대꾸했다. 
"어, 요 년 봐라. 너 그럼 여긴 왜 들어 왔어" 
점차 어둠에 익숙해진 순이의 눈에, 눈이 위로 찢어지고 살기가 느껴지는 덩치 큰 사내가 거만하게 앉아 몽둥이를 들고 있는 모습이 어슴푸레 들어 왔다. 
"잘 모르겠는데요" 
순이는 겁에 질려 거의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잘 몰라. 그럼 잘 알게 해 주지" 

순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난 사내는 순이의 머리채를 휘어잡고는 땅에 내동댕이친 후, 아직 다 자라지도 못한 연약한 순이의 몸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몽둥이질과 발길질을 해 댔다. 매질이 멈추고 잠시 시간이 흐르자 사내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너 하나쯤은 여기서 죽어 나가도 아무도 몰라. 몸 다치기 싫거든 순순히 다 부는 게 좋아. 너보고 출근투쟁 하라고 시킨 놈이 누구야" 
난생 처음 당한 몽둥이질에 만신창이가 된 순이는 몸을 추스르려고 애써 봤으나 뼈 속까지 스며드는 고통에 저절로 입을 악물었다. 
순간 돌석이가 떠올랐으나 본능적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시킨 사람 없는데요. 저 혼자 한 거예요" 
순이의 거의 절망적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사내는 다시 순이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그래, 그럼 니 혼자 다 뒤집어써라"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제발 때리지 말아 주세요" 
순이는 공포에 질려 다리를 붙잡고 매달리며 애원했다. 
"때리지 말아달라고. 그래, 그럼 다른 걸로 해 주지. 일어서" 
순이는 엉거주춤 일어서려고 애를 썼다. 
"옷 벗어" 

마치 지옥에서 들려오는 듯한 사내의 짧고 단호한 말에 순이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쌍년이, 귀 먹었었어. 옷 못 벗어" 
멍하니 서 있는 순이의 옆구리에 다짜고짜 사내의 발길질이 날아 들어왔다. 
구석에 고꾸라진 순이는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엉겁결에 다시 벌떡 일어나 섰다. 
"버 벗을께요. 제발 때리지 마세요" 
끝갈 데 없는 공포에 순이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옷을 하나씩 벗어 내려갔다. 
"마저 벗어. 홀라당 발가벗으라고. 요조숙녀인 척 하지 말고. 너희 빨갱이 년들은 동지들한테는 수고한다며 막 같이 자 준다면서" 
차마 마저 벗지 못하고 속옷 차림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순이에게 사내는 몽둥이로 책상을 치며 고함을 쳤다. 사내가 몽둥이를 쳐들자 화들짝 놀란 순이는 겁에 질려 재빠르게 남은 속옷도 벗어 내리고 말았다. 순이는 난생 처음 남한테 드러내 놓는 알몸뚱아리가 되어 수치심에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속살을 파고드는 듯한 사내의 시선을 애써 피하려 몸을 웅크리고 멍하게 서 있었다. 
"책상 잡고 엎드려뻗쳐. 다시 한번 묻겠는데 너보고 시킨 놈이 누구야. 그 놈만 불면 돼. 그럼 넌 여기서 당장 나가게 해 주지" 
한참 동안이나 순이의 벗은 몸을 이리저리 훑어 내리던 사내는, 마치 잡아 놓은 먹이감을 다루는 맹수처럼 몽둥이로 순이의 엉덩이를 툭툭 건드리며 입을 열었다. 
"저 정말 없는데요" 

순이는 자신의 대답이 지금 자신의 처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며 더구나 어떠한 흉악한 일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돌석의 이름 석 자가 입가에 맴돌았지만 끝내 참으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 년이 이거 아주 악질이네. 안 그렇게 봤더니. 이거 안되겠구먼" 
책상에 엎드려뻗쳐 있는 순이의 등뒤로 사내의 바지춤을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마치 얼어붙어 버린 듯 꼼짝 않고 책상에 붙어 서 있는 순이는 자신의 엉덩이에 사내의 맨 살이 와 닿음을 느끼고는 한마디 짧게 중얼거리며 혼절해 버리고 말았다. 
"신돌석이요"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바람이 눈보라에 실려 더욱 매섭게 불어닥치는 어느 겨울 날 오후. 우울한 회색 빛깔의 공장지대에 저녁 노을이 핏빛처럼 깔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서쪽 시커먼 굴뚝 아래로 해가 저물어간다. 음울한 공장들에 둘러싸인 조그만 공터에 한 소녀가 넋을 잃은 듯 한참동안이나 멍하니 서 있었다. 앙상하게 여읜 몸매에, 퀭한 두 눈은 눈물로 범벅이 된 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갑자기 소녀는 한 줄기 불꽃으로 타올랐다. 
"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공장법을 제정하라" 
짧은 외마디 절규를 남기고 소녀는 언 땅 위로 쓰러져 내렸고, 소녀의 불타 오르는 몸 위로 하얀 눈이 소복하게 덮이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웅성거리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순이의 분신 소식은 온 청계천 일대에 삽시간에 퍼져 나갔으며 노동자들의 분노는 거의 폭발 지경에 이르렀다. 이 소식을 접한 동맹은 긴급히 최고회의를 소집하여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제는 더 이상 밀릴 곳도 없고 참을 수도 없는 거 아니요. 이러다간 혁명이고 뭐고 먼저 다 죽게 되었어요. 당장 들고일어납시다" 
성질 급한 김개남은 회의가 시작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직 좀 더 지켜봅시다. 노동자들이 분노한다고 해서 당장 혁명에 동참한다는 보장도 없고, 아무리 상황이 그렇다해도 아직 우리의 준비가 덜 갖추어 졌는데 덜컥 일 벌렸다가 실패라도 하면 누가 책임진단 말이오. 프랑스의 파리 꼬뮨(Pari Commune)처럼 준비도 없이 섣불리 봉기했다가 혁명세력의 씨가 마르고 혁명이 몇 십 년은 후퇴하고 만 것을 뻔히 보면서도 그러시오" 
항상 신중하면서 냉정함을 잃지 않는 손화중이 김개남의 과격한 언동에 제동을 걸었다. 

밤을 꼬박 새우며 진행된 회의는, 분노와 격정 속에 강경파와 신중파의 팽팽한 의견 대립으로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먼동이 뿌옇게 밝아오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입을 뗀 전봉준의 마무리로 결론을 내렸다. 

"동지들의 진취적인 의견은 모두 훌륭했소. 
작금의 상황을 우리 노동 형제들과 인민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이번 사태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가장 큰 척도가 될 것이오. 아직 우리의 준비가 부족함이 있다해도 인민 대다수의 요구가 있다하면 우리는 어떠한 희생을 무릅쓰고 그들을 이끌어야 할 것이며, 아무리 우리의 준비가 완벽하다 해도 인민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오. 

우리에게 인민은 바로 물이며 우리는 그 속에서 뛰노는 물고기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오. 물을 떠난 물고기가 어찌 생존 할 수 있단 말이오. 
손화중 동지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선전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여 주시고 김개남 동지는 언제라도 봉기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철저히 갖추시오. 그리고 모든 조직은 세포들로 하여금 시시각각 변화되는 민심과 동향을 철저히 파악하여 보고하게 만들고 상황을 유리하게끔 적극적으로 공작하도록 교육시키시오. 
봉기 착수 여부에 대한 결정은 공장 노동자 조직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대한 반응을 면밀히 분석한 뒤 최종적으로 내릴 수 있도록 하겠소. 동지들 더욱 분투하시기 바라오" 

동맹이 유보적인 결정을 내린 바로 그 날 오후, 상황은 엉뚱하게 발전해 나갔다. 
당시 가장 규모가 큰 공장이던 대한 제철소의 저녁 교대 시간, 갑자기 종탑에서 날카로운 금속성의 파열음이 일대에 울려 퍼졌다. 
순이가 체포되자 관헌의 눈을 피해 잠적했던 신돌석이었다. 공장 교대시간의 혼잡한 틈을 타고 몰래 공장 안으로 들어온 돌석은 종탑에 기어올라가 망치로 철탑을 마구 내리치며 단독 시위를 벌이던 것이었다. 

망치소리로 주위를 끈 돌석은 모여든 사람들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김순이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공장법을 제정하라" 
순이의 분신 소식으로 어떤 일이던 터져 주길 기다리던 노동자들은 돌석의 시위현장에 순식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위 현장에 노동자들이 금새 수 백 명으로 늘어나자 잠복해 있던 형사들과 관리자들이 돌석을 잡으려 허겁지겁 철탑 위로 기어올라갔다. 돌석이 절규 끝에 형사들에 의해 온 몸을 결박당한 채 피투성이가 된 채 철탑에서 끌려 내려오자 웅성거리며 서로만 지켜보던 군중들 틈에서 누군가에 의해 한 마디 탄식이 불쑥 뱉어졌다. 

"저러다가 저거 사람잡는 거 아녀 또" 
"그래 사람 잡겠다. 거 풀어줘라" 
"맞다. 맞아. 뭐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풀어 줘. 이 나쁜 놈들아" 
노동자들은 형사들을 에워 싼 채 돌석을 뺏기지 않으려고 몸싸움을 벌였고, 점점 거칠어지는 노동자들의 공격적인 태도에 위협을 느낀 형사들과 관리자들은 돌석을 버려 둔 채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평소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 할 만큼 서슬이 시퍼렇던 형사들과 관리자들이 자신들에게 쫓겨 허둥지둥 줄행랑을 치는 모습을 본 노동자들은 갑자기 평생 맛보지 못했던 통쾌한 감정을 느끼며 자신감이 생겨났다. 
"우리 동지들을 모아 공장 밖으로 나가 김순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임이라도 가집시다." 

이 때부터, 현장에 합류해 있던 일부 무정부주의자들은 무조건 사태를 확산시켜 나가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반면 동맹의 조직원들은 조직의 방침이 내려져 있는 만큼 신중하게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며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며 전면에는 나서지 않았다. 
공장을 돌며 시위를 벌이던 노동자들은 교대시간에 맞춰 출근하던 사람들이 합세하기 시작하여 금방 수 천 명으로 불어났다. 해방감에 들뜬 노동자들은 공장 문을 박차고 청계천의 거리로 나섰다. 노동자 시위대가 거리에 나타나자 이 공장 저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 합류하기 시작하여 청계천 시장에 도달했을 무렵에는 시위대의 숫자는 수 만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돌발적인 상황이 갑작스레 폭발적으로 전개되자 동맹의 지도부는 일순 당황했으나 재빨리 시위대의 전면에 나서 이들의 행동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청계천 시장 입구에 모여든 노동자들과 공장 일대의 빈민들은, 동맹의 주도로 즉석에서 순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공장 측과 경찰의 처사를 규탄하며 공장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밤이 이슥해지자 횃불을 밝힌 채 열정과 환희 속에 치러지던 집회에 갑자기 기마 경찰들이 난폭하게 말을 몰고 들어와 강제 해산에 나섰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기마대에 의해 잠시 사방으로 흩어진 노동자들은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어 곳곳에서 돌을 던지며 경찰에 맞서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에 중과부적으로 몰리던 경찰은 마침내 발포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발포하자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갔고, 거리를 얕게 덮고 있던 하얀 눈은 총에 맞은 노동자들의 뜨거운 피로 붉게 물들어 갔다. 
경찰의 총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자 노동자들은 극도의 흥분상태에 빠져들었다. 노동자들은 골목마다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경찰에 맞서 싸울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닥치고 들고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일부는 무정부주의자들의 선동으로 공장의 예비군 무기고를 부수고 총과 화약을 꺼내 무장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들불처럼 번져 나가자 동맹의 지도부는 긴급하게 현장에서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항쟁 지휘본부를 구성하여 사태의 장악을 위해 노력하고, 일단 경찰의 무력탄압에 맞서 진지를 구축하여 혁명기지의 방어에 나섰다. 

전봉준은 야밤에 은밀히, 최제우의 수제자로 조선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인텔리 사회주의자들의 최고 지도자인 최시형을 만났다. 전봉준은 한계에 다다른 노동자들의 엄청난 분노와 현장의 혁명열기를 설명하고 무장봉기의 불가피성을 피력하나, 최시형은 무장봉기는 결국 탄압의 빌미만 제공하여 장기적으로 사회주의 운동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신중론을 고수하여 양인간의 만남은 사태에 별 도움을 주지 못 한 채 끝나고 말았다. 

현장으로 돌아온 전봉준은 총평의 최고 지도부를 전원 소집하여 마침내 전면적인 무장봉기에 총력적으로 돌입하라는 명령을 하달하였다. 총평의 무장봉기 명령이 떨어지자 그 때까지 어수선하고 무질서했던 항쟁의 현장은 돌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움직임으로 빠르게 바뀌어 갔다. 
건물 곳곳에 총평이 내건 혁명을 상징하는 붉은 깃발이 일제히 오르자, 불안에 떨던 노동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다시금 전의를 불태웠으며, 오랫동안 은밀히 준비해 뒀던 동맹의 무기들이 신속하게 배급되어 우발적인 시위의 현장은 점차 혁명의 열기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굴욕과 좌절의 소굴이었던 공장지대는 어느새 혁명과 승리의 해방구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바리케이드에는 적의 공격에 대비해 사수대가 빈틈없는 경계에 나섰으나, 공장지대 골목안 곳곳은 온통 축제의 현장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평생을 극심한 가난과 가혹한 노동 속에 한번 기 한번 펴지 못하고 살아온 인생들이었기에 오늘의 해방감은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밤새 흥분과 불안 속에 꼬박 밤을 지새웠던 공장지대에 뿌옇게 동이 터 오자 노동자들은 피로에 지쳐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잠이 들기도 했으나 동맹의 세포들은 지도부의 명령에 따라 꼼짝 않고 위치를 사수하고 있었다. 하룻밤만에 전쟁터로 변한 공장지대는 곳곳에서 매캐한 화약냄새가 코를 찔렀고, 날이 밝자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격전의 현장은 지난 밤 치열한 격전의 흔적으로 마치 유령의 거리처럼 황폐하게 변해 있었다. 
지난 밤 노동자들의 의외의 저항에 맞닥뜨리자 일단 철수했던 경찰은 밤새 대규모의 진압작전을 수립하고 연대병력의 진압병력을 출동시켜 청계천에서 흥인지문에 이르는 공장지대를 완전히 포위하고 모든 길들을 차단시킨 후, 사방에서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 나갔다. 새벽 안개 사이로 어슴푸레 진압군의 모습이 멀리서 드러나자 바리케이드 안은 갑자기 소란스러워 지며 다시금 전투 준비에 부산해졌다. 

서울의 경찰병력이 총출동하여 우세한 무기와 압도적인 병력으로 총공격을 감행하였지만, 동맹의 지휘하에 잘 조직되고 무장한 노동자들의 저항도 예상외로 만만치 않아 바리케이드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전이 일주일 넘게 장기화되면서 소요는 점차 전국적인 저항으로 확산되어 나갔으며, 특히 동맹의 지령으로 본토 뿐 아니라 만주와 일본 등 식민지의 노동자 조직들도 조직적인 저항에 나서는 등 사태는 눈덩이처럼 번져 나갔다. 
노동자들의 소요가 혁명적 상황으로 치닫자, 내각과 의회는 이의 수습을 위해 분주하게 돌아갔다. 특히 만주와 일본을 사이에 두고 점차 러시아와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어 가는 상황이었던 터라, 식민지에서의 노동자들의 소요가 점차 민족독립을 요구하는 정치적 의미로 발전되어 나가는 경향을 보이자 군부가 강력한 개입의지를 표명하게 되었고, 정치권은 의외의 상황으로까지 사태가 치닫자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장지대의 바리케이드 공방이 일주일째 계속되던 즈음, 철종의 사위로 제국당의 차기 지도자로 부각되고 있는 박영효와 자유당의 영수 김옥균은 인사동의 안가에서 은밀히 만나 시국 수습을 위한 대비책의 마련을 논의했다. 
본래 김옥균과 박영효는 동년배로 어릴 때부터 절친했던 사이였고, 성장하여서도 박규수의 문하에서 함께 개혁사상을 고취해온 터였다. 박영효는 가문의 배경으로 제국당에 입당하였으나, 흥선 대원군의 집권 이후 의회에 대한 황실의 간섭이 지나칠 정도로 막강해지고 노골적으로 보수화 되어 가는 제국당의 주류세력에 맞서 제국당 내 개혁적인 소장파들의 지도자가 되어 비주류를 이끌고 있었다. 
박영효와 김옥균은 노동자들의 소요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다면 군부쿠데타나 민중혁명의 상황이 발생하여 정치권이 공멸할 수도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박영효는 집권세력을, 김옥균은 노동자 조직과 각각 협상하여 의회에서 시국수습안을 채택하도록 하자는 합의를 보게 되었다. 박영효는 이 기회에 이하응과 황실의 주도권을 제거하고 자신이 당권과 정권을 모두 장악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었기에 일단 자유당과의 연대로 이하응을 궁지로 몰아 넣기로 작심한 것이었다. 
박영효와 헤어진 김옥균은 바로 동맹의 조직과 연락하여 전봉준과 은밀한 회동을 이루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양자간에 합의하였다. 박영효도 발빠르게 당내의 권력층에서 소외되어 있던 여러 비주류 인사들과 연쇄적으로 접촉하여 자신의 의중을 밝히고 협조를 당부했다. 

다음 날, 자유당은 전격적으로 이하응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의회에 제출하였다. 자유당의 반격이 거세리라고는 익히 예상하였던 터지만 의외의 초강수에 내각과 제국당의 지도부는 일순 당황하였으나, 제국당이 의석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던 터라 크게 우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표결에 붙여진 내각 불신임안은 예상을 깨고 근소한 표차로 통과되는 파란이 일어났다. 박영효가 주도한 제국당의 반란표가 자유당에 동조한 결과였던 것이다. 
결국 이하응은 실각하고 자유당의 지지를 보탠 박영효가 총리대신에 오르면서 혁명 전야의 시국은 수습의 가닥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박영효 총리와 김옥균 총재는 영수회담을 갖고, 양반제를 아무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명예직으로만 유지하도록 하고 30세 이상의 세금을 납부하는 모든 시민에게 참정권을 확대하는 등 신분 차별적 제도를 완화하는 개혁안을 마련하였다. 또 전봉준 등 동맹의 지도부와 면담하여, 일주일에 하루 휴일을 정기화하고 주당 노동시간을 6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간으로 하는 '공장법(工場法)'을 제정하기로 합의하였다. 전봉준은 김옥균의 중재로 더 이상의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내각과 의회의 협상안을 수용하는 한편 노동자들의 정치적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차기 총선에 대비하여 노동당을 창당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제국 의회의 합의로 선거인수가 150만에서 500만으로 대폭적으로 증가한 혁명적 상황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새로이 선거권을 얻게된 시민계급과 노동자들은 철저히 반제국당 경향으로 일관하였으며, 결국 총선의 결과는 최초로 여소 야대의 분포로 나타나는 충격 속에 끝이 났다. 총선의 의석 분포는 여당인 제국당이 44, 자유당이 42, 노동당이 11, 기타 3으로 나타나고, 
노동당의 의회 진출 성공에 당황한 신흥자본가와 대지주들은 모든 로비를 통해 제국당과 자유당의 연립정부 구성을 촉구하고 나서나, 자유당의 영수 김옥균 등 젊은 지도자들은 고심 끝에 전봉준이 이끄는 노동당과 연대하여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되고, 마침내 대한제국 수립 이후 거의 1세기에 걸친 제국당의 일당 독재를 마감하고 최초로 정권교체를 이루어내는데 성공하였다. (1894년) 
후일 자유당과 노동당의 우파는 합당하여 사회민주당을 창당하고, 이에 불만을 품은 노동당 좌파는 탈당하여 독자적으로 공산당 건설을 모색하게 된다. (19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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