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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나이트메어 문 (1)
게시물ID : pony_344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리티
추천 : 4
조회수 : 37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2/24 22:52:23

마르센은 추수가 끝난 농경지를 어슬렁거리며 들쥐를 찾았다. 들쥐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수도에서는 상상도 못할 만큼 농경지에는 들쥐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들쥐 한마리를 빠른 걸음으로 뒤쫓았다. 그 쥐가 들어간 곳은 썩은 나무 밑둥이었다. 그것을 앞발로 쳐서 부수자 가려져 있던 들쥐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쥐들은 놀라서 도망갔고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새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코만 킁킁거릴 뿐이었다. 그 모습이 순간 불쌍하게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살아야 한다. 그래서 들쥐들이 보금자리 한켠에 모아 놓은 밀이삭을 빼앗았다. 쥐굴을 이번이 4번째로 부순 것이었지만 지금까지 모은 것 중에 가장 많은 이삭이 모여 있었다. 밀 이삭이 들어 있는 가방을 확인해보니 반 됫박 정도는 되어 보였다. 산 너머로 지고 있는 태양이 그녀의 머리카락처럼 붉게 일렁이고 있었다.

   

마르센이 집에 도착하자 침대에 누워있던 어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마르센 왔니. 욕 봤다."

 

이렇게 말씀하고 콜록콜록 기침을 해댔다.

 

"어째 차도가 보이지 않네요."

 

"괜찮다. 시장에 약은 있더냐?"

 

"일단 먹을 것 부터요."

 

가방을 풀어서 밀 이삭을 보여주었다. 이 정도 양이라면 죽을 끓여 3~4일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쥐굴을 부셨구나. 그럼 안돼. 콜록, 콜록."

 

심하게 기침을 하다가 결국에 피를 토하고 말았다. 마르센은 묵묵히 수건을 가져와 그녀의 입을 닦아주었다.

 

"힘내세요."

 

몇 번 더 수건에 입을 대고 기침을 하다가 겨우 진정이 됐는지 힘겹게 말을 꺼냈다.

 

"아무리 우리가 배가 고파도 남의 것은 빼앗아 먹지 말아라. 그들의 힘겹게 모은 것을 우리가 힘이 더 쎄다고 빼앗을 권리는 없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살아야지요. 당장 먹을 것도 없는데."

 

"아서라. 아서. 네가 한 짓이 영주가 우리들에게 한 짓이랑 뭐가 다르냐."

 

"그치만..."

 

"우리가 배고프다고 남의 것을 빼앗으면 빼앗긴 생명들도 우리처럼 배고프게 된단다. 다음부턴 절대로... 콜록.."

 

기침을 심하게 했기 때문에 마르센은 물컵에 물을 받아 그녀에게 건냈다. 하지만 마시지 못하고 거친 숨소리만 고통스럽게 내쉴 뿐이었다. 움푹 패인 눈에 드리워진 검은 빛이 그녀가 얼마 살지 못할 것이란 걸 말하고 있었지만 마르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해가 완전히 뜨기도 전에 마르센은 집안에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보자기에 싸기 시작했다. 철로 된 숟가락과 여벌의 이불, 남는 배게 따위였다. 원래는 아버지의 것이었지만 이제 이 집에 아버지의 흔적은 그들이 갖고 있는 기억들처럼 점차 흐릿해지고 있었다. 어쩌면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런 가정은 이젠 거의 기정 사실화 됐으니 이 물건을 팔아도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렇게 부시럭거리는 소리 때문에 마르센의 어머니는 일찍 잠에서 일어났다.

 

"뭐하는 거니?"

 

"시장에 좀 가려고요."

 

"그건 아버지의 물건 아니냐."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일단 살아 남으라고요."

 

그렇게 말하는 표정은 너무나 덤덤해서 어찌보면 화가 난 것처럼도 보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마르센은 미리 끓여놓은 죽을 접시에 덜어 어머니에게 갖다주었다. 풀과 밀을 섞어 만든 죽은 기름기도 없고 간도 안되있어서 맛도 없을 뿐더러 너무나도 묽어서 마치 차와 다름이 없었다. 그것을 묵묵히 받아든 어머니는 마르센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팔려면 이것도."

 

자신의 머리를 동여 맸던 비녀를 마르센에게 건내주었다.

 

"어머니. 이건 결혼 예물이잖아요.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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