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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 레전드] 나나시 中 <BGM>
게시물ID : panic_474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30
조회수 : 4329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3/05/13 11:23:30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6LcF9

 

# 4 책

 

오늘은 내가 나나시와 체험한 것 중에서 가장 무서웠던 이야기를 하려고해
 
귀신이라든지 시체라든지 그런 것보다 나는 그 날이 무서웠어
졸업을 반년정도 앞둔때였어
그 무렵 우리는 이미 진학반과 취업반으로 나줘져서 각자 공부를 하고 있었어
나와 나나시는 진학반
의외로 아키야마가 취직반이었어
그래서인지 그때쯤엔 사이가 좀 소원해졌었어

 

「좋은걸 찾아냈어!」
시청각실에서 두문불출하고 공부를 하고 있던 내게 연한 회색의 낡은 책을 든 나나시가 해랑거리고 웃으면서 다가왔어
아마도 도서관에 있는 기부코너에서 들고온 책인것 같았어
우리 동네에 있는 그 도서관은 나무로 둘러싸인 공원 구석에 세워져 있는데 꽤 관록이 있는 곳이야.
상당한 양의 책이 기부돼 있다고 하는데 그 중에는 흑마술이라던지하는 이상한 책도 있다는 소문이 있었어
나나시 말로는 그중에 드물게 "진짜"가 있다고 하더라고
 

「그게 전에 말하던 거야?」
「응!! 완전 완전 보물급이지」

나나시는 웃었어

 

평소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으로 반에서 인기인인 나나시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오컬트를 좋아하는 본성이 드러나고 있었어

 
「이거말야 평범한 가죽이 아니라구!」
나나시가 신나는듯 책의 표지를 쓰다듬었어
나도 만져 봤는데 확실이 보통의 다른 책보다 거슬거슬 한 느낌의 가죽 표지였어


 
「이게 뭔데?」
물어봐도 나나시는 대답하지 않았고 해랑해랑 웃으면서 가죽을 쓰다듬고 있었어

그러더니 조용히 책을 펼치면서


「자, 시작해 볼 까?」
 
이렇게 말했어

 

 


 

나나시는 나에게 그 책을 건네주면서 시청각실의 구석에 서있으라고 했어
나는 잠시후 무슨일이 벌어지는 지도 모른채 순순히 시키는데로 했어
나나시는 책에서 오려낸듯한 페이지를 한 손에 들고 대단히 빠른 속도로 칠판 한가득 문자를 써내려갔어
그게 영어인지 한자인지 모르겠지만 본적도 없는 문장히 즐비하게 늘어선 모양이 왠지 상당히 섬뜩한 느낌이 들었어
게다가 나나시는 한마디 말도 없이 칠판에 분필로 알 수 없는 문자들을 써내려가는데만 열중하고 있었어

 

 

「나나시, 이게 대체 뭔데?」
 
나나시는 대답하지 않았어

이윽고 다 썼는지 나나시가 이쪽으로 돌아봤어
평소의 해랑해랑 웃는 얼굴이긴 했는데..뭔가 ..뭔가 다른것 같았어

 


「그거 읽어봐」
나나시가 책을 가리켰어
겉보기에 양서일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안은 일본어로 쓰여져 있었어
뭐라고 써있었는지는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뭔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불길한 내용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도 멋모르고 나는 그 문장들을 읽어 내려갔어

 

그때..낯익은 목소리가 들렸어

 

「너희들 뭐하고 있어?」
창틀에 메달려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것은 다름아닌 아키야마였어


 
「재밌겠다~나도 같이하자」
창틀에 다리를 걸치더니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었어
한참 이상한 짓을 하고있던터라 살짝 당황했지만 오랫만에 아키야마를 보자 반가운 마음에 아키야마에게 달려갔어

 

「야! 그거 위험한거야」

 
나나시가 아키야마를 가리켰어

그 소리에 왠지모르게 열이받아서 나나시를 째려봤어

「그거라니? 야 너 무슨말을 그렇게해?」
 
「잘 봐! 그게 어디서 왔어?」

 
「어디긴 창문으로 왔....」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어


여기는 시청각실이야.....

 

 
----3층이라구!!

 

 

저것은 아키야마가 아니야!!!

그렇게 때달은 순간 '그 것'은 심하게 비뚤어진 얼굴로 웃으면서 몸을 구불구불 하게 꺽어가면서 나한테 다가왔어
흰자위뿐인 눈에 빨간 실 핏줅이 떠오르고....
그러면서도 입은 웃고 있었어


 
「우와악!!!!!!」

 


나는 정신없이 '그것'을 밀쳐내고 창밖으로 밀어낸뒤 창문을 닫았어
그러자 엄청 소란스럽게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

 


...............안쪽에서..부터...


「나나시!!!나나시!!」
나는 반쯤 미칠지경이 되서 나나시를 불렀어
나나시라면 도와줄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어
그런데 나나시는 나를 보면서 웃고만 있었어

 

 

「하하하하는!!넌 진짜 최고다!!!!!」

 

 


나는 진심으로 나나시에게 살인충동을 느꼈어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땀투성이가 되서 바닥에 쓰러져있고 나나시가 자기 티셔츠로 더러운것을 닦아내듯이 그러면서도 정성스레 내 얼굴을 닦아주고 있었어

 

 

「뭐야...대체 그책 뭐였던거야?」

 

너무 소리를 질러댄 나머지 쉬어버린 목소리로 나나시에게 물었어


나나시는 빙그레 웃으면서
 
「강령술같은 거야」

 
이렇게 말했어


「만나고 싶은 것을 불러낼 수 있는 주문이랑 방법이 써져있어. 역시 개가죽으로 만들어진 거라서 위험할것 같다고는 생각하긴 했는데...」


여러가지 무섭고 재밌는것들이 모아져 있다면서 나나시는 웃었어
 
「내가 아니고 책을 들고있던 니가 만나고 싶었던 게 나온건 오산이었어..뭐 나온다곤 해도 알맹이는 다른거긴 하지만....근데 너 아키야마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ㅋㅋ」
 
나나시는 이렇게 말하고 또 해랑해랑 웃으면서 책을 감싸안고 걸어갔어
그때 정확히 종이 울리고 나도 나나시의 뒤를 쫓아갔어

앞 서 걸어가는 나나시의 등을 보면서 생각했어

 

 

 

「여러가지 무섭고 재밌는 것들이 많이 모여있다고 이거ㅋㅋ」
                              .
                              .
                              .
                              .
                              .
                              .
                              .
                              .
                              .
                              .
「내가 아니고 니가 만나고 싶었던게 나온건 오산이었어」
                              .
                              .
                              .
                              .
                              .
                              .
                              .

 

 


                              .
나나시는 도대체 무엇을 불러내고 싶었던 것일까?

 

 

 


-------------------------

 


# 5 인형

 

 

2 학기도 반쯤 지났을 무렵

 


우리반에선 왠지 [학교괴담]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대 유행을 해서 새삼스럽지만 오컬트 붐이 일고 있었어
여자애들은 하나같이 주술같은거에 빠져있거나 남자애들은 재미삼아 담력시험같은걸 하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어 
나야 지금까지 몇번이나 나나시와 체험한 일들이 훨씬 무서웠고 바로 그 나나시란 녀석은 지금까지의 일들은 일절 입밖에 내지 않고 여느때처럼 모두의 틈에껴서 얘길 들으며 해랑해랑 하고 있었어
옹기종기 모여서 도시전설따위의 얘길 하면서 꺄~꺄~ 소리지르는 반 애들을 보고 있으면 참 [모르는게 약이다]라는 말은 정말 명언이란 생각이 들었어

 

 
「오늘 우리집에 올래?」
그러던 중 갑작스런 제의를 받았어
그 녀석은 야나기라고 하는 반 친구였는데 아버지가 무역이랬나 수입이랬나 암튼 무슨 회사 사장이라는..뭐 이른바 부잣집 도련님이었어
 그렇다고 잘난체한다거나하는 재수없는 녀석은 아니고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친구들한테 인기도 많고 나나 나나시하고도 사이가 좋았어

 


「갑자기 왜?」
내가 물으면,
「우리 아빠가 골동품을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왠지 기분나쁜것들도 잔득 모아두셨거든
사연이 있는듯한 물건들도 많으니까 한번 와서 보면 재밌을거야」

라고 야나기가 말하고 있는데 어느새인가 나나시가 내 옆에 와 서있었고

 

「오~갈게갈게!!나도 이녀석도 그런거 엄청 좋아한다고!! 」
라며 내 어깨를 잡아 끌면서 내 의사고 의견이고 왁변히 무시한채로 접수해버리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야나기의 집에 가기로 했어..

 

 


「여기야」
방과후...

엄청나게 큰 야나기의 집에 도착하고 우리는 지하실로 안내받았어

 

「오늘은 아빠가 안계시니까 맘껏 둘러봐」
야나기가 지하실의 열쇠를 열었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왠지모르게 밀려드는 기대감으로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있자니 문이 열렸어
 

 


「…응?」
그런데 안에는 기대하고 있었던 이상한 것은 없었어

낡은 책이나 조금 큰 개의 박제, 추시계같은 것들이 놓여져 있을 뿐이었어

지하실이라곤 해도 눅눅하고 기분나쁜 분위기였던건 아니라서 특별히 무서운 일이 일어날것 같은 예감은 들지않았어

솔직히 말하자면 나나시랑 있으면 자꾸 이상한일들이 일어나니까 들어오기 전까진 계속 불안했었거든

 

 

「딱히 무서운것들은 아니네?」
좀더..뭐랄까..동물의 목이라던가 기형물같은걸 포르말린에 담궈놓은 거라던지 살인귀가 사용했다던 칼같은 거라던지 ...뭐 그런걸 상상하고 있던 나는 살짝 실망해서 말했어

그런데 옆으로 눈을 돌려보니 나나시가 웃고있어서 가슴이 철렁해 졌어

평소의 해랑해랑 맑게 웃는 얼굴이 아니라 그..기분나쁘게 비뚤어진 웃음이었어

 


「뭐..그렇건 아냐」
 야나기는 그런 나나시 모습은 눈치채지 못하고 대답했어


「이 추시계말야 이건 어느 외국의 살인귀가 쓰던건데 이 문안에 죽인 사람의 손가락 뼈를 모아서 넣어놨었대
그리고 저 박제는 주인의 갓난 아기를 물어 죽인 개인것 같고
이 책은 자살한 자산가가 목을 맬때 발판으로 사용한거라던데?」
야나기가 기분 나쁜 얘기를 술술 풀어놓기 시작했어
말하자면 야나기네 아버지는 이런 저런 사연이 담겨있는 물건을 콜렉션하고 있다는 거야


 
「뭐, 사실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야나기가 웃었어

 

 

그 때...


 

 


「근데..저건 뭐야?」
나나시가 뭔가 찾아낸거였어

 

 

나나시가 가르키고 있는것은..
조금 그을음이 있긴 했지만 제법 훌륭하게 만들어진 여자아이의 인형이었어
왜 프랑스 인형이라던가 하는거 있잖아 그런거..
푸른 눈동자를 내리 깔고 있었어

 

「아, 이거?」
야나기가 인형을 들어 올렸어


「이건 특별히 기분 나쁜 건 아닌데 특이하게 만들어진거야」
 
바로 여기라며 야나기가 인형 눈동자를 쿡쿡 찔렀어

 
「이거 무슨.. 각도나 색같은게 세세하게 계산되 있는거라서  절대로 시선이 마주치지 않게 되있대」

 
분명 시선을 마주치는 인형은 산만큼 있다고 할까 인형과는 눈이 맞는 다는건 흔한거지만  절대 시선이 마주치지 않는 인형이란건 처음 들었어
나도 야나기에게 인형을 건네 받고 눈을 보았어
확실히 미묘하게 눈의 초점이 어긋나 보였어

 

「어라? 진짜네? 이거 재밌다~!」
나는 인형을 여러 가지 위치로 이동시켜가며 눈을 맞추려고 시도해봤어
하지만, 역시 시선은 마주치지 않았어


항상...


어딘가 다른 쪽을 보고 있었어..

 

 

 

그 때.... 깨달았어


 
아무리 이동시키켜보고 각도를 바꾸어봐도 눈이 맞지 않는 인형...

그 인형이 계속 응시하고 있는 곳....


 
그것은 나나시였어


 
「어라?응?」

 
나는 위치를 바꾸어보고 각도를 바꾸어보고 서있는 장소를 바꾸어보고 인형을 움직였어
그런데 아무리 애써봐도 눈이 마주치지 않는 인형은 나나시 쪽을 보고 있었어
어느 위치에 서봐도 나나시가 있는 쪽으로 시선이 향하고 있었어

조용히 눈으로 쫓고있기라도 한것처럼...


이상하다...이상해..


나는 혼란스러워져서 인형을 마구 흔들었어


무섭다... 무서워...
무서워서 어쩔줄 몰랐어


왜? 어째서 나나시를 보는 거지? 왜...?

 


 
그 때...

 

 

「얌마! 그만해!!」

나나시가 내 손에서 인형을 빼앗더니 다시 원래 자리에 내려 놓았어

나는 땀투성이가 되 있었어


 
「미안~! 이 녀석 뭔가에 열중하면 아주 넋을 잃고 빠진다니깐ㅋㅋ근데 너희 아버지 콜렉션 진짜 재밌다」
나나시가 야나기에게 사과해하면서 얼른 화제를 돌렸어
야나기는 별 의심도 없이 나나시와 이야기를 했어

나는 여전히 인형을 보고 있었어..

 

 

인형은...역시..나나시를 보고 있었어

 

한동안 수다를 떨고는 나와 나나시는 야나기의 집을 나왔어


돌아오는 길에 나는 나나시에게 큰맘먹고 말을 꺼냈어
 
「나나시, 아까 그 인형말야....」

 
「뭐? 계속 날 쳐다봤다고?」
 
역시 나나시는 알고 있었어

능글능글  기분 나쁜 미소를 띄우면서 나를 봤어


 
「여~짜식!ㅋ 너도 감이 꽤 좋아졌는데?」
그게 다 내 교육 덕분이라는 등 자꾸 장난만 치는 나나시에게 화가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했어

 

「넌 무섭지도 않아?」
그러자 나나시는 킥~!!하고 콧웃음을 치더니

 

 
「난 계속 니 뒤에 서있던 팔다리가 반대로 꺽여진 여자가 더 부섭던데?

 

 

그 말을 듣고 나는 순식간에 몸이 얼어붙어버렸어
 
「엥? 몰랐어?」

 

나나시는 껄껄대고 한바탕 웃더니
 
「 [모르는게 약이다]라는 말 진짜 명언이다」
하고 말했어


어디선가 들어본적이 있는 것 같단 생각을 하면서 나는 있는힘을 다해 달려 그 장소를 벗어났어

 

그리고 내가 야나기네 집에 가는 일은 두 번 다신 없었어

 

제멋대로이던 학생시절도 끝을 달려 어느세 학교를 졸업했고 사이가 좋았던 반 친구들과 서로 연락을 하던것도 처음뿐이었어
내가 대학근처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하게 된것도 있고 바쁘기도 해서 점점 소원해지게 됐어
그 녀석과도 어느 한 사건 이후로는 어떤 연락도 할 수 없게 됐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어
사이좋게 지내던 날들을 생각하면 역시 그리워 지기도 해

그렇지만 그 녀석이 했던 일이 올바른 일이었다고 단언할 자신은 없었고 용서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었어

 

 

 

 

지금부터 한 2년정도 전쯤의 일이야

난 대학교 졸업을 맞아 서류 준비를 하고 있었어
진학할 생각은 없었고 취직하기로 결정했었기 때문에 그에대한 방대한 양의 서류와 몇 장의 이력서, 취직을 위한 자료가 산처럼 쌓여있었어
그것들을 대충 훑어봐서 쓸것은 쓰고 제출할것은 따로 나누고..그러고 있자니 문득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졌어
현실 도피였는지도 몰라
바로 짐을 챙기고 빠듯하게 마지막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갔어
흔틀리는 차창너머로 보이기 시작하는 익숙한 풍경이 반가워서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

 

 

 

이윽고 거대한 묘원이 보였어
우리 마을에 있는 공동묘지였어
캄캄한 가운데 제등을 가진 행렬같은게 보였어
처음엔 도깨비불인가 생각했었는데 기차가 가까워지자 차츰 사람들이 제등을 들고 길게 늘어서 걷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

 

 

 


「이런 시간에 성묘를 하나…?」
난 왠지 신경이 쓰여서 역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든 채로 묘지로 향했어

묘지에 도착하자 제등 행렬은 이미 보이지 않았어
아무래도 한참 멀리 앞서 가버린것 같았어
그냥 내버려두면 좋을 것을 왜인지 자꾸만 신경이 쓰여서 나는 앞으로 나아갔어

 

그 녀석도 이런 호기심으로 묘지에 자주 왔었나 보구나 생각이 들었어

그렇게 묘지 한가운데쯤으로 들어왔을때 아까 본 그 무리들을 찾아냈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제등을 들고 늘어서서 뭔가 즐거운듯이 이야기 하고 있었어

 

왜 그랬는지 나는 무덤에 숨에서 이야기를 훔쳐들었어

「여기가 내 무덤이야」
「이게 나야」
「내건 여기엔 없나봐」
「그럼 앞으로 가보자」
「그래 그러자」

대충 이러한 얘기가 들려왔어

 


도망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귀신이던 사람이던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건 확실히 정상은 아니야!
 

그 무리가 얘기하느라 정신없는 지금이라면 도망갈 수 있어
나는 막 달아나려 자세를 취하고 있었어

 

그때..

 

 
「오빠, 뭐해?」

 

뭔가 노이즈가 뒤섞인것 같은 목소리...


올려다 보니 어린 여자아이의 얼굴이 내가 숨어있던 묘석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어
바로 거기서 난 이 무리들은 이 세상것이 아니라고 확신했어
왜냐면 그 여자아이는 보기에 겨우 3~4살 같았는데 그런 작은 여자아이가 어떻게 어른인 내가 숨을 수 있을만큼 커다란 묘석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겠어?


게다가 얼굴만...

 

몇년만에 느끼는 공포에 나는 쏜살같이 달려 도망치고 있었어
그 무리가 뒤쫓아 오는게 느껴졌어
노이즈가 섞인듯한 목소리도 들려왔어

그저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어

무서웠어


예전엔 이렇게 무서운 순간에는 옆에 그녀석이 있었지만...지금은 없어..

그런 지금 저 무리들에게 잡히기라도 한다면?

 


정말 죽도록 무서웠어

 

달리고 달려도 공동묘지가 끝이 안보였어

마구 울부짖으면서 도망치고 있었어

그때..

 


 
「악!!!」


뭔가에 걸려서 넘어졌어

아..더이상은 틀렸다고 생각했어

 

 

뒤에서 쫓아오는 제등의 빛이 보였어

 

 


「에잇!!」

주저앉은 채로 애꿎은 묘석을 발로 차 버렸어
 

 

 

 

 


「이런 천벌을 받을 놈이 있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어


시선을 올려보니.......

 

 

 

 

 

 

거...거짓말.......

 

 

 

 

 


그녀석이 있었어

 

 

 

 

 

 

 


「나...나나..시..?」

 

 

그 시절보다 조금은 어른스러워진 나나시가 있었어
쓴 웃음을 짓더니 내게 손을 내밀었어

 

 

 

「지금이 넋 놓고 있을때야??  달려!!」

정신차리라며 중얼거리면서 나나시는 내 손을 잡아 당기고.. 달렸어


 

 

아....

이 등이야
언제나 곤란할때 도와주던...


해랑해랑 웃으면서 내 손을 잡고 달아나는 이 등..

아무리 무서워도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 등을 따라가면 그걸로 안심이란 생각이 들었어

 


정말로 혼자서 달릴때의 밑도 끝도 없던 극심한 공포가 어느세 안도감으로 변해있었어

 

 

 

달리고 달려서 묘원을 빠져나왔어
그 곳을 벗어나고 나니 더이상 제등이 뒤쫓아 오지 않았어
나 혼자였더라면 분명 붙잡혔겠지...

나나시가 정말 고마웠어.....고맙다고 고맙다고 몇번이나 중얼거리면서 울었어


 

 

 

「이제 괜찮아!!더이상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이제 괜찮아...」
나나시가 말했어

나는 이상하게 자꾸만 눈물이 나와서 필요 이상으로 울었어


난 알고 있었어

괜찮아....무서워 하지 않아도 돼...

정말 이 말을 듣고 싶은건...아니..정말 ..이 말을 듣고 싶었던건....
그 때의 나나시였다는 걸..
해랑해랑 웃으면서도 속으론 무서워했을...그..어렸던 나나시였다는걸...

그런데 나는 그땐 알지 못하고 나나시를 의지하고만 있었어
만약에 내가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나시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됐었을텐데...

 

 

 


그래..내가 용서할 수 없었던 건 그때의 나나시가 아니라 그때의 나였어

 

 

 


난 눈앞에 있는 나나시에게 몇번이고 사과를 했어
나나시는 어른이 되었어도 여전히 해랑해랑 웃고있었어

 


「그럼 조심해」
나나시는 나를 역까지 바래다 주고는 해랑해랑 웃으며 돌아갔어
나도 손을 흔들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어
다시 그 시절처럼 나나시와 친구로 돌아 갈 수 있을거란 기대를 안고 조금 설레이면서...

 

 

다음날..
나는 엄마가 시켜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성묘를 가게 됐어
장소는 바로 어제 그 묘원..
솔직히 내키지 않았지만  마지못해 갈 수 밖에 없었어
밝은 낮에 와보니 깨끗하게 손질 되어 있어서 조금도 기분나쁘거나 무섭지 않았어

 

 

 

안쪽으로 들어가다가 난 또 걸려 넘어질뻔했어
어제의 그 묘석이었어

「어제도 오늘도 자꾸 차서 미안...」
사과를 하면서 묘석을 봤어...

 

 


그리고..... 나는......... 울었어

 

 

 

 

그 초라한 묘석엔.....나나시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어

 

 

 

 

 

 

나나시는...일년전의 어제에...죽었어

 

 

 

 

 

 

 

나는 울었어

울고 울고 또 울며 울부짖었어

 

내 친구는..내 친구의 그 듬직했던 등은...이제 그 어디에도.. 없어

결국 나는 단 한번도 나나시를 구해주지 못했는데...

 

 

나나시는 마지막까지도...나를 구해줬어...

 

 

 


나는 끝까지...나나시에게 받기만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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