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총리대신 김홍집은 의연했다. “먼저 전하를 뵙고 말씀을 드린 후 어심을 돌리지 못하면 일사보국(一死報國)하는 수 밖에 없다,”면서 길을 나서는 총리대신을 일본 측이 가로막고 피신을 권하자, 그는 우리 역사를 통틀어 보기 힘든 감동적인 호령을 한다. “나는 조선의 총리대신이다. 조선인에게 죽는 것은 떳떳한 하늘의 천명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구출된다는 것은 짐승과도 같도다.” 그리고 그는 그를 죽이라는 어명에 살기를 띤 백성들 앞으로 나아간다. 백성들 가운데 상당수는 고종 임금이 그 뒤로도 즐겨 어용 용역으로 써먹는 보부상들이었다. “어명이다. 김홍집을 죽여라.”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