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개월 간의 연애가 끝났다. 많이 행복했고 수많은 추억을 남겼지만 끝은 별로 좋지않았다. 나와 한 약속들을 단 한가지도 지키지 않았던 그 애에 대해서 나는 미련 한 톨도 남아있지않다. 아예 생각이 안난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만 온갖 정이 다 털려버려서 정말 마지막 기대와 미련들을 다 불태워버려서 더 이상 그 애에 대해 좋은 감정은 일퍼센트도 남아있지않다. 그 애에게 가지고있었던 내 믿음과 신뢰는 바닥이 났고 그 끝은 서로에게 너무 비참했다. 내가 남자선배와 식사하는 것, 친구와 부산 여행을 가는 것조차 불안해하고 싫어했던 걔는 어느새 다른 커플들이 서로 클럽에가는 것을 이해하는 아주 개방적이고 쿨한 사람이 되어있었고 모르는 여자와 술을 마시고 심지어 많은 사람들에게 헌팅포차로 알려져있는 곳에 친구들과 출입하는 그런 대인배적이고 세상 마음넓은 사람이 되어있었다. 늦게 귀가하는 걸 싫어했던 나에게 자신은 내가 늦게들어가도 신경이 안쓰이고 남자들과 술약속을 잡아도 전혀 불안하지않다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태도의 변해버린 사람이 내 옆에 있었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위해 나에게 그런 말을 한건지 내가 못그럴걸 알아서 그렇게 나를 대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점점 그 애한테서 속좁고 쪼잔하고 꽉막힌 여자가 된 기분이었다. 처음에 나한테 보여준 순하고 착한 나만 바라볼 것 같았던 그 애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알고 좋아하던 그 애가 아닌 것 같았다. 몇 달 전 친해지게 된 그 애의 친구들 탓도 많이 했었지만 지금은 그냥 원래 걔가 그런 애였거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그전엔 자기에게 맞는 친구들이 없었을 뿐. 나중에라도 정신을 차렸으면, 언젠간 내 마음을 이해하고 미안해했으면같은 생각은 사라지고 지금은 그냥 그 애가 그 친구들과 오랫동안 우정을 키워나가고 나를 이해하지 않고 계속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자기와 똑같은 여자를 만나서 걔 주장대로 걔 주변의 친구들처럼 자유로운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 과연 그런 여자를 내가 아는 그 애의 특성상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막상 그런 여자를 진심으로 좋아하게된다면 아마 걘 그런 점을 정말 싫어할 것 같은데 말이다. 변하지 않고 지금처럼 천진난만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