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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도 심폐소생술로 아이살린게 자랑!
게시물ID : freeboard_6641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유하는여자
추천 : 1
조회수 : 27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2/19 13:39:50
 
안녕하세요 22살 먹은 꽃처녀 의대도 간호대도아닌 아동복지학과 학생입니다.

이런제가 어제 심폐소생술로 한 아이를 살렸습니다.


저는 현재 비영리 민간 의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산하 NGO이긴 하지만 시작할 때 대학생 연합 봉사단체여서

월급을 주거나 정식 직장은 아닙니다 ^*^

단체에서 하는 활동중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보건교육이라는 프로젝트 매뉴얼에는 '심폐소생술' 파트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대상 긴급상황시 대처요령과 Hands only CPR하는 법을 가르치는데
주된 교육은 CPR자격증 소지자가 직접하나 다른 교사들도 그 내용과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합니다.
교사들만 참여하는 시뮬레이션때 반나절에 걸쳐 이론과 실습을 꼼꼼히 익히고 교수에 임하는데
가장 최근 있었던 수업이 6주차 심폐소생술수업 이었습니다.

 

어제 잠실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친구와 저녁을 먹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건너편테이블에서 접시가 깨지는 요란한 소리가 났고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였는데
그 테이블에 있던 여자분이 아이를 안고 괜찮냐고 왜그러냐고 하더니 잠시뒤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아이가 접시 소리에 놀라서 발작을 일으켜 의식을 잃은 것입니다. 119도 부르고
주위에서는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점점 모여들고 정신이 없는와중이어서 어떤 상황인지 몰랐는데 아이 아버지께서 다급한 목소리로
'발작이에요 이거(심장압박)하시는분 안계세요?좀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크게 외치시는것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선뜻 나설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놀라고 당황스럽기도 했고
두번이나 자격증 소지자에게 직접 교육 받았다고는 하나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알수 없고
저는 의대생도 아니고 간호자격증도 없기에 우선은 다른 도움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계속 간절하게 '이거(심폐소생술)할줄아는분 안계세요 아무도 안계세요?'라고 했고 일단은 살릴 수 있다면 해보자 하고
저할수있다고 하고 달려가서 아이상황을 살폈습니다.

 

아이가 호흡이정지되어있고 거품을 물고 있었고 입술이 파란게 청색증도 온것같았습니다. 맥박이 너무 약해서 잡히지가 않아서
심실세동인지 심정지인지 알수가 없어서 어쩌지 하고 있는데
아이어머니께서 '심폐소생술하면 괜찮아져요 전에도 이랬어요 제발제발 도와주세요'라고 하셔서
일단은 자세를 잡고 Hands only CPR을 하기시작했습니다. (이건 위험했다고 생각합니다..부모님의 말만듣고 심폐소생술을했다가 잘못하면 더 위험해질수 있는 상황일수도 있었겠죠,.핸즈온리로 한건 전문가가 아니어서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발작에는 호흡을 넣으면 더 위험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근데 그때 저도 많이 당황해서 제세동기가져오란 소리도 못했네요..)

 

저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힘이 워낙 좋아서 CPR더미를 5센치이상 깊게 잘누르는데 더미보다 약한 8살 남짓 아이몸을 세게 압박하여 잘못되면 어쩌지
하면서도 일단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해서 그렇게 압박을 계속했습니다.
심장압박을 해보시면 알겠지만 이것이 상담히 힘이 듭니다. 혼자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답니다.  무릎은 아프고 어깨도 힘든데 그만두면 진짜 죽을까봐 누워있는 이아이가 그대로 죽을까봐 온힘을다해 했습니다.
그렇게 계속하던차에 우시던 어머니께서 갑자기 숨을쉬는것같다고 보라고해서 살피니 아이가 호흡이 쌕쌕거리는듯이 돌아왔고
입술색도 조금씩 변하고 조금 지나니 아픈듯이 몸을 뒤틀고 어머니에게 꼭 잡혔던 손을 빼는 것이었습니다.
물으면 대답은 못하지만 호흡은 돌아온것 같고 어느정도 의식도 있는것같아 CPR을 정지하고 아이 맥박만 재고 있었습니다.
호흡이 돌아왔어도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한데 때마침 오신 간호사선생님께서 상태를 체크하고
호흡과 동공반응 맥박을 살피시곤 몸을 따뜻하게 해주라고하시고 곧이어 도착한 119에 실려 아이는 갔습니다.

 


그렇게 10분남짓 소란스런 상황이 정리되고 아이아버지께서 울음범벅이되어 계속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제가 올바르게 한지도 모르겠고 아직 아이가 완전히 회복된게 아니라서 불안한마음이 컸습니다.
내가 잘못해서 다른 이상이오면 어떡하나, 아님 1분이라는 내가 망설이던 그 찰나에 뇌에 산소공급이 안되서
어딘가 손상되진않았을까, 안해도 호흡이 돌아올텐데 굳이해서 더 피해만준건 아닌가하고요..

 

그런데 선한사마리아인의 법이 생각났습니다.
그 상황에서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고 내 안위나 후사보다는 일단은 한 생명을 살리자는 의도를 갖고 있었기때문에
후에 문제가 생겨도 죄를 오롯이 물을 순없다는 그런내용입니다.(또걱정이되서 직접 심폐소생술을 지도한 의대생교수자에게 물으니 이런것을 모두 감안하고 하는것이 원래 심폐소생술이고 오히려 장하다고 대단하다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어쨌든 심폐소생술파트를 가르치며 아이들이 이것을 언젠가 써먹을순있는 것인지 실효성에관해서 토론이 오간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실효성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위급상황에서 생명을 도우려는 그 마음을 가르치는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역설했었지요.(제 경험에서 벗어난 내용이긴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교육은 그러한 선하고 측은한 마음을 가르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해서 몇줄 끄적여봅니다...ㅎㅎ)

 

원래 꿈이 '사람을 살리는 의사'였는데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내가 수리영역에 천부적으로 소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곤 간호사랑 사회복지사의 길에서 고민하다가 사회복지사의 길을 택했습니다. 어제의 일로 인해서 다시 한번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네요.

밤새 아이가 걱정되서 잠을 못들다가 아침에 잠실관할 119로 전화해서 어제 그 아이 어떻게 됐나 알 수 있냐고 여쭈었더니 어제 올림픽병원으로 이송했다고만 하고 아이의 상황은 개인정보라서 가르쳐줄수가 없다고 하기에 별별걱정이 다되서 시무룩하게 있으니까 '별일은 없었던걸로 알고있습니다.'라고 말씀해주시더라구요.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ㅠㅠㅠㅠ

 

이시간에 쓰면 베스트는 못가리라 믿지만 마음이 따뜻한 우리 오유분들에게 자랑해봅니다.

의사도 간호사도 뭣도 아닌 제가 어린 생명을 살린거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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