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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이정표- 1일 째:첫 업무
게시물ID : gametalk_563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두번째달
추천 : 0
조회수 : 22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2/16 17:29:37
\"아가씨. 남자친구가 깨어났소.\"
\"읔... 오늘 처음 만난 사이라니까요. 그리고 제 이름은 카린이에요.\"
피식 웃는 마스터를 뒤로하고 윗층으로 올라가 객실 문을 열었다. 그 아이는 침대 위에 몸을 반쯤 일으키고 앉아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아이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객 돌렸다.
\"어... 안녕?\"
어색하지만, 최대한 밝게 미소짓고 인사를 했다.
아이는 갑작스런 나의 등장에 적잖히 당황했는지 우물쭈물 하다가 간신히 인사를 받아줬다.
\"으,응... 아,안녕\"
그리고 우리는 한 동안 서로 말없이 가만 있었다.
방 안은 어색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나는 간신히 꺼내야 할 말을 떠올렸다.
\"항구에서는 내가 실수했어, 사과할게\"
\"아,아니야. 내가 섣불리 손을 올리는 바람에...미안해\"
가만. 그런데 이 아이는 왜 내 어깨에 손을 올렸던 거지?
역시 변태?
\"그런데 그 때는 무슨 일이었니?\"
\"아! 그,그건 말이지...\"
아이는 쉬이 답하지 못하고 어물쩡거렸다.
\"너 혹시 정말 변태라서, 나한테 추근덕 댄건 아니겠지?\"
\"아, 아니야 그런거...\"
\"그럼 왜 그랬어?\"
\"아... 나는 다만 너에게 꼭 말을 걸어야 할거 같았어.\"
어머. 이거 혹시 작업 멘트?
나는 아이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 작고 선이 가는 얼굴이다.
크고 눈물기 있는 감색 눈동자와 높고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콧날, 붉은 입술. 헝클어졌지만 숱이 많고, 부드러워 보이는 회색 머리칼.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얼굴이다. 아니 귀여운 얼굴이지.
내가 빤히 쳐다보자 아이는 부끄러운 듯 고갤 돌렸다.
\"음... 일단은 말이야. 그런 문제는 제쳐두고 서로 소개나 할까? 내 이름은 카린이야. 16살이구\"
\"아... 내 이름은 아,알...이야\"
\"아알?\"
\"아니 알. 그냥 그렇게 불러줘\"
뭔가 본명이 아닌거 같은 느낌이 든다. 뭐 사람마다 사정은 있는 법이니깐.
\"나이는?\"
\"어...음. 나도 16살\"
나이도 왠지 진짜가 아닐꺼 같다. 자기소개 하는거 치고 지나치게 뜸을 들이는거 같으니깐.
뭐 일단 인사는 여기까지 해두고, 본론으로 넘어가야 겠다.
나는 한쪽 벽에 비스듬히 세워놓은 검을 가르키며 물었다.
\"저거 혹시 네꺼니?\"
\"어. 내꺼야.\"
\"혹시 괜찮다면 나랑 같이 일해보지 않을래?\"
\"일?\"
\"그래. 난 어트랙터 자경단으로 일해 볼 생각이거든, 보수도 괜찮은거 같고, 문제는 내가 혼자라서 말이야. 네가 전사 역할을 해준다면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될 거야.\"
알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해볼께.\"
\"좋아. 이것으로 이야기 끝난거나?\"
\"응\"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 오늘 당장이라도 길드로 돌아가 당당히 길드원 등록을 마쳐야 겠다.


\"어이~ 또 왔군.\"
\"당연하지. 이번에는 훌륭한 검사도 같이 왔어요.\"
가스톤은 내 뒤에 따라들어 온 알을 아래 위로 훑어보았다.
\"저 녀석이 훌륭한 검사야?\"
\"당연하죠.\"
\"흠... 비리비리 해 보이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가스톤을 보니, 몇 대만 때려주고 싶다.
\"그러고도 길드 인사담당자라고 할 수 있나요? 적어도 프로라면 겉모습 만으로 판단하지는 않을 텐데?\"
쌓인게 약간 있어서인지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 버렸다.
우락부락한 가스톤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뭐, 좋아. 거기까지 했으니 스스로도 증명해 보일 수 있겠지?\"
\"무슨 증명?\"
\"간단한 테스트 같은거지. 너희가 정말 실력이 있는지, 말 뿐인 허세꾼인지 알아보려는 거니깐 불만은 가지지 마\"
\"뭐 좋아요. 들어나 보죠.\"
가스톤은 프론트 책상 위에 널부러진 서류철 중에 하나를 집어들더니 펼치고, 그 내용을 읽었다.
\"사건번호 15397... 이건 넘어가고. 마을 외곽 늪지에서 최근 상당량의 슬라임이 발생했다. 슬라임의 활동 범위가 육상 교역로와 맞닿아 있어, 최근 상인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이에 어트랙터 상인 조합은...\"
\"알았어요. 그만. 그러니깐 슬라임의 개체를 줄이면 된다는 거죠?\"
가스톤은 서류를 다시 덮고 말했다.
\"간단히 말하면 그런 셈이지. 그치만 늪지 안까진 들어가지 않는게 좋아.\"
\"네? 왜죠?\"
\"자세한건 나중에 알려줄텐데. 일단 자네들이 할 일은 교역로까지 침범한 슬라임 제거야.\"
\"네. 알겠어요. 뭐 가볍게 다녀오죠.\"
\"미리 일러두겠는데, 너무 방심해서 크게 다치거나 한다면, 그것도 길드원으로서 실격이야. 그건 자질 문제거든.\"
\"예이~예이~ 알겠습니다.\"
일단 길드를 나왔다. 저녁 때가 되기엔 아직 한참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우리는 이른 식사를 했다.
뭐 식사라고 해봐야. 근처 Take out 빵집에서 파는 샌드위치에 홍차 정도로 간소했고, 알 녀석은 돈 한푼 없어서, 내가 녀석 식비까지 지불해야 했다.
\"그나저나, 알 너 정말 괜찮겠어?\"
\"어. 괜찮아. 요 며칠째 계속 굶기는 했지만, 배가 작아서 샌드위치 하나로도 배부르거든.\"
\"아니. 그거 말고 일 말이야.\"
\"어. 괜찮을 거야.\"
흠. 이제와서 이런 말 하기는 뭣하지만, 왠지 못 미덥다. 뭐. 겨우 슬라임 퇴치이긴 하지만 녀석은 검을 가지고 있는것 빼곤 달리 무장이랄 것도 없었다. 보호해줄 갑옷 하나 없었고, 체격도 내 또래라고 하기엔 너무 가녀리다고 해야 할까?
\"알. 네 검 잠시 줘봐.\"
알은 별말 없이 검을 넘겨줬다. 검은 검집 안에 고요히 넣어져 있었다. 별 특징이란곤 없는 장검이다. 두손으로도 잡을 수 있게 손잡이는 충분히 길었고, 그 끝에는 잡았을 때.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한 쇠추가 달려 있었다. 검막에는 별 특징은 없었으며 검집 또한 마찬가지 였다.
나는 손잡이를 잡고 검을 뽑아 보았다.
날카로운 쇠소리와 함께 검이 뽑혔다. 퍼렇게 날이 선 양날검이었다. 나는 이런 무기류에는 조예가 없지만, 잘 연마된 칼날이란 것 쯤은 쉽게 알 정도로 검은 상태가 좋았다.
검을 무릎 위에 가로로 눕혀 놓았다.
캐스팅을 한다. 
불속성을 가진 모든 마법의 주문은, \'모든 사물에 통하는 자\'다.
실제 난 \'그런 자\'가 있는지 모르겠다만, 불은 모든 사물이 될 수 있는 최종적 단계라는 말을 마법 수련할 때마다 들었던 것 같다.
캐스팅을 마치자 은빛의 검신에 약간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히트 블레이드야. 슬라임 같은 놈들에게 쓰기는 아깝지만, 일단 할 수 있는데까진 준비를 하고 가자.\"
알은 멍하니 내가 하는 양을 지켜보다가 내가 검을 건네주자 검신 쪽으로 그것을 받았고, 그러곤 화들짝 놀라며, 검을 떨어뜨릴 뻔 했다.
\"뜨, 뜨거워\"
\"당연하지 바보야. 불속성 마법이니깐\"
일단 이 바보를 데리고, 마을 외곽인지 어딘지로 향해야 겠다.


마을 밖으로 나온지 한시간. 이미 노을이 지고 있었다. 
위험한 직종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까닥하면 한밤 중에 전투를 치뤄야 한다.
하지만 이런 내 걱정이 기우였을까? 얼마 후, 파란색 점액질 덩어리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블루 슬라임인가? 슬라임 중에서도 최하급이군.\"
곧바로 캐스팅에 들어간다. 슬라임은 느려서 충분히 거리를 확보한 후에 주문을 외운다면 공격 받지 않고 마법을 쓸 수 있다.
플레임 버스트.
마력이 한 곳에 응축하여, 그 지접에서 폭발한다.
마법에 공격당한 슬라임 한 마리가, 여러 파편으로 흩어지며, 그 열기에  수증기를 뿜어내며 증발해 버린다.
\"좋았어! 알. 너는 저 쪽을 맡아.\"
알도 기세를 몰아 검을 뽑아 한 쪽으로 달려간다.
얼마 후. 우리는 상당량의 슬라임을 처치했다.
원거리에서 마법으로 공격하는 나는 괜찮았지만, 알의 경우는 점액질 투성이다. 그래도 다행히 다치지는 않은듯 하다. 
\"후우. 이 정도면 됐겠지. 이만 돌아갈까?\"
\"꺄악!\"
뭐지! 늪지대 쪽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와 알은 서로를 쳐다봤다.
\"방금 그건...\"
\"사랑 소리인 것 같은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서둘러 늪지대 쪽으로 달려갔다.
죽은 나무들을 헤치고 지나서 소리의 근원지로 가까이 갔다.
그 곳에는 거대한 쌍두사가 위협적으로 고개를 쳐들고 여자 한 명을 위협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거지? 저건 히드라잖아. 저런게 어째서 이런 곳에...\"
히드라 주변엔 두명의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아마 독에 당한 모양이다.
히드라는 두개의 머리로 번갈아가며 위협을 하면서, 여자를 궁지로 몰아갔다.
그래... 저 여자. 아까 거리에서 본적 있는 여자다.
히드라 뭐라고 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어.
히드라는 결국 여자의 한 쪽 팔을 물었다. 팔을 물린 여자는 발작적으로 경련을 일으키더니 주저 앉아 버렸다.
히드라는 곧 나와 알 쪽으로 고갤 돌리더니, 스르르 미끄러지듯이 다가왔다.
안 된다. 싸우면 안 된다. 지금 우리로는 저 히드라를 잡을 수 없다. 나는 마력이 부족하고, 알은 무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내 눈은 쓰러져 있는 세사람을 보고 있다.
\"카린! 도망쳐!\"
알이 튀어 나간다. 저 바보가!
알은 나를 보호하듯, 히드라 앞에 섰다.
기세는 좋았으나 히드라에겐 기선제압 같은 것이 통할리 만무하다. 히드라는 한 쪽 머리를 채찍처럼 휘두르더니 그대로 알을 찍어 버렸다.
\"크윽\"
알이 주저 앉는다. 당황한 나는 뒤늦게 캐스팅을 시전한다. 
될리가 없다. 주문이 끝나기 전에 당할 거다.
바로 그때, 쿠르릉 거리는 천둥 소리가 들린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날씨가 맑았는데...
갑자기 눈부신 빛이 하얗게 시야를 덮는다. 그리고 귀를 찢을 듯한 벼락소리.
한동안 마비된 시각과 청각 때문에, 나는 캐스팅을 중지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건 마법이다. 라이트닝.
나는 눈을 몇번 깜빡인 다음. 눈앞의 히드라를 봤다. 히드라는 검게 그을려져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마법 한방으로 저 히드라를 즉사 시키다니...
나는 반사적으로 아까 쓰러진 여마법사를 봤다. 그녀는 여전히 쓰러진 채, 미동조차 안 하고 있다.
그럼 대체 누가?
주위를 둘러본다. 알은 다행히도 뇌전 마법의 범위 밖에 있었는지 별다른 피해는 없어 보인다.
\"...다른 사람이었나?\"
누구...?
나는 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어떤 남자가 서 있었다. 수인을 써서 벼락을 소환했는지 한 쪽 손에는 마력들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충동하고 있었고, 짐승처럼 통제되지 않은 마나의 흐름이 느껴져,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릴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같은 마나를 다루는 마법사들에게 있어선 본능적인 거부감 이었다.
\"당신이 저희를 구해준 건가요?\"
\"......\"
나의 물음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나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서며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나 역시도 미련을 버리지 못 하는군.\"
멀어져 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빛의 폭포수 같은 머리칼. 그의 금발머리는 노을 빛을 받아 붉게 반짝였다.


\"왜 이야기 하지 않았죠?\"
성난 나의 물음에 가스톤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실은 오전 중에 사고가 약간 있었어. 얼마 전 A급 몬스터로 지정된 히드라를 생포했는데, 감금 중에 탈출해 버린거지.\"
그렇군. 그래서 늪에 들어가지 말란 거였어.
\"하지만. 이봐요! 저희는 그런 줄도 모르고 무장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었다구요.\"
\"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우리는 먼저 수습팀을 보냈고, 늪에 접근하지만 않으면 괜찮을 줄 알았지.\"
\"괜찮을 줄 알았지가 아니잖아요! 정말 당신은....\"
부아가 치밀어 올라 몇마디 더 하려고 하자, 알이 팔을 잡는다. 돌아보니 고개를 젓고 있다.
뭐 결과적으로 알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수습팀이라는 그 세 사람이 전원 중독 됐다.
히드라의 독은 마비독. 아마 우리가 가지 않았더마녀, 그 세사람은 지금쯤 뱀먹이가 됐겠지.
\"아무튼 위험했던만큼, 돈은 확실히 쳐줘야 겠어요.\"
가스톤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그건 곤란해. 실제적으로 처치한건, 그 이름도 모르는 마법사 였다면서.\"
\"그건...그렇지만, 아무튼 위험했잖아요. 그것도 엄청!\"
\"따지고 보면 우리 일에 위험하지 않은 일은 없어. 게다가 히드라 건은 우리 길드 자체의 책임이라 따로 사례금이 있을리 없고, 그건 길드원이 되길 자처하는 너 또한 짊어져야 할 책임이야.\"
나는 아려오는 관자놀이를 짚는다. 두통이 오려고 한다. \'너희들은 정식적으로 길드원이 된거야.\'라는 말을 저리 돌려 표현할 수 있다니 아마도 이 인간과 앞으로 얼굴 맞대고 살아야 할 앞날이 걱정된다.
\"뭐.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잘 해보도록 하죠. 형씨\"
\"형씨?\"
가스톤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오빠라는 말을 원한건 아니겠죠? 인과응보라구요. 흥!\"
\"만만찮은 아이군. 좋다. 어트랙터 자경단이 된 것을 환영한다.\"
가스톤이 손을 내민다. 나는 씩씩하게 그 손을 맞잡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난폭하게 그것을 위아래로 흔든다. 왠지 웃고 있는 가스톤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나 보인 것은 내 착각이었을까?


\"저녁은 뭘 먹을까? 알.\"
\"카린이 먹고 싶은거.\"
...라면서 해말게 웃는 알. 오늘 처음 알았지만,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다. 처음 봤을 때부터, 그리 숫기 있는 녀석은 아니란 것을 알았지만, 아까 전 나를 보호하려고 히드라 앞으로 달려 나간 것을 보면, 의외로 남자답다고 할까?
\"오늘 만은 메뉴 선택권을 알에게 양보할께.\"
\"그 말은 내일부턴 카린이 정하겠다는 거야?\"
알이 미소 짓는다. 나는 기침을 한번하고 바닷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밤 낚시를 즐기려는 낚시꾼 무리가 지나쳐 가고, 막 영업을 시작한 유흥업소들 덕에 밤의 어트랙터 거리는 대낮처럼 환하다.
\"살기 좋은 동네야. 여긴.\"
\"정말 그런거 같아.\"
우리는 해변가에 앉아 있다. 이 곳과 선착장과는 꽤나 거리가 떨어져 있는지, 멀리서 등대의 불빛이 보인다.
등대는 바다와 육지를 번갈아 밝히듯, 그 밝은 빛을 뿌리고 있다.
나는 알을 바라본다.
\"알.\"
\"응?\"
\"너는 언베투 이곳에 있었어?\"
\"잘 모르겠어.\"
알은 바다 쪽으로 고객 돌리며 말했다.
\"확실한 건. 아주 오래 됐다는 거야.\"
나는 피식 웃으며 부끄럽게 말했다.
\"그 오랜 세월동안 날 기다린건 아니구?\"
\"그런거 같아.\"
농담으로 한 말을 농담으로 받아친건가? 그렇다기엔 알의 대답이 너무 진지했다.
\"아니. 확실한거 같아. 난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알이 다시 나에게로 고갤 돌렸다.
\"카린. 우리 엄청 오래 전에 만나지 않았었니?\"
알의 눈이 커진다. 그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미안해. 하지만 난 오늘 널 처음 봐.\"
\"역시... 그렇구나...\"
알은 고개를 숙였다. 왠지 미안해 진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파도 소리가 들린다. 멀리선 어렴풋이 저녁 항해를 하는 배들의 뱃고동 소리도 들린다. 어선일까? 오징어 잡이?
잘 모르겠다.
잠시 후 알이 일어선더. 그는 나에게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나는 평소처럼 해맑게 웃으며 엉덩이를 털고 일어섰다. 우리는 함께 여관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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