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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6년을 간직한 사랑이야기
게시물ID : gomin_4659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carcifity
추천 : 1
조회수 : 25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11/06 02:30:28
전에 비회원으로 썼던 글입니다만,

응원해 주는 분들이 있는데 댓글도 못달고 머 어찌되었든 지구는 둥글고

오유에 가입하여 제대로 한번 남겨봅니다.

잘 봐주시면 감사. 그럼 아래부터는 편하게 갑니다. 

 

내일 출근안해도 되니까 음슴체.

ㅋㅋ 나도 이런거 한번 해보고 싶었어

 

본인은 평범한 대학을 나와 평범한 직장에서 평범한 세금을 내는(?) 직장인임.

이야기의 시작은 대학 신입생때로 휙 날아감.

때는 바야흐로 격동의 21세기, 대학 입학과 함께 사랑은 시작되었음.

동아리를 하나 가입했는데, 그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 때였음.

평범하게 술을 마구 섭취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들어온 선배가 있었음.

한눈에 반했음. 무테안경에 긴 생머리를 휘날리던 그녀는 깊은 눈동자에 오똑한 콧날을 가진 신에게 선택받은 종족이었음.

딱봐도 어렵다는걸 실감했음. 그녀가 오자마자 모든 이목은 그녀에게 집중되었고, 남자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느껴졌음.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음.

대학생활이란 컨닝과 대리출석이 전부라는걸 깨달을 때쯤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음.

둘은 사귀기 시작했음.

좀 더 지켜보기로 했음.

2학기가 되어 둘은 헤어졌음. 매우 안좋게 헤어졌음.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그 남자 대갈통을 32등분하고 싶음.

헤어진 이유는 여자가 스킨쉽을 싫어해서였음. 손잡는것도 싫어함. 그건 특이했음.

어쨌거나, 헤어진 후 며칠 뒤 나에게 그녀가 연락을 했음.

동아리에서 본인이 하던 일을 나보고 할 수 없겠냐는 제의를 함. 난 망설였음. 그당시 내 동기들은 나를 다른쪽에 써먹을라고 노리고 있었음.

그녀가 직접 찾아옴. 울면서 부탁함. 너가 날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그녀가 말했음.

콜! 그녀의 울것만 같은 얼굴로 부탁하는 그순간 난 반사적으로 모든 걸 다 해주겠다고 말함.

그렇게 노예계약은 성립되었음. 난 분명히 동아리 일을 도와주겠다 했던건데 그 후로 보호자처럼 되어버림.

어찌되었건 그녀와 꽤 가까워짐. 연락도 자주하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그전엔 몰랐던 많은걸 알았음.

그녀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음. 잠도 자주 설치고 자세히는 말 안해줬지만 남자에 대한 어릴적 트라우마같은게 있는 듯 하였음.

거기에 그녀를 찬 그 남자도 꽤나 거칠은 스타일이라 충격을 꽤 먹은 듯 하였음.

아침에 눈뜨면 좋은 아침이라고 연락하고 아침 먹었냐고 챙겨 먹으라고 연락하고 점심 먹었냐 안먹었다 하면 20분 넘는 거리를 뛰어가(본인은 공대, 그녀는 문과대 쪽이었음) 밥을 챙겨줬음. 그녀가 다 먹을때까지 지키고 봄. 저녁도 먹었냐. 확인하고 밤에 푹 자는지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방황하는건 아닌지 매일 확인함. 잠이 안온다 하면 옛날 이야기 해주고 전래동화 기억 쥐어짜서 말해주고 양도 세어주고 그랬음. 엄마한테 그랬으면 아마 효자라고 소문이 자자했을거임.

그렇게 두달정도를 함께 지냈음. 그녀는 차차 기운을 찾았고, 슬슬 나한테 장난도 치고 웃는 밝은 사람이 되었음.

겨울에 어학연수를 다녀오겠다고 함. 6개월 정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음.

그때부터 가슴이 뻥 뚫려버림. 난 그녀에게 무엇이었을까 상당히 난감했음.

그후로도 그녀와 계속 만났음. 필름 카메라를 좋아해서 남대문 시장을 하루종일 뒤지고 다녔음. 국립중앙박물관도 갔었고 영화도 봄.

그당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를 매우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남. 영화가 끝나고 데려다주는 길에 그녀는 영화속 주인공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냐고 나에게 물어봄. 난 오히려 주인공 직장 상사가 더 맘에 든다고 말함.

그러다 그녀 생일이 됨. 그당시 취미삼아 기타를 배우고 있었음. 마침 겸사겸사 그녀 생일에 불러주고 싶단 생각으로 연습했던 노래가 있었음.

동아리 방에서 기타를 띵가띵가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딱 들어옴. 속으로 매우 놀랐음. 하지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듯 행동했음.

평소 연습하는 곡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겠냐고 넌지시 물어봄. 그녀가 좋다고 함. 그때 부른 노래가 이적의 '기다리다'임. 연습이 부족해서 끝까지 다 못부름. 가사도 생각 안나고 몸은 덜덜 떨려서 내가 판소리를 하는건지 노래를 하는건지 구분도 안갔음.

그녀는 좀 잘해보라고 하면서 웃었음. 그 때 조금 높은 구두에 까만 스타킹과 갈색 스커트를 입고 있었음. 그 다리만 쳐다보고 노래불러서 기억남.

그 뒤 그녀의 친한 친구 둘이랑 같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음. 내가 먹는게 밥알인지 모래알인지도 기억안남. 여자 셋이 둘러싸고 내 신상을 탈탈 털었음. 식당앞에 점보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녀가 점을 봄. 끝나고 나보고도 점을 보라고 함. 쿨한척 거절했음. 미래는 스스로 만들어 갑니다. ㅋ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크리스마스가 되었음. 친한 친구랑 같이 둘이서 궁상떨며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었음. 그녀에게 전화가 옴. 여자셋이 있는 자취방에 초대받는 행운을 얻음.

자취방에 가니까 그녀들은 나름 야심차게 만들었다는 케이준 샐러드와 포도주를 꺼냄. 우린 그냥 감격해서 주는대로 받아 처먹었음.

그녀는 셔츠 한장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음. 그녀는 스킨쉽을 싫어하고 또 맨살을 보이는 걸 싫어해서 평소에 그런 차림을 볼 수 없었음.

난 그 때 그녀의 피부가 정말 하얀걸 알 수 있었음. 하도 옷으로 꽁꽁 가리고 다니다보니 자외선을 받지 않아서 피부가 그런가봄.

내 옆에 양반다리하고 앉아있는 그녀의 허벅지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자꾸 가는데 그녀의 다리를 흘러가는 퍼런 핏줄까지 그대로 다 보였음.

우린 거기서 포도주 네병을 비우고 고스톱을 조금 치다가 헤어짐. 여러분이 상상한 그런 H장면은 없ㅋ음ㅋ

겨울이 되었음. 그녀가 유학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 난 점점 집착하게 됨. 그녀를 챙겨주다 보니 그녀가 멀리 떨어져 있는게 너무 불안했음. 그와 반대로 그녀는 점점 연락이 없어짐. 내가 먼저 연락하면 반가워하던 그녀가 이젠 문자 한두개에는 답장도 없음.

그녀와 친한 친구가 나에게 이야기함. '널 위해서 그러는 거라고' 난 이게 뭔소린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음.

그녀가 떠나기 전날 술이 떡이 되도록 먹었음. 어디 하소연 할수도 없는 억울함과 가슴을 메어가는 공허함에 그녀에게 문자 한통을 보냈음.

난 너에게 무엇이었냐고.

문자를 보내고 나와 함께 술을 먹어주던 고마운 친구들과 함께 다 잊자고 피시방을 가서 카오스를 함.

내가 한때 카오스를 깊게 팠었음. 막 그롬이 나와서 애들을 무아지경으로 썰어야 겠다고 집중하는 상황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옴.

술이 다깼음. 가로등이 두세개로 보이던 정신이 한순간 확 맑아짐.

그와 동시에 반가움과 미운 감정이 뒤섞여 이성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음.

"XX니?"

"네"

"뭐해?"

"친구들이랑 피시방에서 겜중이에요."

"아 재밌는 시간 보내고 있구나."

"네"

"밖은 춥네. 조심히 들어가고."

"네"

"... 그래"

통화를 끊고나서 돌아버릴것만 같았음. 이미 내 그롬은 무참히 썰려 죽은 상태이고 친구들은 뭐하냐고 짜증내는데 난 뭘해야 하는지도 몰랐음. 그저 멍했음. 뭘까 이 기분은. 잘 다녀 오라고, 몸 건강하게 공부 열심히 하고 오라고, 난 괜찮다고, 아니 혹시라도 날 조금이라도 생각해 준다면 난 여기서 기다릴 수 있다고 십년이 되어도 돌아온다면 다시 따뜻하게 챙겨줄거라고 그러니 걱정말고 다녀오라고 내 도움이 더이상 필요없다면 그것도 좋다고 그저 너가 행복하면 난 그만이라고 머리속에선 수많은 말이 맴돌고 뭔가 해야할 것 같은 느낌에 소름이 끼치도록 두려웠음. 이 순간이 지나면 난 평생을 후회할거란 불안감이 나에게 속삭이고 있었음. 지금 당장 그녀에게 가야 한다고. 내 몸이 말하고 있었음.

그대로 피시방을 뛰쳐나왔음. 이미 그녀의 핸드폰은 전원이 꺼진 상태였음. 난 학교 주변을 미친듯이 휘젓고 다녔음. 혹시라도 그녀가 이 근처에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에

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새벽이 되었음. 그녀의 비행기는 11시에 인천에서 뜰 예정임을 알고 있었음. 당장 공항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가는 길을 알아보는 도중에 문득 이미 모든 건 끝났다라는 생각을 했음. 그 순간 지나간 내 조급함과 초조함이 피로가 되어 내 몸을 짓눌렀음.

조용히 침대에 들어가 늦은잠을 청했음. 눈을 뜨고 나면 그녀는 내 추억속의 한 사람이 될거란 생각과 함께.

사실 내일이 그녀 생일임.

6년간 이야기 다 쓰려다 문득 보니 소설로 출판하는게 더 빠르겠음.

일단 이게 내 신입생 1년간의 이야기임.

반응봐서 좋으면 후편 고려해 보겠음.

스포(2학년)

-세명의 여자에게 고백받음

-그녀가 유학에서 돌아옴

-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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