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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춥진않지?
게시물ID : gomin_5885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잉말을해봐
추천 : 3
조회수 : 599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3/02/12 23:23:03

 

 

잘먹는 반찬은 3끼 내내 2주간 내고

2천원짜리 배추가 비싸다고 안사시면서 사과3개 5천원 하는건 사와서 주고

나를 위해 항상 준비된 고기와 라면

장염걸려서 하루정도 속비우는데 나 병원입원시켜야 된다며 방방 뛰시는 모습

 

한번은 동기들끼리 술먹고 밤 11시에 들어갔는데

한블럭앞에서 내가 오나안오나 어슬렁어슬렁 거리시는 모습

 

허리가 아프다며 파스좀 붙여달라하고

내가 붙여주면 \' 많이 추잡제, 더럽제 \' 라고 하시면

아니라고 애교떨고 안고 하던 모습

 

작은 덩치 작은 손 작은 발 뭐 하나 나에겐 그대론데

대학교 시절 기숙사 밥에 속이 다 뒤집어져서 갔던 할머니댁

그곳에서 휴학기간포함으로 4년동안 함께 먹고자고놀고이야기하고

 

맨날

\' 늙어서 빨리 죽어야지 \' 라고 하면  내가

\' 내 결혼하면 허락해줄게 \' 라고 하고 다시 언제 결혼할꺼냐 물어보시면

난 결혼 안할껀데 라고 웃은게 몇달 되지도 않았어

 

취업준비한답시고 서울에 와서 전화로만 할머니 목소리 들었는데

차라리 병원에서 오랫동안 있으면 미워라도 할수 있겠는데

뭐가 그렇게 급했어, 뭐가 그렇게 급했냐구

 

자식들 고생안시키고 난 조용히 죽을꺼다 라고 말하시던데

그렇게 소원대로 해서 좋아? 좋은거야? 행복해?

 

 

사실 난 아직도 할머니가 좋은곳갔다는거 받아드려지지가 않아서

다른사람들한테 할머니와 있었던 재미있었던 이야기 장례식이야기 했었는데

오늘 갑자기 왤케 우울해 할머니가 보고싶어졌어

내 폰에 있는 할머니집번호, 사진 이거 다 어떻게 해야해?

 

누구한테 이 그리움을 하소연해야해?

알아는 줄꺼야?

아직 49제 안끝났으니 아직 내 주위에 있는거지?

 

우리 고생할까봐 금요일 저녁에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멀리 간거야?

일요일 3시부터 눈비왔는데 모든 일정 1시에 끝나게 한거야?

거기다 그날 춥지도 않았어, 햇살까지 내려오게 하던데 그거 다 우리 힘들지 말라고 그런거야?

 

이게 뭐야

새벽에도 번쩍 깨서 슬프지도 웃고싶지도 않아

 

왜 그랬어 왜

고생없이 잘 돌아가셨다는말이 뭐야,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수가 있어

 

난 싫어 받아들이기도 싫고 인정하기도 싫어

내가 전화하면 할머니는 받아야 해 무조건

근데 이젠 없는 번호야

그 집도 처분하고 할머니집 내 짐도 다 빼고

할머니가 쓰던 그릇, 밥솥, 옷장, 냉장고 전부 다 없어

 

 

 

 

... 할머니 거긴 춥지않지?

외할아버지랑 함께 맛있는것도 많이먹고 있지?

행복하지?

거기선 허리도 아프지말고 할머니가 좋아하는 채소도 많이 먹고

고기도 많이 먹고 다 많이 먹고 행복하고 따뜻하게 있어야해

 

할머니를 볼려면 아직 내 인생 100세를 기준으로 26%밖에 안살았으니

조금 많이 기다려줄수 있지?

할머니 행복해야해

너무너무, 너무너무 사랑해-

 

 

 

 

 

 

 

 

 

 

***

 

한동안 현실로 받아들이지못해서 울지도 못했는데

누구한테 찡찡거리긴 싫고 티내기도 싫어서

여기와서 주절주절 떠들고 가네요

 

예~전에 할머니랑 재미있는 에피소드 정리해서 올리고 했었는데 지웠나,

그 글이 없네요 ㅎㅎ 로그인을 안하고 적은것인가 아쉽다 ..

정말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았거든요 ^_^

 

나 펑펑 울었으니까

이제는 할머니 보내줄수 있겠죠 -

 

아직 성숙하지 못했으니 할머니 보낸것도 많이 힘든거겠죠

많이 사랑했다고 너무 사랑했다고 마음으로 전합니다

 

 

한동안은 모든것에 의미부여가 되겠죠 -

 

날씨도, 눈에 보이는 색깔도, 내 건강상태도, 그냥 모든것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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