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후보 띄우기는 정세오판…단일화 및 범여권 외연 확대 약속 안지켜
문국현후보는 사실상 오마이뉴스가 데뷔시켰다. 오마이뉴스 오연호사장은 지난 7월17일 단독인터뷰를 시작으로 문후보의 인터뷰와 동정기사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이 티가 나도 너무 나는 띄우기 덕분에 문후보는 당시 5% 미만의 지지율에 허덕이는 범여후보에 꿀릴 거 없는 비슷한 지지율을 확보하게 된다.
오마이뉴스가 문후보를 데뷔시킨 이유는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반노정서에 고전하는 여권에 새인물을 공급해 극복해보려는 것이었다. 이명박이 선점한 경제에 진짜경제로 대립각을 세워 한나라표를 잠식하여 범여권의 세를 불려보고자 했다. 보수진영 언론들이 노골적으로 특정후보를 편드는 마당에 오마이뉴스도 중립성 비판을 무릎쓰고 개혁세력 언론으로서 역할을 해보려고 한 것이다. 이런 기대를 문국현후보도 알고 있었다. 빨리 지지율을 높여 여권후보와 반드시 단일화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문국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세좋게 외쳤던 30%는 고사하고 10% 벽도 넘지 못했다. 세불리기는 실패했다. 문국현 지지율의 증감은 거의 정확하게 범여주자의 지지율과 연동되었다. 경선이 끝남과 함께 여권내 반정동영표가 빠져나가고 그만큼 문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졌다. 그는 외부의 표를 벌어온 게 아니라 여권 표를 잠식하고 분열시켰던 것이다.
그 정도면 괜찮다. 범여권의 문후보 띄우기를 실패로 인정하고 다시 표를 합치면 그만이다. 그런데 범여권 일부의 전략적 시도로 잠시 표를 배분받았던 문국현이 그 표를 돌려주지 않고 들고 나가서 딴 살림을 차리겠다고 나서기 시작했다. '언젠가' '언젠가' 하며 단일화를 미루던 문국현은 결국 재야원로들의 간절한 부탁과 경고를 외면하고 대선이 이틀 남은 지금까지 독자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세불리기를 위해 불러들였던 문후보가 오히려 얼마되지 않는 지지자마저 쪼개 버린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범여권 지지자들의 문국현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다. 재야원로들은 문후보를 가짜 개혁세력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반정동영 분위기 일색이던 서프라이즈 등의 범여권 싸이트들도 문후보를 비판하고 정동영 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심지어 문국현을 띄웠던 오마이뉴스마저 유창선씨의 칼럼 등을 통해 문후보를 비판했다.
만약 문국현후보가 안나왔다면 어땠을까.
10월 15일 경선이 끝났을때 정동영후보의 지지율은 20%에 육박했다. 여기에 문후보의 지지율을 더하면 25%를 넘나든다. 모자라긴 하지만 당시 45%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던 이명박후보와 함께 그럭저럭 양자구도는 가능하다. 이때부터 언론의 대선보도는 양자구도에 맞춰지고 정동영후보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이명박의 대항후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BBK 공방 와중에 떨어져 나간 이명박후보의 지지표 중 일부는 정후보에게 붙을 수 있었고 지지율 30%로 치고나가면서 이명박후보와 같은 30%대 싸움을 벌일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대선 판에 재미와 긴장감이 생기면서 정후보는 완전히 양자구도를 굳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경선 후 이명박과의 대립각을 세워야할 그 귀중한 시기에 정동영후보는 문국현과 단일화 하느라 언론의 지면과 카메라를 소비해버렸다. 지지자들은 범여권의 단일화를 기다렸고 이명박은 링 저편에서 갈 데 없는 지지율 그대로 쥐고 앉아 있었다. 이명박후보가 고전할 때 상대를 비쳐주어야 하는데 범여권이 단일화가 안되어 있으니 비출 데가 없었다. 이명박이냐 정동영이냐가 되어야하는 선거판이 이명박이냐 아니냐가 되어버렸다. 범여권 지지율을 불리기 위해 나온 문후보가 지지율 갉아먹은 것도 모자라 여권후보의 지지율 상승까지 제한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11월 5일 이회창후보가 나왔고 단일화 논란으로 제대로 다져지지 못한 정동영지지율은 다시 하락했다.
만약 일찍 10월 중에 양자구도 형성되었다면 선거가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범여진영으로서는 오마이이뉴스의 삽질이 생각하면 할 수록 속이 쓰리다. 왜 오마이뉴스가 X맨 문국현을 데려와서 개혁진영을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하는 원망이 안들 수가 없다.
도대체 오마이뉴스 문후보 띄우기는 어떤 오판에서 비롯된 것일까.
먼저 문국현이란 개인에 대한 오판이 있다. 블로거간담회로 문후보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느낀 문국현의 첫인상은 예의바른 사업가였다. 그래서 간담회 후 쓴 글의 제목은 스마일포커페이스 문국현이었다. 상대를 긴장시키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속내를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사업가로선 딱 좋은 인상이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그의 말은 호소력이나 전달력이 없었다. 귀에는 부드럽게 들렸지만 머리 속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혜성처럼 등장한 정치인의 후련한 정치철학을 기대했지만 세간의 평대로 공자이미지만 확인했다. 3개월안에 여권의 세를 불려줄 정치가적인 매력을 그는 전혀 갖고 있지 못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정세오판이다.
범여권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분열에 있었다. 범여권의 지지자들은 범여세력의 지지자가 아니라 각 후보의 캠프지지자로 다투느라 지난 5년을 보냈다. 그들간의 상처는 깊었다. 경선이 끝난 후에도 분열은 아물지 않았다. 탈락한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 중엔 대선포기를 선언하거나 문국현 등의 다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오마이가 범여권의 문제를 제대로 고민했다면 이 분열병의 치유에 대한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그러나 오마이는 범여권의 통합을노력하기 보다는 문국현이란 새로운 분열요소를 도입해버렸다.
반노정서에 대한 과도한 공포도 문제다. 반노정서는 피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그건 이 정권의 후계자로서 돌파해야할 문제다. 그런데 오마이는 돌파구보다 피신처를 찾았다. 한국대선은 결국 양자구도다. 한국유권자들은 삼자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양자대결에서 어딜 도망간단 말인가. 한쪽이 있으면 다른쪽만 있을뿐이다. 상대가 반노면 이쪽은 친노가 되는 것인데 그걸 바보같이 피해보려 한 것이다. 피할 게 아니라 반노정서는 정쟁의 산물임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당당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정치세력의 자기부정은 지지자들의 자부심을 상처입혔다. 자기부정으로 지지자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힌 세력에게 어떻게 지지자들이 또 표를 준단 말인가. 한국 유권자들이 이념의식이 투철한가? 한국에 정당정치가 확립되어 있는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 나라의 국정을 주도했다는 자부심이다. 따라서 정치인이 호소해야 할 것은 이념이 아니라 지지자의 자부심인것이다. 오마이뉴스의 문국현 띄우기는 이미 자기부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부심에 상처입은 지지자들에게 애초에 감동을 줄 수 없는 것이었다.
이명박 지지율의 비밀을 경제로 본 것도 잘못이다. 솔직하게 바라보자. 이명박후보의 탄탄한 지지율의 구조는 서울 + 영남 + 기독교의 3각 연대다. 기독교에 충실한 대통령을 원하는 개신교인들과 이번엔 기필코권을 찾아오겠다는 영남의 패권욕, 거기다 청계천으로 호감도 상승한 서울시민이 바로 이후보 지지율의 정체다. 이런 환상의 3각구조가 이후보 지지율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BBK가 사실이라해도 지지하겠다는 사람이 지지자의 70%가 넘는 것이다. 경제는 곁가지이다. 이 구조를 덮고 있는 비닐 덮개일뿐인 것이다. 이러니 문국현의 경제를 보여줘봐야 국민들이 눈이 돌아갈리 없는 것이다. 이 비닐덮개보다 저 비닐덮개가 더 좋다고 해봐야 듣는 사람은 별로 없다.
종교적열망과 지역주의 그리고 서울의 이 삼각구조를 깰 묘책은 쉽지않다. 그러나 본질적 해결이 어렵다고 비닐이라도 찢어보자는 식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명박의 경제에 빠져있다는 세간의 뻔한 분석에 바탕해 문국현의 경제를 대립시키겠다는 오마이뉴스의 시도는 나태함의 극치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오마이뉴스의 잘못은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데려왔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적으로 검증되었을지 모르나 정치적으로는 검증되지 않았다. 그는 정치판의 정치브로커와 업자들을 상대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그들에게 어떻게 휘둘리지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정치판과 기업판은 다른 판이다. 기업인 문국현이 정치인 문국현으로서 어떤 행동을 보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유창선씨의 문국현비판 칼럼으로 오마이는 문국현과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대선판 분열에 결정적 기여를 한 장본인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오마이뉴스로 인해 개혁세력은 이미 많은 가능성을 상실했다. 서투른 조선일보 따라하기로 개혁세력에 어려움을 더 가중시킨 오마이뉴스, 당신들의 분명한 입장 표시를 바란다.
뉴스보이 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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