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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이칼 전선군의 공세 종결 제5군의 포풍준비 上 제1 극동 전선군이 만주 동부에서 중심부로 치고들어가는 직접적인 진격로는 하얼빈에서 무단장 사이의 구릉 지대와 우수리 강을 통과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주 동부의 철도는 이 길에 놓여 있었으며 관동군은 이 지대에 마치 마지노선 처럼 촘촘하고 강력한 요새 방어망을 건설해 놓아 소련군의 전략적, 작전적 기동을 차단하려 했습니다.
만주 동부의 일본군 요새 라인. (옮긴이 주, 지도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 선이 요새라인입니다.)
관동군은 이 요새 지역이 험한 구릉지와 빽빽한 삼림으로 들어차 있어 아무리 현대화된 군대라도 통과하기는 어렵다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노선? 안치면 되고. 딜 계획? 아르덴 숲으로 기동해서 냅다 회전문 형성해 쌈싸먹으면 되고 ㅋㅋㅋ 결과:프랑스 망했어요 ㅠㅠ 일본군 참모들 일부도 사진들과 같은 1940년의 사례를 들며 만주 동부의 요새 라인과 지형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소수에 그쳤습니다. 붉은 군대는 당연히 관동군보다 프랑스 전역에서 더 많은 걸 배웠지만, 그래도 애로사항은 많았습니다. 일본군이 제법 종심 깊게 설치한 요새 지대는 종심 작전을 힘들게 만들었고 어려운 도로 상황에서 통신선과 보급선을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도 문제였습니다. 이는 결국 부딫쳐 봐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극동전략방면사령부는 메레츠코프 원수의 제1 극동 전선군에게 만주 동부 공략을 맡겼습니다.
너희 야뽄스키들은 조만간 내 훈장으로 산화되겠지 6월 28일에 스타브카에서 극동전략방면사령부를 통해 제1 극동 전선군에게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2개 제병협동군으로 주공을 형성하고 만주 동부의 요새 지대에 구멍을 내버리고 작전 개시 15~18일 쯤에 무단장-왕칭 라인을 형성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병력이 무단 강 동부에 집결하면 왕칭을 거쳐 옌지와 길림, 그러니까 간도로 공세를 가할 것이었습니다. 메레츠코프는 주공이 될 2개 야전군으로 N.I. 크릴로프 상장의 제5군과 벨로보로도프의 제1 적기군을 두었습니다. 제5군은 무단장으로 쳐들어가 그로데코바 북쪽에서부터 12킬로미터에 달하는 돌출부를 요새 지대에 뚫고 볼슨크의 일본군 방어를 분쇄하며 요새지대 중심으로 치고들어가고 타이핀링을 고개와 수이펜호를 작전 개시 4일만에 점령할 것이었습니다. 메레츠코프는 제5군이 작전 개시 8일째에 제5군이 무단 강을 건너 무단장을 확보해 제1 적기군과 합류할 것을 예상했습니다. 무단장을 점령하면 메레츠코프는 제10 기계화군단을 제5군 지역에 투입시켜 키린을 향해 공세를 펴고 자바이칼 전선군 병력과 합류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니콜라이 일리이치 크릴로프 뭔가 뚱한 얼굴입니다. 제5군의 야심만만한 공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크릴로프의 병사들이 지형의 어려움과 요새 지대 깊숙히 들어가면서 펼쳐질 관동군의 강력한 저항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일본군 요새 지대는 남북으로 40킬로미터에 이르렀으며 수이펜호로 향하는 주요 도로들과 철도들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요새들은 10~15킬로미터에 이르는 종심을 가지고 건설되었으며 주요 도로지대를 지키는 요새들은 30~35 킬로미터의 종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국경 요새 지대는 4개의 지구로 분리되어 있었는데 이 중 북동쪽과 동쪽을 지키는 수이페호 요새지대는 북쪽으로 10~12 킬로미터의 정면과 2.5~9 킬로미터의 종심을 확보하고 철도들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20 킬로미터 북쪽에 있는 볼린스크 지구는 삼림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수이페호 남쪽으로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는 루민타이 지구가 있었으며 제1 극동전선군과 마주보는 형상으로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 해 8월의 동부 요새지대에는 295개의 콘크리트 특화점, 145개의 통나무 특화점, 58개의 콘크리트 방공호, 69개의 포탑, 29개의 관측소와 지휘소, 그리고 55개의 포대가 있었습니다. 기관총 특화점들은 250에서 300미터마다, 대전차포, 야포 특화점들은 500에서 700미터당 하나씩 있었습니다.
더 자세한 요새 지대의 모습. 나름 자신만만할 정도로 건설해 놓았군요. 특화점 주변에는 당연히 철조망 라인이 구축되고 지뢰들이 매설되었습니다. 요새 지대뿐 아니라 볼슨카 강과 무탄 강 주변의 빽빽한 삼림들도 소련군의 진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뽑혔습니다. 이 지대를 지키는 일본군은 제5군으로 수이페호 요새 지대는 시이나 소장의 제124 사단,그리고 126사단, 제128사단이 있었습니다. 124사단은 물렝, 수이양, 그리고 흐치아쳉즈 지대를 지키고 있었으며 126사단은 파미엔텅에 사령부를 두고 제124사단의 좌익에 위치했고 128사단은 롯조커우에 사령부를 두고 제124사단의 우익에 위치했습니다. 하지만 각 사단들의 담당 지역이 너무 넓어서 각 사단간의 유기적인 협조는 기대하기 많이 힘들었습니다.
일본 제5군의 각 사단들 담당 구역 (옮긴이 주, 우측 단대호의 위치를 통해 대강 부대의 분포를 봐주시면 이해가 쉬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