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문입니다
(아마 글쓴이 말고는 아무도 안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짧고 간단하게 쓰고 싶었는데 방법을 모르겠어서 그냥 길게 쭉 씁니다.
(애착개념에 대해서 책을 한권 쓰던가 해야지 맨날 설명해야 하는 이 고통...)
여기서 설명하는 개념들은 님하고 누나분하고 다 해당되는 부분들이니
잘 읽어보세요
원래는 상대방 글을 세번 네번 읽어보고 제 글도 두세번 읽고 퇴고해서
꼼꼼하게 확인하고 상대가 기분 나쁜 표현은 없는가 조심해서 고치는데
이건 글이 너무 길어서 한두번 밖에 못 읽어봤어요
양해 좀 바랄게요
심리상담의 목적은 상담자를 편안하게 해주는데 있습니다
연애상담의 목적은 설령 상담자를 고통스럽게 하더라도
지금 혹은 앞으로의 연애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저는 님을 깔겁니다
그런데 그건 님을 폄하하고 비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진심으로 님이 걱정되고 님은 좋은 사람인 것 같고
앞으로 더 좋은 연애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에 그러는 겁니다
양해 좀 바랄게요
1. 일단 제 생각에 글쓰신 분과 그 누나분은 둘 다 혼돈형 일 가능성이 큽니다.
혼돈형이라는 것은 불안형+회피형이라는 말입니다
회피형에 대해서 먼저 간단히 설명을 해드릴게요
상황: 내가 돈이 없는데 연애를 하고 싶다
1. 안정형: 나는 돈은 없지만 널 사랑해. 내일부터 노가라도 할 테니 결혼하자.
2. 회피형: (상대가 먼저 고백을 해와도) 나는 돈도 없는데 나랑 사귀어서 뭐하게?
전형적인 회피형은 애초에 정말로 상대랑 사귀고 싶은 생각이 낮은 편이지만
전형적인 혼돈형은 상대랑 굉장히 사귀고 싶어함에도 불구하고 저런 말을 합니다
회피형은 저러고 말지만 혼돈형은 저렇게 말을 한 후에도 상대방 주변을 서성거립니다
혹은 회피형이지만 상대방을 많이 좋아하는 경우 서성거리게 됩니다
만일 저 상황에서 사귀게 되었는데 트러블이 발생한다
그러면 회피형은 이렇게 말하겠죠
"나는 돈이 없어서 사귀지 않으려고 했는데 상대방이 나한테 들이댄거다!"
물론 상처나 아픔이 있어서 관계에 소극적이고 다른 사람 피해주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선하고 착한데 많은 상처가 있었던 사람 정도로 볼 수도 있지만
당하는 상대방 입장에서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런 태도 자체가 연애에 있어서 굉장히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귀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상대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귀게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책임이 없다.
나아가 나는 너랑 안 사귀려고 노력했지만 니가 날 꼬시지 않았냐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니가 있다
왜 내가 널 좋아하게 만든 것이냐! 하고
이런식으로 오히려 상대방을 원망하게 되죠
님이 쓴 글입니다
"나한테 왜 틈을줬냐고. 왜 받아줬냐고. 그눈빛 그표정 평생 절대 못잊을것같다고."
님이 원망하는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날 사랑해주지 않아서" 인 것 같은데
사실 냉정히 잘 생각해보신다면 그건 누구를 원망 할 거리가 아닙니다
회피형과 혼돈형은 또 다르게 말하면 연애하기 위한 어떤 노력을 안하고
누군가 다가와주기만을 기다립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연애하기 위한 노력을 안하고 공짜만을 바라죠.
일단 이게 회피형과 혼돈형의 개념입니다
기억하세요
하나 더 말씀드릴께요
상대방과 내가 만일 자연스럽게 이끌렸고 친해졌다
그럼 사귀자는 말이 나올텐데 나는 돈이 없으므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됩니다
따라서 애초에 누군가랑 친해지는 것 자체가 껄끄럽죠
그런데 애초에 사귈 가능성이 없는 사람임랑 친해지는 건 덜 껄끄러워요
그러니까 원거리연애라거나 상대방이 유부이거나
상대랑 연령차이가 너무 난다거나 이런 상황요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상대방이 조건이 좋지 않을수록 오히려 끌린다" 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혼돈형이 연애가 잘 안 되는 이유는
1. 연애를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지 않는다.
(다가와주기만을 기다린다)
2. 연애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
(열정. 친밀감. 책임감은 사랑을 구성하는 중요한 3 요소인데,
회피형은 친밀감이 형성이 잘 안 되고 책임감이 낮은 편입니다.
혼돈형은 친밀감 형성을 나름 하려고 하는 편이긴 합니다. 그게 너무 폭력적인 방식이라 문제죠.)
3. 오히려 이상한 사람에게 끌린다.
4. 나에게 못해주면 끌리고, 잘해주면 피한다.
여기서는 돈이라는 예를 들었지만 회피형과 혼돈형에 실제로 해당하는 개념은 자존감입니다
저 개념을 이해하시고 나서 님이 쓴 글을 같이 봅시다
"나이차는 4살. 처음볼때 너무 위험한느낌이들어서 멀어지려했었는데, 누나가 나를 너무 이뻐해줬어요.
그래서 여자로 안보고 누나로 보고싶었는데 나는 안되나봐요."이 글을 다시 정리하면
나는 이 여자가 내 스타일이라 끌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은 오히려 친해지려고 들이대는 상황이지만)
나는 그래서 이 여자와 멀어지려고 했었다
여자로 보게 된 이유는 "상대가 날 이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심지어 나는 여자로 안 보고 누나로 보려고 노력했지만 정말이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사귀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상대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귀게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책임이 없다.
나아가 상대가 원망스럽다는 겁니다
물론 님이 이 여자분과의 관계에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했다거나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사귈 때의 마음가짐이 저랬다는 겁니다
님이 이 여자분과의 관계에서 굉장히 불안해했다는 것이야
누구라도 님 글을 읽으면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불안형의 특징을 가지고 계시죠
지금 제가 언급한 저 부분이 회피형의 특징입니다
둘 다 가지고 계시므로 혼돈형입니다
"상대방이 잘해주면 헤어지려고 하고, 상대방이 못해주면 사귀려고 한다"는 특징에 대해서 다시 말하자면
상대방이 잘해주면 헤어지려고 하는 이유는 회피성향 때문입니다
막연이 두려워하는 거죠 친밀한 관계를 님이 그랬듯이요
상대가 못해주면 사귀려고 하는 이유는 불안성향 때문입니다
상대랑 관계가 틀어질까봐 불안해서 상대에게 더 잘해주는거죠
일단 님은 상대방이 잘해주면 헤어지려고 하는 성향은 가지고 있죠?
물론 제가 볼 때 님은 상대방이 막상 사귀자고 하고 잘해주려고 하면 헤어지자고 할 것 같진 않아요
왜냐하면 님은 불안성향이 훨씬 더 높은 혼돈형이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잘해주면 잘해주고, 상대가 못해주면 못해준다."
이게 자연스럽고 당연한건데 혼돈형은 반대로만 하니 연애가 잘 안 되는 겁니다
님도 여자도 사실 두 사람의 관계는 일종의 바람인 것인데
나이차이도 여자가 많고요
이런 관계는 불안감을 자극하죠?
그런데 그 여자와 사귀는 남자를 보세요
여자에게 못해주고 헤어지자고 하잖아요?
그 남자도 불안감을 자극하죠?
그 여자분은 제 생각엔 애초에 혼돈형이라서 님과 그 남자에게 끌리는 것인 것 같거든요
(이건 불안감의 자극보다 긴장이 동반 된 형태의 사랑이 더 적합한 표현 인 것 같긴 합니다)
2. 착한 사람이 능사는 아닙니다
두분 다 기본적으로 혼돈형입니다
그리고 보통은(안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밝은 상태가 아닙니다
그리고 연애나 가족사에 대해 큰 상처나 아픔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여자분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것 말고는 딱히 모르겠고
(그러니까 위와 같을 것이란 말입니다)
글쓰신 분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근거를 짚자니 오래 걸려서
전체적으로 제 느낌만 쭉 쓰겠습니다
일단 남자치고 굉장히 감성적이고 섬세하신 편이십니다
따라서 타인의 감정에 공감도 잘해주고 정서적인 이해의 폭도 넓어서
오히려 남자보다는 여자분들과 말이 잘 통할 수 있을 겁니다
우울증이라거나 애정결핍이라거나 경계선 인격장애거나 그런 정서적인 문제가 무조건 있고
(최소한 어릴 때 있었거나 최근에 생겼을 겁니다)
글 자체를 본 제 느낌은 감정과잉입니다
물론 힘든 상황에 감정을 많이 표출하는 것은 당연한데,
님은 그 정도가 좀 보통사람보다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불안성향이 더 높은 혼돈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감정과잉인데도 그 감정이 나쁜 방향으로 잘 표출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님이 착하신분이라는 것에 대해 저는 동의합니다
아마도 실제로 마음 여리고 착하신 분이실꺼고 주변에서도 그런 평가를 받을 겁니다
일단 저도 착한 사람이 되려고 굉장히 노력해왔고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했었습니다만
그 방법 자체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말씀드릴게요
저는 착한사람이 된다면 제가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외로웠습니다
1. 착한 사람과 필요한 사람
왜냐하면 착한사람과 필요한사람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착하기만한 사람은 외롭지만 필요한 사람은 외롭지 않습니다
착하기만 할 뿐,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찾지 않거든요
내가 어떤 방면에서 능력이나 재능이 뛰어나면 세상은 날 찾습니다
하지만 내가 착하기만 하다면 세상은 날 필요로 하지 않아요
그리고 착하다는 것이 이성의 매력의 모든 척도는 아닙니다
착한 남자가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아니죠
2. 자신감과 관계의 리드
남자가 여자와 연애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전략은 바로 관계를 리드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바탕엔 자신감이 필요하고요
물론 더 바탕엔 자존감도 필요합니다
논문 읽은지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여자가 남자에게는 이 리드하는 전략이 그닥 중요하지 않지만
남자는 거의 가장 중요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님은 관계를 전혀 리드하지 못합니다
애초에 연상을 좋아한 것도 그렇고
좋아하면서도 오히려 피한 것도 그렇고
나를 이뻐해줘서 좋아졌다 이런 구절들은
중간에 고백한 것은 좋았지만요(후술하겠지만)
님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여자를 리드했다기보다
단지 사랑받고 싶어했을 뿐이고
님에게 저 여성은 여자보다는 어머니에 더 가까운 존재인 것 같아요
따라서 나는 착한사람이라고 누나에게 항변하고
글 마지막에도 저는 착한사람이라고 항변하는데
세상이라는 곳은 냉혹한 곳이라서
착한사람만이라는 이유로 연애가 잘 되고 돈을 잘 벌진 않아요
그걸 항변해봐야 공허한 메아리 밖에 안 됩니다
착한데 자신감 없고 관계를 리드하지 못하는 사람과
나쁜데 자신감 있고 관계를 리드를 잘하는 사람 중에
누가 더 연애를 잘 할 수 있는가?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3. 긴장감이 동반 된 형태의 연애
혼돈형은 상대방이 잘해주면 못해주고, 못해주면 잘해준다고 말했었죠
잘 보세요
"모임에서 아는 누나로 알게되었는데 6개월동안 정말 좋은 누나 동생 이상으로 지냈어요.
나이차는 4살. 처음볼때 너무 위험한느낌이들어서 멀어지려했었는데, 누나가 나를 너무 이뻐해줬어요.
그래서 여자로 안보고 누나로 보고싶었는데 나는 안되나봐요."
마음에 드는 여성이 나에게 잘해주는데 나는 오히려 피합니다
(잘해주니까 못해줍니다)
"어느새 남자친구가 있어야할 자리에 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게되었어요"
솔로일 땐 정작 대쉬하지 않다가 막상 남자친구가 생기니까 여자분을 갈구합니다
(못해주니까 잘해줍니다)
"다음날 아침, 묘하게 바뀐 카톡느낌에 물어봤어요.
그래서 이야기했어요.
나는 누나가 행복하게 살았음 좋겠다고. 그러려면 날만나야한다고."
여자랑 사이가 좋을 땐 아무말 없다가
여자가 묘하게 카톡이 바뀌고 날 떠날 것 같으니까 고백합니다
(못해주니까 잘해줍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계속 말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이끌려서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나에게 못해주면 불안감이 커져서 불안감을 바탕으로 행동하기 때문이고
상대방이 나에게 잘해주면 이 역시 불안감(그러니까 회피성향)이 커져서 행동하기 때문이예요
4. 정리하자면
해주고 싶은 말은 엄청 많지만
(솔직히 말하면 글로 쓰는게 너무 귀찮아서...)
정리하자면
일단 이 여자분 뿐만 아니라
님 또한 이 연애 자체에 잘못 행동한 부분이 제가 볼 땐 굉장히 많습니다
애초에 부적절한 관계인데도 사랑을 받고 싶어한 점
그리고 적극적으로 연애를 하려고 다가서지 못하고 오히려 피한점
그래놓고 이 관계는 바람밖에 안 되는데 그 관계 속에서 사랑을 갈구한 점
쉽게 말해 님은 사랑한다는 여자보고 "나랑 왜 바람 안피냐" 하고 화낸 것 밖에 안됩니다
나는 니가 행복하면 좋겠고 난 널 행복하게 해주는 착한사람이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이건 굉장히 잘하셨다고 전 생각해요
최소한 글만 놓고 판단 할 때 여기까진
소위 "진정한 사랑" 이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하지만
마지막에 여자분이
내가 정말 전 남자에 대한 감정이 없고 니가 정말 좋으면 너만 보고 가겠다
사실 이게 맞는거 아닌가요? 그래야 하는게 옳은거 아닌가요?
그리고 이미 애인이 있는 사람에게 들을 수 있는 최선의 대답 아닐까요?
그런데 님은 그 말을 듣고 아마 여자분을 원망했겠죠
왜, 날 사랑해주지 않아서
누군가가 날 조건없이 좋아해줬다는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긴 커녕
"왜 내가 널 좋아하게 만들었냐"고 오히려 원망하지 않습니까
여기부터는 님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인겁니다
님은 10년 후에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왜 내가 좋아한 여자들은 한결같이 다른 남자가 있거나 정서적으로 어둡지?"
제가 이렇게 미리 대답해드립니다
"애초에 그런 여자분을 그리고 그런 관계에서만 님이 누군가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