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직 경찰들은 말을 맞추고 나오기 일쑤였다. 또는 현직 경찰이라는 신분 때문에 권은희 수사과장의 증언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리곤 했다. 11월14일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11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수서경찰서 소속 최운영 수사관은 달랐다. 그는 권 과장의 증언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같은 날 증인으로 나온 서울경찰청 소속 최동희 분석관은 여전히 수사 은폐는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최운영 수사관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 (지난해 12월15일의 김하영 국정원 직원에 대한 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여주며) 김하영이 자필로 ‘억울하다. 저는 지금까지 분명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왔고 제기된 의혹 관련 업무를 수행한 적이 없다. 결백을 밝히기 위해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임의 제출했다’고 기재했는데, 보통 임의 제출하면서 3개월치만 분석하라는 식으로 범위를 지정해서 제출하는 경우가 있었나?
최운영 : 사이버 업무를 오래 했지만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검사 : 증인은 검찰 조사 때, “서울청 김병찬 수사2계장이 사이버수사대 증거분석실 사무실에 들어와 장병덕 사이버수사대장과 압수물 분석에 대해 논의하는 걸 들었다. 그 이야기 하는 걸 보고 속으로 ‘참 기가 막히네’라고 생각했다. 피의자(김하영) 입장에서 편들어 대변하는 식으로 들려 제가 너무 기가 막혀서 직접 한마디 하고 싶었으나 참았다”라고 진술했죠?
최운영 : 예, 맞다.
검사 : 증인은 지난해 권은희 과장과 서울청 간부 사이에 증거분석에 대한 이견이 생기면서 권 과장이 항의 표시로 서울청에 나가 있는 수서서 유지상 팀장을 철수시킨 것으로 알고 있나?
최운영 : 그렇다.
검사 : (서울청의 디지털증거분석 결과 보고서를 보여주며) 증인은 권은희 과장이랑 이 보고서를 검토하면서 뭔가 특이점을 발견했나?
최운영 : 분석 보고서에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 소개되어 있지 않았고 혐의 사실을 발견치 못했다고 적혀 있었는데, 거기에 대한 근거 자료가 전혀 없었다.
검사 : 증인은 보고서에 나온 ‘한글 아이디 20개와 영문 아이디 20개를 발견하고 MAC 주소 변경 프로그램을 확인한 것만 가지고도 수사 진행할 필요가 충분하다’고 권 과장과 논의했죠?
최운영 : 예,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아이디를 사용했다는 건 여러 사이트나 여러 곳에 글을 게시했을 개연성이 높다. 특히나 그런 글이 자기 업무라면 추적이 어려운 MAC 변경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김하영씨가 이 프로그램을 썼다는 것은 뭔가 감추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았다.
검사 : 서울청 디지털 분석요원이 수사 담당자가 아닌데도 ‘혐의사실 관련 내용을 발견치 못함’이라는 표현을 보고서에 썼는데, 이런 표현이 들어간 보고서를 이전에도 본 적이 있나?
최운영 : 이전에는 없었던 것 같다.
검사 : 증인은 검찰 조사 때 “서울청에 일단 분석 결과 보고서에 나온 아이디·닉네임 40개 리스트라도 먼저 보내달라고 요구했지만, 김보규 서울청 디지털범죄수사팀장이 줄 이유가 없다면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그래서 제가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냐? 장난하는 거냐?’식으로 언성이 높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진술했는데 사실인가?
최운영 : 그렇다. 저희가 전화상으로 자료 요청을 했는데도 자료를 주지 않아 근거를 남기려고 서울청에서 디지털증거분석물 반환요청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검사 : 증인은 공문을 보내고 서울청을 방문해 직접 분석 과정에서 나온 출력물을 요구한 사실이 있나?
최운영 : 그렇다. 서울청 분석관들이 그런 자료가 없다고 해서 관련 출력물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돌아왔다.
검사 : 증인은 “그 일 때문에 서울청 분석관들에게 화가 나서 언성을 높이고 분위기도 좋 지 않았다”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는데 맞나?
최운영 : 맞다.
검사 : 서울청 관계자들은 나중에 수서서를 방문해서 출력물을 모두 줬다고 하는데, 증인은 서울청으로부터 ‘무상복지, 남쪽 정부, 대통령 업적 찬양 게시글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반대 게시글’ 등 자료를 받은 사실이 있나?